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교수기고
    김수정 사회복지학과장교수 칼럼
    국제기구 방문기
    #3.업무기반의 존엄성과 존중을 위한 역사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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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은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이 창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사회주의 혁명의 두려움 속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자 지위 향상이 세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ILO가 설립되었다. ILO는 유엔보다 더 먼저 창립되었으며, UN에서 노사정 구조로 이루어진 유일한 기구로 의사결정에서 있어서도 노동자뿐 만 아니라 정부와 고용주가 대등한 입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는 2019년 9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해외연수 수퍼바이저 교수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LO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협약이라는 제190호 협약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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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 입구의 표지석

     그동안 ILO에서 추진한 각종 조약이나 권고는 우리나라도 비준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법과 행정체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회보장최저기준조약(102호 조약, 1952년)’, ‘모성보호조약(103호 조약, 1952년)’, ‘산업재해·직업병급여에 관한 조약(121호 조약, 1964년)’, ‘의료급여에 관한 조약(130호 조약, 1969년)’등이 있다. 그리고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한 190호 협약이 바로 ‘일터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받지 않을 모두의 권리: 젠더기반 폭력과 괴롭힘 포함’이다. ILO에서는 이 협약을 업무 기반의 존엄성과 존중을 중시하는 미래를 구상할 역사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법적인 조치로 한국도 2019년 근로기준법에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듯이 ‘직장내 괴롭힘’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이다. ILO에서는 이러한 직장내 괴롭힘과 폭력은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동등한 기회를 위협하고 양질의 일(decent work)과 양립하지 않으며’, ‘개인의 건강, 존엄성, 가정, 사회생활에 영향을 끼치며’,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의 활동을 증진시키는 데 적합하지 않고, 직장내 관계, 기업의 평판과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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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자로부터 협약에 대한 설명을 듣는 중

     이 협약의 가장 큰 특징은 보호의 대상자를 고용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고 법 및 관행에 정의된 피고용인 및 계약상 지위에 관계없이 근무하는 사람, 인턴 및 실습생, 고용이 종결된 사람, 자원봉사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 고용주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까지 즉 직장 내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폭력도 직장내 괴롭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직장 폭력 및 괴롭힘 대책 수립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도 한께 다루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그것을 다시 가정 내에서 가해자로서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반면에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을 직장에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행동 등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협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개념이 한국과 매우 다르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 먼저, 노동자와 사업주와의 관계이다. 한국은 노동자와 사업주를 대립관계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ILO는 협력 관계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직장내 괴롭힘은 노동자만 보호하는 반면 ILO 협약은 사업주까지 보호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개념이다. 한국은 근로계약서에 기반한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들만 보호하고 있는 반면에, ILO 협약은 고용계약과는 상관없이 실제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실습생, 자원봉사자, 실직자, 취업준비생까지도 모두 보호대상에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직장 즉 일터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직장이라고 하면 단순히 물리적인 직장만을 생각하는데, 물리적인 공간과 상관없이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면 모두 직장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 전화를 할 때 그 통화내용이 일과 관련된 일이면 그 순간 그 곳이 직장이 되고 그 때 발생한 괴롭힘과 폭력(언어적인 것 포함)은 직장에서 발생한 것이 된다.

     또한 가정과 직장을 연결하여 폭력을 예방하고자 하고 있는 부분은 앞으로 한국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만약 스토킹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이 있다면 직장에서 그 직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토킹이 출퇴근 시간에 발생한다면,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주거나, 만약 회사에 경호원이 있다면 그들을 출퇴근에 동행하도록 지원해줌으로써 스토킹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대책을 회사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원은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된다.

     막연하게 ILO는 노동자만을 대변하는 기구라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ILO를 방문하면서 깨졌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성장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노동자와 사업주, 그리고 정부의 협력과 노력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시작이며 기반이 된다. 우리 모두 이러한 역사적 시작과 기반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씩 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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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에 근무하시는 이상헌 국장님으로부터 일자리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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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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