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8년 Autumn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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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학과 김현미 교수의 상담 Story 15. 대물림되는 가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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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은 인간의 발달과 적응 그리고 배우자 선택 및 결혼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매일 싸우는 부모처럼 살지 않기 위해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나의 부모처럼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결혼 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있다.

 ‘우리 엄마처럼 하지 말아야지’, ‘절대로 술 마시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

 이러한 말들은 부모 세대의 문제를 나와 내 자녀 세대에 대물림하지 않고 싶은 간절한 바람의 표현이다. 우리 속담에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면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적대자와 동일시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시어머니의 호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욕하면서 나는 안 그래야지 생각하지만 결국 본인도 시어머니가 되면 자기가 당한 것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며느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며느리로서 자신이 겪었던 괴로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며느리를 더 잘 이해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와 유사하게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알코올 중독인 경우 자녀가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은 70~90%에 이르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의 70~80%가 어려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라거나 부모에게 맞으며 자란 아이들이라는 점은 폭력이나 알코올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얼마나 강력하게 세대를 지속하며 대물림되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식당을 하시는 부모님께서 늘 늦게 집에 돌아오시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혼자 외롭게 보낸 중년의 한 남성은 아내나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지만 늘 외로움을 느낀다. 직장 일을 우선시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 스스로 가족들과 거리감을 두고 지내면서 내면의 외로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그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슷한 상황을 재현해줄 사람을 선택하고, 알게 모르게 상대방을 통해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귀향증후군(the going home syndrom)이 발동한다. 어린 시절 해결하지 못한 가족 간의 갈등 고리를 다시 한번 풀고자 하는 무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지금의 가족 또는 비슷한 상처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높으며 비슷한 아픔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가족치료자인 보웬(Murray Bowen)은 가족의 정서과정이 세대를 관통하여 지속되며 이전 세대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다음 세대에 넘어가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쉽게 말하면 한 세대의 문제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이 된다는 것이다. 대물림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다. 굳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나를 포함한 주변의 가족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대물림을 볼 수 있다. 원가족에서 부모님의 불화와 폭력을 경험한 기혼여성 A씨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반복될까 불안해하고, 행복이 깨질까 불안해하면서 남편에게 술과 폭력을 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남편이 직장을 잃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무능력한 자신을 자책하고,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면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화 되고 급기야 남편이 폭력을 쓰는 일이 벌어졌다. 대물림을 벗어나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은 부모님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과 남편을 보면서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부인의 미해결된 상처가 현재의 부부관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었다. A씨는 남편이 잘하고 있는 것보다는 잘못하고 있는 것이 더 눈에 잘 띄고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에 치우친 부적절한 반응을 하곤 했다. 결혼 후 남편이 자신의 친정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고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남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더 분노를 느꼈던 것이다.

 과거에 받은 상처를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 더 큰 분노가 일어난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A씨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머니가 했던 방식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어머니가 한 행동들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대물림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어지고,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부정적인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상처가 무엇이고,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와 가족을 둘러싼 문제는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원인일 때가 많다. 나의 부모와 조부모 그 이전부터 반복되었을 역기능적인 대물림을 끊겠다는 각오와 소중한 나의 자녀들에게 대물림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때 자신이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아픔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는지 직시하고 상처받은 자신을 공감하다 보면 현재 가족의 문제도, 해결책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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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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