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 Autumn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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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유부남 최재욱의 프라하는 밤이 좋아
대표이미지1

 프라하 시내에 들어서면 대략 3가지가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는 몇 백 년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거리의 풍경들. 그리고 벽돌로 된 도로이다.

거리 전경

 프라하는 지은 지 수 백 년은 되었을법한 건물을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많다. 계속적인 리모델링으로 내부의 형태는 변했겠지만, 외벽만은 예전 처음 지어졌던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벽을 색칠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건물의 형태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파리를 가보면 점차 신식 건물로 외벽형태를 바꾸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프라하는 간직한 문화를 통해 먹고사는 관광산업 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 보존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듯 보인다.

식당안의 모습

체코의 유명한 식당 우 칼리하. 슈베이크 분장을 한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된 에피소드 한 가지를 얘기하자면, 여행 둘째날 체코의 영웅캐릭터인 “슈베이크”가 자주 찾은 것으로 유명한 100년 전통의 레스토랑 “우 칼리하”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체코를 대표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이고,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들은 레스토랑이었기에 건물 내부에 조그마하게 있는 지저분하고 거친 듯 보이는 낙서가 유독 신경 쓰였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빙을 하는 직원에게 “저 낙서는 왜 지우지 않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낙서는 제가 알기에 5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그때만 해도 체코는 공산국가였죠. 프라하의 봄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 가게는 공산체제에 불만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어요. 바로 옆이 바츨라프 신광장이니까요. 이것은 당시 힘없던 그들의 노트이고, 우린 그들의 기록을 보존합니다.”

 문화유산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말에 마음이 찡해졌다. 프라하성의 수치인 사자상도 그렇고, 작은 건물의 낙서까지. 체코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지우지 않고,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이것이 체코가 최고의 문화유산을 보존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국민성이 아니었을까.

 둘째는 관광 상품점이 슈퍼마켓보다 많다는 점이다.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골목에 한, 두개 꼴로 관광 상품 전시점이 눈에 띈다. 특히 보헤미안 크리스탈, 마리오네트, 체코 전통 도자제품 판매점이 많다. 아무래도 관광산업이 주이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겠지만, 정말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관광상품 판매점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시내 곳곳이 이러한 판매점들로 꽉 들어차있다.

골목길 사진

 그럼에도 재밌었던 부분은, 이러한 상품점들의 상호명이 서로 다 다르다는 점이다.
뭐 예를 들자면 자신의 이름을 딴 “톰 아저씨네 상품점”, “빅토리아네 크리스탈” 이런 식이다. 국내였다면 이러한 상품점 중 상당수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였을 확률이 높지만(관광산업이 최대 이윤을 내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체코는 애초에 대기업이 없다고 한다. 철저하게 서민중심의 국가운영을 이념으로 발전한 나라. 그렇기에 체코는 서민들 한명 한명이 활기차고 자신의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셋째로는 좀 의외로 담배와 술(맥주)이다.

 체코사람들은 담배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피운다. 정말 길거리를 걸어다니다보면 50미터에 한명 꼴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발견 할 수 있다. 성별은 상관없다. 남녀노(소는 아니다!) 누구하나 빠질 것 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이 다른 대륙들에 비해 흡연인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014년 통계를 보면 체코의 여성 흡연율은 30%, 남성흡연율은 50%정도로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흡연인구가 많은 편이다.

