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맞이하며

 요즘 우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 세력 간의 반목과 이해충돌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신문기사를 매일 접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양측이 모두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장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점을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상대는 이에 대해 재반박하는 소란스러운 말들만이 가득함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장들에는 어김없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렇게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는 아마도 새로운 정권이 그 임기를 마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세종대왕은 소통과 협치를 통해 백성과 함께하는 여민(與民) 정치를 실천하였다. 세종대왕은 국사를 결단하기 전에 먼저 신하들에게 의제를 주고서 “함께 의논하라”고 말한 뒤 토론과 건의 내용의 장단점을 이리저리 숙고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최종적으로 밝혔다. 따라서 협치를 하려면 이처럼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은 나라의 근본인 백성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 구언 진서제와 상소제도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리고 윤대(輪對) 제도를 활용하여 하급 관리와 국사를 논하고, 그들의 의견을 국사에 반영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한글을 창제하여 백성을 깨우쳐서 함께하려는 소통과 협치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협치의 사례를 보자. 수원시는 지난 1971년 광교산 주변 지역을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자 우수한 생태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생존권 요구가 충돌하여 2017년에는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에 수원시는 수원시의회와 광교지역 주민, 시민단체, 거버넌스 전문가 등 20명으로 ‘광교산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7개월간 총 30회에 달하는 회의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2019년 7월 전체 면적 중 일부 부분의 규제를 해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루었다. 이러한 사례는 환경 보전과 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규제의 완화라는 난제를 이해당사자 간의 협치를 통해 풀어낸 우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협치(協治)라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힘을 합쳐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즉 협치는 다양한 조직과 계층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통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권력자 혼자 또는 소수의 권력기관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관련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할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 간의 협의를 위한 전문성의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집단의 참여가 필요하다. 세종대왕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암행하여 백성의 의견을 청취하였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능력을 갖춘 신료들의 다양한 전문 지식을 청취하여 최종 결정을 이끌었다. 수원시 역시 지역 주민, 시민단체, 거버넌스 전문가 등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였다. 즉, 문제해결에 대한 협치를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해결능력을 갖춘 집단 간의 소통이 핵심인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 집단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소통의 협치를 통해 제시할 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협치를 위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충분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종대왕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여러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끝장 토론을 했다. 특히 '전분6등법, 연분9등법' 같은 조세정책은 무려 17년간의 토론을 거쳐 도입됐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수원시의 협치 사례는 이보다 긴 4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성공적인 협치는 길고 긴 시간을 소통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서둘러 합의를 구하려 한다면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이 문제해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충분한 소통의 시간이 전제될 때 협치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세종대왕 때의 좌의정 허조는 유언을 통해 "단 한 번도 나랏일을 임금만의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랏일은 내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했다”고 말했다. 협치는 소통에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와 같아야 성공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회의를 많이 하는데 결국 결정이나 일의 진행은 누군가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거나, 협의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다 보면 결국 방관하게 되어 협력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 참여할 때는 먼저 각 조직부터 동기부여를 만들고 그것에 동의하여 참여하려는 관련자들을 많이 모으고, 모인 사람들이 직접 어떤 사업에 기획자로 참여하도록 하면서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와 성과들이 공유되어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길 때 협치는 성공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은 협치가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협치를 위한 첫걸음은 상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함께 파악하여 공익적인 토론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현 가능한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 절차적 실행을 위한 제도적 틀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는 협치의 정신으로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인 틀을 유지할 때 복합적이고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회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수평적인 협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으며, 사회가 발전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홍 승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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