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가족마당
    [영화talk talk]
    개인적이지만 공감되는 시선
    같이 영화롭게 볼까요
    #7. 살고 싶은 욕망일까,죽고 싶지 않은 두려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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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복(2021)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인류 최초 실험체로, 단순히 복제한 클론이 아닌 유전자 변형으로 통해서 개량된 개체이다. 세포 분열이 일반적인 사람보다 빨라서 24시간에 한 번씩 억제제를 맞아야만 죽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연구소에서 벗어날 일이 없었던 서복에게는 죽지 않는 존재나 마찬가지였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류 의지의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서복의 골수를 통해 인간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고, 생명 연장이라는 목표에 닿을 듯 안 닿을 듯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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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비밀은 늘 알려지기 마련. ‘인간이 죽지 않으면 인류는 스스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며 실험체 서복을 없애야 한다는 세력이 나타났고 안부장에게 그 임무가 주어진다. 그에 맞서 어떻게든 불로장생의 꿈을 꿈꾸며 ‘신의 권위’를 누리고 싶어 하는 김천오 회장이 있다.

     서복 자체가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메신저다. ‘서복’이라는 이름은 2500년 전 진시황의 명령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떠난 신하의 이름이다. 권력을 가진 인간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를 더 유지할 수 있도록 생명 연장까지 거머쥐기 위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없는 욕심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후세에도 이 같은 욕망은 절대로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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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뇌종양 교모세포종에 걸린 기헌은 서복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임무를 받은 기헌이 서복과 예기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내가 왜 위험한데요. 왜 나를 노리는데요. 내가 실험체라서? 내가 죽지 않는 존재라서?”
    서복은 연구소에서만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자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노리는 사람도,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도 이해되지 않는다. 기헌은 서복에게 연구소에서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지냈냐며 묻는다. 검사 받고, 밥 먹고, 책 읽고 평생 그것만 했다고 하니까 기헌으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았나보다. 기헌이 더 캐묻자 서복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엄마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됐지만 자신은 뭐가 될 수 있는지, 뭐가 되고 싶어도 되는 존재인지, ‘영원’이란 건 무엇인지. 영원히 자신은 실험체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미 서복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영원하다는 건 끝이 없고, 끝이 없다는 건 먹었던 사과가 없어지지 않고, 다음 날에도 계속 남아있는 것처럼,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 무한한 반복을 멈추는 것은 죽는 것. 죽는다는 것은 아주 깊은 잠을 영원히 자는 것.

     잠을 자본 적이 없는 서복은 기헌에게 죽는 기분은 어떻냐고 물어본다. 상당히 안 좋다고 대답하자 왜 안 좋냐고 물어본다.
    “왜긴 왜야 죽으니까 그렇지.”
    “그럼 사는 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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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았을 때가 훨씬 많았던 거 같아. 그러고 보니 헷갈리네. 내가 살고 싶은 건지, 죽는 게 무서운 건지. 그래서 너무 후회 돼. 내가 살아온 게. 너무 비겁하게 살았어.”

     가끔 영원했으면 좋겠는 것과 영원히 내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영원했으면 하는 시간이 있었고, 영원히 내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었다. 영원하다는 것. 끝이 없다는 것. 영원하지 않기에 행복한 것들이, 소중한 것들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죽음도 아이러니하게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두려움이 인간으로 하여금 사람의 의미를 추구하게 만든다. 그 두려움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고 남는 건 욕망뿐, 죽음은 삶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서복을 제거하려는 사람들의 논리다. 어느 정도 이 말에는 동의를 한다. 끝이 있다는 것.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어쨌든, 일단은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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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왔다. 죽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지금 당장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다. 대학 다닐 때 같은 과 동기가 본인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는 삶은 어떤 삶일까. 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삶을 맡기는 것일까. 지금도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삶의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의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민기헌씨는 생명 연장할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나 그래도 살겠다고 살고 있다고 서복에게 말한다. 그래도 살고 싶다고, 연명해서라도 살고 싶다고 외친다. 나도 궁금해졌다. 내가 민기헌의 입장이라면 난 그래도 살고 싶을 것인가. 가끔씩 내가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이 된다면, 식물인간이 된다면 나는 더 살고 싶을까 하는. 살고 있지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사람들은 다음날에 깨어날 것을 믿으니까 자는 걸 무서워하지 않지만, 영원히 잠드는 것은 무서워한다. 더 살고 싶은 걸까, 죽은 후의 펼쳐질 일들을 알지 못해 무서운 걸까. 나는 죽는 것이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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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헌과 뜻하지 않은 드라이브를 하며, 살아있다는 게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복은 자신을 노리는 사람도,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도 모두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는다. 실험체가 자신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체념한 듯 연구소로 돌아가 고통스러운 채 골수 채취를 당한다. 돼지에서 인슐린을 채취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말하는 신학선 박사가 오히려 더 인간이 아닌 면모를 보인다. “서복은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사람이 아닌 건 ‘너’다 라고 보여주는 것 같아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의 존재에 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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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는 서복의 외로운 대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과연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는 가’에 대한 물음으로 다가왔다. 무엇인가 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대사회다. 그 목표를 좌절했을 때, 죽음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편으로 기헌처럼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어도 살아간다는 대사는 사람은 ‘가치에 상관없이 살아있음에 소중한 존재이며, 살아갈 의미가 있다’ 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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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주희
    이러닝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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