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가족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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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한류 음식의 선봉장, 불고기 이야기

     어느새 한류라는 표현이 낯설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국문화는 세계로부터 점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한류 열풍을 크게 이끌고 있는 것은 당연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과 같은 대중문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BTS와 같은 K-팝의 성공은 세계 속에서도 한국의 문화가 특정 마니아층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범주가 늘고 있다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면 우리나라가 한류의 중심으로서 크게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바로 음식 분야였다. 이는 민간뿐만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도 한식의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점이다. 여전히 한식의 발전을 위해 더욱 나아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한식은 단순히 세계시장의 개척을 넘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저명한 인사의 한식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대서특필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크나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식의 세계시장 진출에 처음 앞장섰던 음식들에는 비빔밥, 냉면, 김치 등이 있었는데,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호불호가 강한 편으로, 처음 시장에 정착하는 데에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시로 든 음식들 외에도 한식 홍보의 최전선에 섰던 음식이 있으니, 바로 그것이 오늘 소개할 불고기이다. 불고기는 한식 특유의 강한 향 대신 여러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맛을 가지고 있어 호불호가 적은 편이었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으로 현재까지도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불고기는 언제부터 한국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불고기의 기원은 고구려에서 주로 요리해 먹었던 고기구이인 맥적(貊炙)이 불고기의 기원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연구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맥적은 흔히 현대에 들어서 불고기를 주로 지칭하는 육수 불고기가 아닌,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구이의 형태에 더 가깝다. 맥적의 어원을 분석해 보더라도 적(炙)이 불에다 구운 고기를 지칭하는 한자이며, 맥(貊)은 중국에서 고구려를 지칭할 때 사용하던 용어였다. 즉, 맥적이란 ‘북방의 맥족이 불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굽는 고기요리’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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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시대 사냥한 동물들을 보관하는 건물을 묘사한 벽화]

     맥적 이후 고기요리에 대한 문헌은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불교의 영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이후 고려시대 후기부터 다시 고기요리에 대한 기록이 보여지는데, 지금의 불고기 형태와 가장 가까운 것은 고려시대 요리인 설하멱이다. 설하멱은 소고기를 간장, 참기름, 마늘로 간을 한 뒤 저며서 구워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의 불고기 양념과도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만드는 방법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고기를 꼬치로 꿰어 밀가루를 바르고 굽다가 찬물에 담갔다 빼서 굽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조리를 마치면 밀가루옷을 벗겨내고 안의 고기만 먹는 것이 정통적인 먹는 방법이었다.

     이후 조선시대에서 너비아니가 등장한다. 너비아니란 쇠고기를 얇고 넓게 저며서 양념장에 재워 석쇠에 구운 음식이며, 고기를 너붓너붓 썰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요리제법』에는 “등심이나 안심살 또는 대접살을 잘 씻어서 얇게 저며서 그릇에 담고 한참을 주물러 섞은 다음 고기 조각을 다시 펴 놓고 깨소금을 치고 석쇠에 놓아 숯불에 구워 낸 다음 네모지게 썰어 먹는다”고 하였다. 1957년에 나온 궁중음식을 주로 소개한 『이조궁정요리통고』에서는 “안심이나 등심 등의 연한 고기를 될 수 있는 대로 얇게 저며서 칼로 자근자근 다져서 간장과 설탕,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파, 마늘을 넣고 고루 주물러서 재워두었다가 식사하기 직전에 구어서 더운 것을 낸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전까지 내려오는 불고기란 불에 직접 구워먹는 고기구이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불고기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불고기'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가장 오랜 문건은 1922년의 한 잡지인 1922년 4월자 개벽 22호에서 연재한 현진건의 『타락자』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불고기란 용어 자체가 너비아니에 대한 속어 내지는 평안도에서 사용하는 방언 정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조리법 또한 크게 분리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이 불고기가 국물이 자작한 형태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 말기에서 6.25 전쟁 시기 즈음으로 이르러서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시기의 변화에 대해서는 연구와 사료가 부족하다. 지금으로서는 쇠벙거지를 이용한 전골 요리인 전립투(氈笠套)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일제강점기 전골 요리인 나베, 스키야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하는 정도지만 확실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또한 불고기의 조리방식은 여전히 지역별, 문화별로 다르게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어, 육수를 내는 서울식 불고기가 주류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광양식 불고기나 언양식 불고기는 원래의 석쇠 너비아니 구이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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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쇠에 구워먹는 형태를 유지한 언양식, 관양식 불고기]

     그렇다면 이른바 서울식 불고기라고 알려진 육수를 활용한 조리법은 언제부터 우리네 식탁에서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이를 6.25 전쟁 당시의 경제상황에서 찾는 견해가 있다.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쇠고기의 공급량은 제한적인데, 육류의 수요가 늘자 고기에 충분한 채소와 함께 달콤한 양념 국물을 추가하여 ‘양이 많은’ 육수형 불고기를 고안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인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조리법으로 요리한 불고기는 육수와 야채 말고도 녹아 버릴 듯이 얇고 부드러운 고기가 특징인데, 이는 육절기의 보급이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과거에는 고기를 얇게 썰기가 정말 힘들어 불에 직접 구워먹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1960년대 후반부터 고기를 살짝 얼릴 수 있고, 얇게 저밀 수 있는 육절기가 보급되면서 질긴 고기도 얇게 썰어 부드럽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고기를 다루는 식당의 입장에서도 육수를 내는 불고기는 고기가 얇아 양념을 오래 해두지 않아도 맛이 잘 스며들었고, 고기는 아주 빨리 익었다. 그럼에도 육수가 있어서 쉽게 고기를 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불고기 요리에 적합한 불판의 개발도 한 몫을 했는데 고기 불판의 가운데가 위로 볼록하고 구멍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멍 덕분에 위쪽에 올려놓은 고기가 흘러내리지 않고, 구멍으로 불꽃이 직접 닿아 육수를 품은 고기임에도 고온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이 충분히 일어났다. 또한 고기에서 배어나온 육수가 국물받이에 모여 야채에서 배어나온 글루탐산과 조화를 이루어 밥을 비벼먹기에 극상의 감칠맛을 제공하였다. 1980년대 들어서 육수 불고기가 시장에서 강세를 차지하면서 불고기는 가장 인기 있는 외식메뉴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굳건히 자리매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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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육수 형태의 서울식 불고기]

      이렇듯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불고기지만 IMF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육류소비 침체기의 시작, 로스구이와 삼겹살 열풍 등으로 이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네 식탁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음식답게 과거 쇠고기를 주로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불고기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리를 이용한 오리불고기, 닭을 이용한 닭불고기가 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과 오징어도 식재료로 응용된 오삼불고기도 등장하였다. 석쇠나 연탄에 직접 구워먹는 형태로 발전하기도 하였으며, 뚝배기에 불고기를 담아서 파는 새로운 형태의 뚝배기불고기가 등장하여 불고기의 국물 맛을 즐기기 위한 형태로 변화하는 등 수 많은 갈래의 조리법이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피자, 햄버거와 같은 서양 음식에 동화되어 이른바 퓨전 요리의 형태로도 불고기는 여전히 우리네 식탁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비록 다른 한식들에 비해 뚜렷한 색체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수 있는 친근한 맛으로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던 불고기.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Korean BBQ라는 이름으로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불고기야 말로 음식 한류의 선봉장으로서 가장 세계에서 성공한 한식이라고 감히 칭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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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이형주 사원
    국제사이버대학교 기획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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