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교수기고
    이영주 특수상담치료학과 교수 칼럼
    감정인문학
    #07.칸트에게 배우는 천수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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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매일 정해진 시각에 산책을 나섰기에 쾨니히스베르크(현재의 리투아니아 지역) 시민들이 그를 보고 시계의 시각을 맞췄다는 일화로 유명한 사람, 태생이 병약하여서 30세도 채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 생각한 그의 어머니가 평생을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었다는 사람, 그 사람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1724-1804)다. 시계와 같은 일상을 살았던 칸트는 건강관리도 잘하여서 일찍 죽기는커녕 당시로는 드물게 여든 살까지 살았다. 장수의 비결을 묻는 사람에게 칸트는 ‘습관’을 꼽는다.

     “내 건강은 습관이 만든 걸작이오.”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맘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되는 일이 부지기 수다. 성공의 비밀로 습관을 꼽기는 쉽지만 실상은 습관을 기르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 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2500년 전부터 아리스토텔레스가 그토록 강조 했던 ‘습관이 되는’ 길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몸에 새겨져야만 가능한 일이듯 아직도 습관은 여전히 강조된다. 그렇기때문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산책하는 칸트의 습관은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철저했을까를 추론케 한다. 성실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어느 날은 날이 궂어서, 날이 좋아서, 피곤해서, 할 일이 많아서, 또는 그냥 기분이 그래서...
    일상을 흐트러트릴 이유가 손발이 모자를 정도로 우리에겐 차고 넘친다. 그런데 칸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정확히 5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12시부터 2시간 동안 천천히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에는 산책을 한다. 그의 습관을 좀 더 살펴보자.

     우선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강의하고, 책을 쓰는 일이야 그가 철학자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런 삶의 패턴을 가졌기 때문에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며 공부하는 사람도, 노동을 하는 사람도 각자의 형편과 필요에 따라 그렇게 산다.

     그 다음은 식사습관이다. 칸트는 하루 일식을 고수했다. 체중 조절을 위한 다이어트 방법 중 간헐적 단식이 있는데 칸트가 그 이유로 1일 1식을 한 것이 아님은 틀림없다. 당시 유럽에서는 아침은 거르고 대신 점심 식사는 큰 행사를 치르듯 하는 것이 문화였다. 칸트는 점심 식사 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여럿이 유쾌하게 대화를 하면서 와인(주로medoc)을 마셨다 한다. 식후에 마시는 차는 커피는 아니었다. 커피 원두의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인데 정말 자기 건강을 위해 철저히 절제했던 사람이다. 칸트의 모든 면에 경외를 표하지만 커피를 사랑해 마지않는 필자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기도 하다. 설령, 커피의 지방이 몸에 좋지 않다 해도 커피 향과 그 색의 우아함을 거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생에 그런 즐거움을 즐기지도 못하면 무슨 재미인가? 이러고 보면 필자는 이미 칸트처럼 되기에는 처음부터 글러 먹었다. 이성에 의한 판단에 철저하기는커녕 자기 욕구에 친절한 필자는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를 백 가지 대면서 칸트를 꼬득일 것만 같다.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칸트는 커피 대신 연한 차를 한 잔 마셨다고 전해진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칸트가 독신으로 살다가 갔지만 식사만큼은 절대 혼자 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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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의든 타의든 대한민국에서 혼밥이 유행하고 인스턴트와 배달, 혼밥을 위한 밀키트가 인기를 끄는 때에 칸트의 식사는 다시금 곱씹어 볼 대목이다. 함께 식사할 사람은 적어도 세 명 이상이어야 했고 절대로 아홉 명은 넘지 않았는데 이때의 식사 분위기는 활기와 흥이 넘치고, 유머러스하며, 세계에 대해 박식한 그의 독특성이 그대로 드러나 같이 밥 먹는 이들이 좋아했다 한다. 2시간 정도의 유쾌한 점심 식사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하다. 아무리 바빠도 점심 식사를 제대로, 아주 천천히,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라는 조언은 오늘날에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바쁘거나 혼자만 식사할 때는 라면이나 빵, 김밥 등 인스턴트 식품·패스트푸드를 주로 먹기 때문에 영향 불균형의 문제가 생긴다.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도 혼밥에는 우울감이 스며들기 쉽다. 타인과 정신적 교감 없이,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를 보면서 때우는 식의 밥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안정감을 부지불식간에 해친다. 혼밥은 스나브로 우리의 몸과 정신을 해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칸트처럼 하루 한 끼는 식사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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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산책 습관이다. 지성인들에게 있어 산책은 사고 활동의 하나다. 운동이 아니다. 사색을 하는 산책이다. 흥이 넘치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칸트는 혼자 산책을 나섰다. 회색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든 칸트가 보리수나무를 막 지나는 시각이 정확히 세 시여서 동네 사람들이 그를 보며 시계의 시각을 맞추었다 한 일화는 차가운(이성적) 칸트 철학을 드러내기 위한 클리세로 자주 사용된다. 인생에서 산책이 중요한 이유를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의 저자 스티브 존슨 책의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책 제목처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독서와 산책’이라고 한다. 산책의 유용성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산책은 아이디어를 심화시킬 수 있고, 관조하듯 인생을 성찰할 수 있으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누구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하게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표명할 수 있게 해 준다. 산책이 주는 이로움의 증거로는 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습관에서 충분히 근거한다. 그런데 칸트는 함께 유쾌한 식사를 하면서도 왜 산책은 고독하게 하는가?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홀로 자기 성찰을 통해 완성해 가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안에 머물 시간이 필요한데, 산책은 자기에게 집중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즉 칸트는 사색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혼자 산책을 했다. 그것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기를 거울처럼 볼 수 있는 규칙적인 시간, 책 읽고 타인들과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돈할 시간은 칸트를 독일의 작은 마을 철학자로만 있게 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 번도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그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다.

     연금술마냥 천수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과학의 발달로 이미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왕왕 장수가 축복이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제적인 여건은 논외로 하고, 치매가 걱정인 시대에 유쾌하고 느릿느릿한 점심 식사와 사색하는 산책의 습관은 치매를 느리게 그리고 나중에 오게 할 아주 좋은 건강법이다. 그리고 정서적 안녕감을 위한 귀한 시간이다. 그러니 짬을 내어 자신에게 시간을 주자. 칸트처럼 습관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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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주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수상담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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