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표준시로 유명한 그리니치(Greenwich)를 만나보는 길은 배가 제격이란 말에, 우리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아니나 다를까, 뱃길 중반에 영국 산업혁명의 표상인 타워 브리지(Tower Bridge)를 만났다. 빅 벤과 함께 런던의 상징으로 꼽히는 타워 브리지는 야경이 장관이라고 하지만 아침에 만난 타워 브리지도 환상적이었다. 이래서 배를 타라고 했구나! 특히 요즘은 일주일에 2번만 다리가 팔(八)자 모양으로 들려진다고 했다. 제부와 조카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였으나 나와 동생은 다른 곳에 있다가 늦게 도착해서 그만 그 멋진 광경을 놓치고 말았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일주일에 두 번. 이미 배는 지나갔다.

그리니치에 도착한 후 핸드메이드 인형이나 영국의 대표 관광 자랑거리를 축소해놓은 기념품 등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수제품을 파는 노점상이 가득한 그리니치 시장(Greenwich Market)을 구경했다. 시장 근처에 위치한 그리니치 공원(Greenwich Park)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대부분의 기간동안 영국 특유의 흐릿한 날씨 속에 여행이 진행됐지만, 녹색의 드넓은 잔디밭은 눈부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청아하고 반짝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그리니치 시장에서 구입한 먹거리로 점심식사를 했다.
영화에서 자주 보던 풍경. 늘 바쁘게 사는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사뭇 달리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게 점심을 즐길 줄 아는 영국인들의 삶이 조금씩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지구 경도의 원점 그리니치 자오선에서 서울을 찾아보았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들어 마음이 먹먹해진다. 서울을 배경으로 서둘러 사진도 찍고 전시관 관람을 마쳤다. 좋은 음식을 먹고, 풍경 앞에 서니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니치 공원에 누워 푸른 하늘을 맘껏 구경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하늘 풍경에 그려본다.
다음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도시 케임브리지(Cambridge)를 가기 위한 여정이다. 출발지는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 킹스크로스 역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들이 호그와트 성으로 출발하는 기차역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역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영화 속 해리포터를 맞이하고 있었다. 특히 벽에 막혀 보이지 않는 승강장 PLATFORM 9¾ 앞은 관광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역에 위치한 해리포터 Shop에서 9파운드를 결재하고 티켓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나도 한 컷 추억을 새겼다.

킹스크로스 역에서 약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케임브리지에 도착한 후 The Sedgwick Museum of Earth Science이라는 조그마한 박물관을 구경했는데 제법 많은 전시물이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른 탓에 박물관을 유난히 좋아하는 막내조카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펀팅투어 장소로 향했다. 펀팅(Punting)은 나룻배에서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밀며 주변을 구경을 하는 것을 말한다.
펀팅 이동경로로는 헨리 6세가 1441년에 세운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다리 ‘수학의 다리(Bridge of Mathematics)’가 있는 붉은 벽돌로 만든 퀸스 칼리지(Queen's Colege), 뉴턴의 모교이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가장 규모가 큰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세인트존스 칼리지(Saint John's College) 등이 있다.

특히 트리니티 도서관에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그가 쓴 친필 노트가 전시되어 있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곰돌이 ‘푸’의 원작자인 알란 알렉산더 밀론이 아들을 위해 그린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의 초본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인트존스 칼리지는 튜더 양식으로 세워지고 튜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에 학생들은 공부가 너무 힘들어 탄식을 하며 지나갔다는 ‘탄식의 다리(Bridge of Sighs)’가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해 주는 뱃사공의 말을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간혹 들려오는 낯익은 단어들만으로도 대강의 내용이 전해졌다. 내 눈치가 이렇게 높은 수준이었음에 새삼 감탄하며, 캠 강을 따라 유유히 거슬러 가며 고풍스러운 케임브리지를 둘러보았다. 펀팅을 끝내고 케임브리지대학이 우리 대학인양 캠퍼스를 거닐다가, J.J 톰슨이 전자를 발견한 캐번디시연구소(Cavendish Laboratory)로 향했다.
아뿔사! 너무 늦게 도착한 관계로 내부는 구경 할 수 없다고 한다. 속상했지만 연구소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케임브리지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해질 무렵의 저녁노을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부족할 만큼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