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8년 Summer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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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학과 김현미 교수의 상담 Story 14. 가족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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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에서 만나는 내담자(client)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가족관계, 대인관계, 학교 부적응, 진로고민, 부정적 정서(우울, 불안 등), 중독, 의사결정의 어려움, 성격 문제 등이 상담에 온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주된 문제들이다. 상담은 내담자가 부적응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어려움이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의 이론적 접근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발달사나 과거력, 문제력, 현재의 기능 수준 등을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내담자의 과거와 현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매우 무기력한 존재로 생존을 위해서는 부모(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을 해야만 한다. 보통의 엄마(good enough mother)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밤잠을 설치면서 수유를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에게 말을 걸고 웃어주면서 아기를 돌본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기는 세상에 대한 신뢰감(basic trust)을 형성하게 되고, 성격 형성의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부모가 없었거나, 부모가 정신적인 어려움(우울증 등)을 경험하면서 자녀를 돌보지 못한 경우, 또는 자신의 스트레스나 화를 자녀에게 풀거나 적절한 애정을 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마음속 깊이 불안감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기 어렵게 된다.

 가족 내에서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받거나, 너무 어린 시절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에 변화가 생기고, 감정(정서)과 관련된 구조가 아예 바뀌어 버리고, 이로 인해 무력해지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 된다. 즉, 정서 장애의 위험이 매우 커지는 것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믿음을 굳게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배신할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버려질 것이다 - 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문제에는 부정적인(역기능적인) 가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 상담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고등학교를 자퇴한 16세 A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에 가족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그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한 A는 개인상담, 캠프, 학교복귀준비 등 1년이 넘게 센터의 다양한 활동을 한 후, 복학을 하여 학교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었기에 사례를 종결하였다. 종결 후 연락이 되지 않던 A에게서 위급한 전화가 왔다(00시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노라고). 지역의 경찰에게 연락하고 긴급 출동을 하여 위험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A는 19살에 6개월된 아들과 18살 아내와 결혼을 하여 살고 있었는데, 아이를 두고 가출을 한 아내를 찾지 못해 비관하여 사고를 치려고 했다고 하였다.

 A와 함께 간 집에는 소주병과 거울이 깨진 흔적 등이 널려 있었다. A는 부인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어(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의처증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하였음), 배달을 하면서도 수시로 집에 전화를 하고, 부인의 행적을 알려고 하였으며, 술을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곤 하였다. A의 의심하는 행동과 폭력적인 행동,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답답함 등으로 부인은 아이를 버려두고 나가서 술을 마시거나 놀다 들어오는 일이 있었고, 심지어는 가출을 하기도 하였다.

 무엇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A와 부인은 모두 부모가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아주 미성숙한 상태였던 것이다. 때리고 빌고 용서하는 일이 반복되다가 급기야 사흘이 넘도록 부인이 돌아오지 않자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고 했는데, A의 의심과 폭력 행동은 자신의 아버지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A의 아버지는 가정폭력 가해자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으며, A가 아는 아버지의 부인은 7명이라고 하였다. A가 기억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엄마와 아빠가 치고 받고 싸우고 엄마가 가출을 하여 엄마를 기다렸던 일, 돌보아줄 사람이 없어 아동복지 시설에 맡겨졌던 일, 자신을 맡겨놓고 몇 달이고 한 번도 오지 않던 아빠가 웬 낯선 아줌마와 함께 와서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던 일, 그 아줌마와 싸우고 가출하고, 시설에 맡겨지고, 또 새로운 아줌마와 함께 살았던 일... 보통의 또래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놀러가거나 엄마가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기억을 A에게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싸우는 동안 외동인 A는 혼자서 불안했을 것이고, 시설에 맡겨질 때 역시 두렵고 불안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A는 사람 특히 여자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살기 위해 엄마는 A를 버리고 집을 나가는 선택을 했지만, A의 입장에서는 버려진 것이고, 반복적인 버려지는 경험을 통해 여자는 언제든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갈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과 동시에 끝까지 가정을 지키고, 한 여자와 백년해로하고 싶은 욕구도 매우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욕구로 인해 A는 부인이 집을 나가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성관계를 했으니 헤어지자고 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또한, 가족에서 경험한 아버지의 모습은 긍정적인 롤모델이 되지 못하여 술을 마시고, 부인을 때리는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가정을 지키고 유지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욕구(동기)를 충족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법(수단)이 부재하였기에 자신도 싫어하는 아버지를 닮고, 똑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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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우리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것들의 대부분을 모방하면서 살아간다. 즉,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 가족은 유전자를 제공해준 사람, 성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 족보에 함께 남는 사람, 그 이상으로 삶의 이야기와 감정적인 유산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트라우마와 부적응적 패턴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세대를 거쳐 되물림 된다. 후성 유전학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유전자에 기록된다. 부모의 두려움, 심한 스트레스, 트라우마는 아이에게로 전이된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이 있고, 같은 상황에서 개인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연령에 도달하면 우리에게 상처를 준 가족들을 멀리하기 위해 악의적인 어떤 연결을 끊으려고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20살이 되면(혹은 대학에 가면) 나가서 혼자 살거나 부모와 평생 연락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청소년이나 부모를 찾아뵙지 않고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하는 성인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연을 끊으면 결국 우리에게도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인연을 끊는다고 해서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시작이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과거에 상처를 받은 사람을 또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건강한 관계를 맺는게 더 어려운데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렬하여 끊임없이 사람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 싶어한다. 이런 경우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줄 사람을 찾지 말고, 스스로 먼저 치유해야 한다. 역기능 가정이나 부정적인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정말 심각하다. 많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가족은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우리를 추락하게 할 수도 있다. 부모나 가족, 친척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내 삶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서 불행하고,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학대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의 영향을 받는 존재인 동시에 지금 현재,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노력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나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 것,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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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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