 특히 아기 엄마들끼리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세워놓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사실 좀 문화충격이었다. 예전에 유럽국가에 갔을 때 비슷한 경우를 목격한 적은 있었지만, 여러명의 아기 엄마들이 단체로 저렇게 유모차를 앞에두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뭔가 꺼림칙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담배냄새가 지독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별로 없는 체코인들의 모습 덕에, 담배의 냄새를 참지 못하는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골목골목을 들어갈 때 마다 연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맥주잔을 들고있는 체코인

체코인들의 자부심. 필스너 우르켈 맥주

 그리고 술. 정확히 말하면 맥주다. 체코는 관광상품판매점 만큼 맥주집이 많다. 1인 당 연간 맥주 소비량도 전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대낮에도 맥주 한잔씩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맥주의 나라 독일과 근접해 있는 국가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양조기술이 엄청 발달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듯, 체코의 대표맥주인 필스너 우르켈과 부드바이져(미국의 버드와이져가 이걸 따라한 모조품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체코에 와서 처음 알았다)를 어디에 가서든 쉽게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는 하우스맥주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곳도 다수 있다.

 신혼여행 3일차, 우리는 프라하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소도시, 체스키크롬노프로 향했다.

체스키크롬노프 전경

 체스키크롬노프는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이다. 블타바 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지녔고 지난 1992년 도시 전체가 ‘체스키크롬노프 역사지구’ 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그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한 이 도시는, 과거 체코가 공산주의 체제였던 시절 흔히 말해 “시골동네”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해 백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관광도시로 발전하였다.

체스키크롬노프 성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체스키크롬노프 성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13세기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중의 하나인 체스키크롬노프 성은 산 중턱에 위치해있으며, 그때부터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거의 지어진 건물이 없을 정도로 도시 건물 전체가 고딕양식을 유지하며 잘 간직되었다.

체스키크롬노프 도시 구조 이미지

체스키크롬노프 도시 구조

 체스키크롬노프는 마치 영화 속 중세시대를 방불케 하는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당을 중심으로 크게 원형으로 도시가 만들어져 있으며 특히 중세 특유의 구불구불한 돌길이 미로처럼 엉켜있다. 그럼에도 골목 어디를 가던 체스키크롬노프 성을 감싸고 있는 멋진 산과 블타바 강의 한적한 물줄기를 즐길 수 있어 관광지로서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체스키크롬노프의 도자 장인의 상점 내부 모습

체스키크롬노프의 도자 장인의 상점

 특히 체스키크롬노프는 수공예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체코의 전통 직조방식으로 지어진 다양한 직물상품부터, 체코의 전통 도자제품들 또한 체스키크롬노프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다. 아기자기한 마리오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체스키크롬노프의 자랑거리이다.

 이곳을 여행하는 중간중간에 유독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보였는데, 알고보니 포토그래퍼들에게는 죽기 전 반드시 작품 활동을 위해 방문해야 할 도시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간판 하나부터 거리의 조명 하나까지 전부 과거 건물에 실제 있었던 것들을 활용해 제작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옛 정취와 현대의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길 덕에, 우리 부부는 체스키크롬노프를 떠나는 버스를 타기 1시간 전에 길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사람도 없는 외딴 곳에서 핸드폰의 GPS마저 먹통이 되었다. 버스정류장이 꽤 먼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길을 걸어가던 도중 허름해보이는 큰 건물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무려 필스너 우르켈의 맥주공장이라는 것이었다. 불가리아인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에이든이라는 친구에게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그가 마침 자신도 독일로 가는 버스를 타려 했다며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맥주 한잔 사고 싶다고 하니 자기는 맥주공장에서 일해서 이미 많이 먹는단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기로 했다. 뭐 유럽은 나이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마침내 우리는 가까스로 제 시간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헤어지는 순간이 못내 아쉬웠던 그때 에이든이 우리 부부에게 해준 이야기는 아마 내 평생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생각보다 세상은 좁고, 우린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그때 웃으면서 맥주 한잔을 먹자. 그리고 만약 못 보더라도 천국에서보자. 잘 가 친구.”

왼쪽부터 나, 에이든, 그리고 아내

왼쪽부터 나, 에이든, 그리고 아내

 오늘도 일상에 지쳐 살아가지만, 체스키크롬노프의 아름다웠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언젠가 에이든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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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재욱
입학홍보팀, 웹진 연 기획
2015년 1월부로 품절남 대열에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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