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20년 Summer 제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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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나무숲은 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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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사람은 모름지기 정직해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정직’이라는 이 두 글자는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우리나라 어디서든 따라다니는 덕목이자 교훈이자 국룰이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거짓말을 했다손 쳐도 ‘정직하게’ 사실대로 나의 잘못을 고백할 수 있어야만 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선 지금은, ‘정직하기만 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적당히 정직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적당히 정직하게 말할 줄 알고, 적당히 둘러댈 줄 아는 사람이 임기응변에 능하고, 사회생활도 잘하고, 융통성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정직하기만 하는 사람은 FM에, 뻣뻣하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자기만 아는 이기적이고, 유머도 모르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사람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덕목 중 하나이지만, 시대와 상황은 우리를 정직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녀는 뻥이요


 현탄시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은 적당히 정직하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본인의 입맛대로,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국민 (뻥)사이다’로, 자신의 앞길만 생각하는 거침없는 후보자였다. 멀쩡히 살아 있는 할머니를 위장 사망시키고, 할머니의 업적을 내세우면서 재단을 설립하여 유권자들의 신임과 동정표를 얻어냈다. 그녀는 서민을 위하는 따뜻하고 검소한 국회의원을 표방하지만, 호화로운 저택에서 호위호식하며 거짓 살림살이를 하고, 토론방송에서 신랄하게 비판하던 경쟁후보와 뒷거래를 하기도 하고,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종교신념도 그때그때 바꿔버리는 ‘표심’에 지극히 솔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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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론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내가 원하는 목표에 이르면 된다는 신념이 강해서, 과정 속에서 못보고 지나쳐 가는 것이 자신을 갉아먹고,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는 결국 과정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탄탄하게 쌓느냐, 포장만 잘 되어 있는 것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결과가 길게 이어질 것인지, 위기를 맞았을 때 한 번에 무너질 것인지 좌우하게 된다.

  #토속신앙의 주술


 과거에는 물 한 대접 떠놓고, 달빛을 보며 빌고 또 빌었다. 돌멩이도 주워다가 한 돌, 한 돌 마음을 담아 올려 어느새 돌탑이 수두룩 세워졌다. 돌탑은 지금도 산이나 유적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수를 떠놓고 빌면 정말 소원이 이루어질까. 손에 땀이 나도록 비비고, 또 비비면 비는 신께서 알아주실려나. 신까지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바를 마음 속으로 또는 입 밖으로 되뇌이며, 힘든 하루를 또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날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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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상황에 다른 기도를 하면, 누구의 기도빨(?)이 더 센지 겨누어보기도 한다. 욕망덩어리인 상숙보다는 그녀의 할머니 김옥희의 기도빨이 먹혔다. 상숙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지극히 동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악인의 악행을 아신다면, 제발 그 악인에게 징벌을 내리소서’ 라고 할만한. 그리고 그 악인은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 개과천선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고 새 사람이 되어 새 삶을 출발한다는 그런 만화 같은 이야기. 그 진부한 레퍼토리가 이 영화에 그대로 적용이 되었는데, ‘토속신앙’을 가져왔어야만 했나 싶기도 했다.

  #토속신앙의 주술


 ‘마음의 소리’를 마음 그대로 말 할 수 있게 된 상숙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혹은 하지 말아야할 소리들을 계속 해서 낼 수밖에 없었다. 할 수도 있지만 하지 않았던 말 그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계속 해서 입 밖으로 나오게 된다. 말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 하였다. 입 밖으로 나오는 상숙의 말들은 그녀의 생각에서 나왔을 것인데 그동안 수더분하고 우아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외치고 싶은 속마음을 어디 말할 곳이 없어 한적한 대나무숲에 가서 소리쳐 말한다. 그녀의 대나무숲은 베어졌다. 전국으로 ‘마음의 소리’가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처럼 멈출 수 없었다. 입은 자꾸만 춤을 췄다. 그동안 감춰두고 있었던 소리가 튀어나오고, 꽁꽁 감춰두고 은폐했던 사실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쌓아온 공든 탑들이 무너지는 위기였다. 잘 쌓여있던 돌탑에 그녀가 올린 돌멩이가 돌탑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그녀가 쌓아왔던 명성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시점이었다.

  #정치인의 덕목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정직’이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일을 정직하게 해야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정직하게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이슈를 일으키고, 갖은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 허다한 현실이다. 상숙은 베어진 대나무숲을 통해 위선을 한꺼풀 벗게 되었고, 자신이 그동안 지나쳐왔던 과정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누군가 정치인들의 혹은 누군가의 대나무숲을 베지 않는 이상, 그들의 위선이 까발려지긴 어렵다. 영화는 그래서 인간의 힘이 아닌 인간 이상의 신적인 존재를 끌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힘은 폭로가 담긴 USB만이 대나무숲을 베는 칼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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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정직하기가 쉽지 않을까.


  #국민수류탄


 상숙은 이제 ‘국민 (뻥)사이다’에서 ‘국민수류탄’으로 활약하게 된다. 이전보다 더 거침없는 행보로 ‘정직한 후보’가 되었다. 징역도 살다 온 그녀가 무서울 건 없어 보인다. 한 번의 큰 어려움을 겪고 나면, 다음에 다른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하나를 감추게 되면, 다른 것도 연쇄적으로 은폐해야 한다. 그 은폐하는 것들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자신을 옭아매게 될 때가 온다. 그때그때 잘라내지 않으면, 내 미래까지 바늘 구멍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적당히 정직할 것은 정직하고, 반드시 정직해야 할 것은 반드시 정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과만을 보고 달려가는 것도 집중과 선택일 수 있지만, 과정도 살피면서 가야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진실의 주둥이는 타인이 가질 때 가장 무서운 법이다. 진실의 주둥이가 나의 아지트 대나무숲을 베어버리기 전에 내가 숲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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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주희
이러닝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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