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칼럼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상담 Story
    #29. 상대와 나를 존중하는 비폭력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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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인간관계는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상호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나 모든 인간관계가 항상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것은 아니다. 병리적 인간관계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를 조정하고 통제하려 하며, 자신의 유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과정속에서 만들어진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핵심은 의사소통이다. 깨어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족, 친구, 동료와 진솔하게 대화하면서 따뜻한 경험을 공유하지 못해 인간관계에서 공허함이나 우울감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의례적인 인사나 가면을 쓴 인간관계는 상처를 주고 받을 일은 없으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어렵고 외로움을 초래한다.

     가족이나 친구관계에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될 비폭력 대화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는 마셜 B. 로젠버그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연민의 대화 (Compassionate Communication)로 부르기도 한다. 로젠버그 박사는 한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사람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욕구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즐거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비폭력대화의 목적이자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약하면 비폭력대화는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나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대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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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한국에 소개된 비폭력대화법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2006년이었다. 나-전달법(I-message)이라는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던 당시에 비폭력대화라는 말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비폭력대화법을 배우고 난 후, 더 빨리 알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일상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가 없이 관찰하며(관찰), 생각이 아닌 느낌을 표현하고(느낌), 느낌의 원인인 욕구를 찾아 말하고(욕구),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요청(부탁)을 하는 단계(요청)를 밟는 것이 비폭력대화의 핵심이다.

     첫 번째는 관찰 단계이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을 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판단하기보다 내가보고 들은 것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대로를 관찰해서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은 친구에게, 우리는 기분이 나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는 매번 늦더라.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니?”, “너, 너무 무책임한거 아니야?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해줘야지... ”와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다.
    관찰은 약속시간에 30분을 늦게 나오고, 전화를 하지 않은 친구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친구의 성품이나 인격 등에 대해 평가, 판단,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거울처럼 상대방의 행동을 그대로 되돌려주면 된다. 예를 들면 “30분 늦었어.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도 없어서....”, “7시에 받기로 한 물품이 있는데 오지 않고 있어요.” “필기를 하지 않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물건을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지 않았어.” 와 같이 반응하는 것이다.
    평가나 판단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방어하게 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게 만듦으로써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저해하고 관계를 그르친다.

     두 번째 단계는 느낌 단계이다.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나에게 일어난 감정(느낌, 기분)을 표현하는 단계이다. 행동을 보았을 때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를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을 말한다. 기쁨, 즐거움, 행복, 두려움, 슬픔, 짜증 등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생각과 감정을 혼동하기도 한다. “무시당한 기분이다”, “미움받는 것같다.”,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 “오해를 받고 있다고 느껴.” 와 같은 표현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같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무시당하는 것같으면 화가 나고, 미움받는 것같을 때 속상하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슬프고, 오해받는 것같으면 억울한 감정을 느낀다.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느낌과 생각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어휘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욕구 단계이다.
    우리의 감정은 욕구와 짝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면의 어떤 욕구와 관련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채워 지면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 긍정적인 감정을, 원하는 것이 좌절되면 불안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감정이 느껴지면 ‘나의 어떤 욕구가 충족(혹은 좌절)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생이랑 싸우고 있는 걸 보니 (관찰), 엄마가 속상하다 (감정), 엄마는 네가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랬어 (욕구)”
    “엄마는 네가 골고루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에 음식을 남긴 게 속상해.”

     네 번째, 요청 단계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이 해주기를 바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단계이다. ‘배려해주길 바래’ ‘인정해주었으면 좋겠어’, ‘운전 좀 제대로 해’ 와 같은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자기 나름대로 판단해서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내 요구가 명확할 때 상대방이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청을 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반드시 내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가능하면 ‘~~하지 말기’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하기’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딴짓 하지마’ ‘때리지마’ ‘장난치지마’ 보다는 ‘선생님을 바라봐’ ‘친구에게 원하는 것을 말로 해’ 라는 것이 더 분명하다.

     관찰-느낌-욕구-요청, 네 단계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면 관찰-요청, 욕구-요청, 관찰-느낌, 관찰-느낌-욕구 등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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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을 하다보면 신체적인 폭력 못지않게 언어적인 폭력으로 상처를 받고 대인관계에서 마음의 문을 닫는 내담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폭력대화법을 활용해 주변 사람들과 좀더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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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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