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Winter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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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JCU 교수기고
2.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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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이 감정들을 자신도 알지 못하거나 잘 정돈을 하지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타인과 갈등은 물론이거니와 속병까지 얻어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렇다고 감정을 제거하면? 인생의 깊은 맛, 풍부한 삶의 면면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인간은 감정에 휘둘려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감정으로 인해 인생의 풍부함을 갖게 되는 존재이다. 그런데 감정 중에서도 모순이 있는 감정도 있다.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다. 길을 걷다가 넘어져도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도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만을 부끄러움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참, 그 사람 뻔뻔하네.”, “저런 짐승만도 놈!”이란 말을 하게 되는 상황이란 차마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거나 그 일을 한 후에 반성의 기미도 없는 사람에게 쓴다. 이를테면 8살 된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한 조두순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자기가 한 나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 이것이 수치 감정이다. 그래서 수치심은 양심, 죄책감, 도덕성과도 긴밀히 관계한다. 수치심은 앞서 언급한 부끄러움, 뻔뻔함과 함께 염치, 파렴치, 죄책감, 모멸감, 수모, 낯 뜨거움, 비열함 등의 감정과도 일정 부분 겹쳐있다. 그래서 수치심 그 자체만을 연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수치심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는가에 대한 자기 생각으로 관습적이고 문화적인 환경과도 크게 관련한다.

 정신분석에서는 본래 사람은 수치심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데 살면서 개인적인 결함이나 어떤 잘못이 타인에게 노출되거나 이에 대해 비난을 받으면서 생기는 감정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심은 인간이 쾌락만을 따라 행동하려는 것을 억압하고 방지하는 일종의 장벽 역할을 한다. 이런 순기능과 함께 수치심은 자신을 옭죄는 기능을 한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만은 아는 나쁜 행위, 부끄러운 생각들과 이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한심한 놈’, ‘나는 왜 이 모양인가!’와 같은 수치심이 자신을 단죄한다. 나를 옭죄는 감정은 주로 우울과 분노로 드러난다. 우울은 자기를 전체적으로 비난하고 존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분노는 “바보 같은” 자신에게 향해지거나, “나를 이토록 부끄럽게 만든”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자신에게 향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분노가 향해지는 것이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철학에서 수치심과 같은 감정을 연구한 사람은 별로 없다. 철학은 명증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철학자 중에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굵직한 철학자가『니코마코스 윤리학』과『수사학』에서 수치심을 다룬다. 그가 정의하는 수치심은 “불명예를 안겨줄 성싶은 과거, 현재 또는 미래의 비행(非行)과 관련된 일종의 고통 또는 불안”으로 수치심은 오히려 길러지면 안 되는 감정이다. 왜냐하면 수치심은 이미 잘못을 한 후에 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치심을 가질만한 행위를 하는 것은 나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 인간 존재가 상대적으로 덜 미끄러지긴 했을망정 안 미끄러진 사람이 있었던가! 나약한 인간으로서 걸려 넘어지는 걸림돌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다음번에 같은 일이 벌어질 때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반성문 한 번쯤 안 써본 사람이 있던가. 그런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염치가 있어 차마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사회내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고 그 위치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마땅히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치심은 과거 행위에 대한 자기감정이라는 것을 넘어서 그 반성이 미래에 행할 수도 있는 내 행동과 말에 대한 절제, 혹은 자기 강제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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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박완서

 바쁘게 사느라 잃어버린 감정, ‘부끄러움’을 되찾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난다. 동창들은 서로 마음을 터놓기 보다는 남편 직업이 뭔지, 결혼은 왜 세 번이나 했는지, 얼마나 잘 사는지 등등 외적인 것만 묻고 관심을 갖는다. 사실 ‘나’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 첫 번째 남편은 농사꾼인데 돈이 생기는 일에는 남의 이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이다. ‘나’는 고결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두 번째 남편은 잘나가는 대학교수였지만 가식 덩어리였다. 위선보다는 차라리 대놓고 물욕을 드러내는 것이 더 진실 되어 보인다고 생각해 현재 마지막 남편을 만난다. 가식은 없고 도박 놀음도 없지만 말 그대로 속물 장사꾼이다.

 어느 날 ‘나’는 길을 걷다 한 여행 안내원을 보게 되었는데 그 여행 안내원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여기부터는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하자 ‘나’는 불현듯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몰아치게 되었다. 그러자 ‘나’는 다시 자신에게 찾아온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자신만 느끼기에는 아쉽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러움을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내가 느낀 부끄러움은 현실에 매몰되어 물질적 가치에만 정신이 팔렸던, 삶의 진정성에 대한 부끄러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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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수상담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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