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20년 Summer 제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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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맞이하며

 최근 과열된 부동산(특히 아파트) 시장을 접하면서 한계점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유동 자금이 그토록 많은지에 놀랐으며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아파트 매입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혹시나 거품이 꺼져서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거나 또는 그 반대로 지금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굳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애꿎은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왜곡된 주택 가격은 시장의 “합리적 가격 결정” 가설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괴상한 경제 현상을 초래했으며, 땜질식으로 급조된 부동산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강남의 모 아파트는 평당 거래가격이 1억 원을 넘었다고 하니, 이런 가공할만한 주거비용이라면, 과연 우리 후손들은 어떤 조건의 주거 부담을 감당해야 할지 정말로 걱정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정부가 경기 안정과 인플레 방지를 위해 긴축 재정 정책을 채택한다고 가정해 보자. 시중에는 유동성이 줄게 되고, 그 결과 부동산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다.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갭 투자) 집을 매입한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주택 가격의 하락은 대출 담보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결국 금융권의 추가 담보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떨어진 주택 가격은 전세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 집 장만 욕구를 부추길 것이며, 갭 투자 한 집 주인들은 추가 대출을 받거나 이 방법이 막히면 결국 헐값에 매각해야 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내 집 마련을 간절히 원하는 3-40대 가장(家長)들은 절망할 것이며, 20대 사회 초년생들도 이제 더 이상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부모 도움 없이 저축해서 내 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0(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이 저축과 대출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부질없는 희망 사항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거품 제거를 통한 집값의 정상화는(어느 수준이 정상 가격인지 전문가 사이에도 이견(異見)이 있음) 물론,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 모두가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뻔하다. 주거용 주택 가격이 국가 경제 운용에 있어서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몇이나 될까?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이 유일한 나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왜 이토록 주택 소유에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 기성세대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를 통해 사는 집이 자가(自家)인지 전세(傳貰)인지를 조사당한(?) 일을 기억한다. 이 같은 개념 없는 관제(官製) 행정이 국민들에게 집이란 단지 쉬고 재충전 하는 곳이 아니라 비교하고 과시하는 곳이며, 없으면 무시하고 창피 주는 대상이라는 나쁜 관념을 심어주었고, 수십 년 지속된 이 같은 개념 없는 관행이 국민들로 하여금 집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발현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우리 국민에게 주택의 의미는 주거용도를 넘어 투자의 대상, 신분 과시의 용도, 왜곡된 사회적 편견 그리고 혼사(婚事)의 조건 등으로 변질되어 온 탓에 더욱 기이한 사회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나친 관심과 집착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하는데, 주로 대중의 광적인 행동을 설명할 때 인용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초의 거품경제 현상이었던 “튤립 파동(tulip mania)”이 대표적인 사례다. 튤립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헛소문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거품이 거듭해서 쌓인 결과 결국 최종적으로 가격 폭락이라는 휴지조각을 안겨준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의 끝판을 보여준 사례였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과열 현상은 1)정치적 관심을 조장하는 사건, 2)건강식품 등에 대한 맹목적 추종, 3)특정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애정 그리고 4)특정 종교에 대한 맹신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 우리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병적(病的)일 정도의 과도한 애착은 급기야 과거 튤립 파동처럼 비이성적으로 과열되어 또 다른 형태의 거품경제 현상으로 굳혀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주택에 대한 비이성적 과열 현상을 순화(純化)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법이나 규제만으로 주택에 대한 소유욕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필자는 그 방법 중에 하나가 교육을 통한 집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전환”을 계도(啓導)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진 국가들처럼 평생 할부 매입이나 무소유 렌트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점을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계도하고 사회적 공감대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우리도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소유하더라도 평생 할부 매입) 임대해서 살더라도 이사 불안 없이 살 수 있도록 정부의 법적, 정책적 지원이 선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계몽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제도의 개선, 평생 임대주택 제도의 확대 그리고 주거용 월세 비용에 대한 세제혜택 등과 같은 획기적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 할 재정을 확보하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입법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돈 빌려주고 이자벌이 하는 것은 올바른 직업이 아니라고 배웠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은 여유 돈이 생기면 예금을 하지 돈 놀이는 안한다. 우리는 차를 살 때 할부인지 리스인지 현금 완불인지에 따라 아무런 편견과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기죽지 않는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은 할부로 차를 산다. 왜 그럴까? 그게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공감대이고 그 바탕에는 교육을 통한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경영학 박사 이 경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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