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상담치료학과장 이주연 교수의
- 공·감·대
- #4.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황량하게 보냈을까?
유명 여배우와 노팅힐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의 로맨스. 1999년 개봉한 영화 ‘노팅힐’은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이다. 영화에 흐르는 OST “She”도 좋지만, 무엇보다 엔딩 부분에서 여주인공 줄리아로버츠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환하게 짓는 함박미소는 나를 평온하고 행복하게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도 좋아한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은 처참하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야외 피로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음식은 비에 홀딱 젖어 먹을 수도 없고 강풍에 하객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비바람이 몰아쳐 결혼식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아랑곳없이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들에게 결혼식이 망쳤다는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을 웃고 즐기며 그 대처하는 모습에 궂은 날씨에 난감해하며 얼굴을 찌푸리던 하객들도 점차 미소를 되찾는다. 정작 현실이였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그 암울한 상황이 그려지지만, 어느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긍정성이야말로 우리 삶의 여정을 좌우하는 것 같다.

영화 어바웃 타임
결국은 함께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재밌는 것을 보고 웃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많이 웃는다. 특별히 웃겨서 웃기보다 대화를 하다가 혹은 상황을 상대에게 설명하다가 상대를 보고 웃는 경우가 많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웃을 확률도 높다. 긍정적 감정은 주변에 사람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지탱할 힘을 주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행복감을 주는 사람은 친구가 많을 확률이 높고, 원만한 대인 관계는 행복감을 유발하는 선순환을 낳는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도 있다.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한 정서는 세 다리를 건넌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 ‘3단계 인간관계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총 1만2067명을 추적 연구해 얻은 결과다. 내가 행복하면, 내 친구(1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15% 올라간다. 그리고 친구의 친구(2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가 행복할 확률은 6%로 각각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내가 웃으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행복감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웃는 것이 기분이나 관계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웃었을까?
18세기 프랑스 시인 세바스 샹포르는 “가장 황량한 날이란 한 번도 웃지 않았던 날”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황량하게 보냈을까? 우리는 언제 환하게 웃었던가? 그리고 그때 우리 곁에는 누가 있었던가? 문득 내 삶이 한때 황량하지 않게 환히 웃게 해줬던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려본다.

영화 노팅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