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교수기고
    이영주 특수상담치료학과 교수 칼럼
    감정인문학
    #6.음식 인문학[부제:빵]

      <수요 미식회>, <한 끼 줍쇼>, <냉장고를 부탁해>, <식샤합시다> 등등 바야흐로 음식 전성시대다. 음식으로 가득 찬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배곯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다. 넘쳐나는 그리고 다종다양한 음식 재료들로 어떻게 하면 맛 좋고 보기 좋은 음식을 만들까? 그리고 누구와 어떤 분위기로 즐길까가 중요한 숙제가 된 이른바 맛의 향연인 시대, 눈과 입이 호사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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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그것으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졌는가를! ‘소확행’이라면서 소개하는 전국 맛집 탐방은 우리를 흥분케 하고, 이국적인 맛과 화려한 음식 비주얼을 보고 있노라면 손은 이미 휴대전화를 들어 예약을 한다. 아예 휴가를 내 맛집 지도를 들고 ‘방방곡곡 맛집 투어’, ‘디저트 순례’, ‘전국 빵집 투어’를 다니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올린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보자니, 일명 빵순이라 불리는 나는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꼴딱 넘어간다. 유명하다는 빵집 사진에는 바게트나 크로와상 혹은 식빵에 몸에 좋다는 견과류와 말린 무화과와 같은 건과일이 듬뿍 올려져 있다.

     약 2500년 전, 그리스인 중에 가장 유명한 플라톤은 우리에게 신선한 과일과 견과를 꿀과 곁들여 먹기를 추천했다. 풍미를 위해 꿀을 곁들이라는 것은 일명 백선생과 같지만, 그 뜻은 좀 다르다. 모든 사람이 끼니마다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세상에 음식이 충분치 않게 될 것이어서 이로써 전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고기로부터 취할 단백질을 견과류에서 취하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기 때문에 전쟁을 앓고 있다. 소 닭 돼지 등 육류들은 단지 우리 미각을 위해 존재하고, 가공되고, 사육된다. 따라서 부드러운 육질을 위한 사료와 급격하게 살찌우기 위해 과다 남용하는 항생제와 인공사료, 도축은 동물의 죽음을 넘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몬다. 피터 싱어라는 세계적인 철학자는 인간존재가 동물을 이리 함부로 대해도 되는가 하고 묻는다.

     과다 육류 섭취에 대한 경고는 17세기에도 있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커다란 갈색 빵 한 조각을 때로는 버터나 치즈를 곁들이고 때로는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은 채로 먹는 것이 최고의 아침 식사라고 생각한다. (...) 내 생각에 영국인들을 괴롭히는 병의 상당 부분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빵을 너무 적게 먹어서 생기는 것이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경고는 알겠는데 빵을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저탄고지(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여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도록 탄수화물의 섭취를 낮추고 지방의 섭취를 높인다)와 고단백 섭취가 주를 이루는 데 말이다.

    서양에서 빵은 우리의 밥과 같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빵집 <** 바게트>의 바게트는 프랑스 빵이다. 바게트(baguette)란 프랑스말로 막대기라는 뜻인데 프랑스 혁명기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그때 빵 무게는 300g, 길이는 80cm라고 아예 크기를 정해놔서 이 빵을 ‘평등 빵’으로 불린다. 신분, 빈부, 성별에 따라 차등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전에는 귀족들이나 흰 빵을 먹을 수 있었고 평민들은 검은 빵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바게트>의 계열사인 <** 크라상>의 크라상(크루아상croissant)은 초승달을 닮아있다. 크루아상은 초승달이라는 뜻이다. 이 빵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지역에서 먹던 빵 모양인데 오스트리아가 1636년 오스만튀르크 침공을 막아낸 뒤 승리를 기념하려고 만든 빵이라고도 전해진다. 오스만튀르크는 지금의 터키로 이슬람국가이다. 이슬람에서 초승달은 매우 특별하다. 초승달이 뜨던 밤에 이슬람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호메트가 알라로부터 계시를 받던 날 밤, 하늘에는 초승달과 별이 나란히 떠 있었고 또 마호메트가 박해를 피해 메디나로 근거지를 옮기던 때에도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다. 초승달은 이렇게 마호메트가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할 때 까만 하늘에서 반짝였다. 그래서인지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 파키스탄, 알제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의 국기에는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다.

     다이어트의 적, 빵은 기본적으로 통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로 만들어진다. 이렇게만 만들면 로크가 말한 대로 빵은 오히려 건강음식이다. 통밀에는 이미 비타민과 철분 같은 영양소가 함유되어서 뭘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오늘날은 글루텐을 더 넣은 흰 밀가루를 쓰고 여기에 식품 첨가제를 엄청나게 넣는다. 빵의 질감을 매끈하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기름(지방)을 첨가하고 황산칼슘을 넣는다. 황산칼슘은 빵 발효 속도를 높이고 빵의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넣는다. 여기에 양을 늘리고 맛을 증진하기 위해 액상과당을 첨가한다. 이스트가 당을 좋아해서 반죽이 더 잘 부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정말 최선을 다해 좋게 보겠는데 인체 허용치라고는 하나 곰팡이 제거제로 사용되는 프로피온산 칼슘을 넣는다고 한다. 프로피온산 칼슘은 빵, 과자, 치즈, 쨈 등의 보존제로 사용되고 있다. 빵 첨가물을 생각하면 눈을 사로잡는 빵이라도, 로크가 빵 한 조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쉽게 손을 뻗지 못할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맛에 금방 무너진다. ‘이거 하나 더 먹는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그러나 생각해보자. 유해성 논란을 따지느라 마음 갈등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습관처럼 뻗은 맛을 향한 손 하나를 당할 수 없다. 지나친 눈과 맛의 호사를 누리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당신의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제 먹은 음식이 고스란히 오늘의 당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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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주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수상담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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