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발 2시 30분, 런던 행 네덜란드항공 비행기는 고도를 점점 낮추더니 도착예정시각보다 10여분 늦게 런던공항에 도착하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으나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던 유럽이 내 눈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풍경들 사이로 수많은 서양인들의 모습에서 드디어 유럽에 왔음을 실감한다. 시차 때문인지 머리가 약간 무거웠지만 이 정도에 의기소침 할 내가 아니었다. 어떻게 얻어낸 여행인데...
국제사이버대학교 학생에서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조교가 되어 일하게 되었다. 즐겁게 일한 덕에 업무평가 우수 사원에 선정이 되었고, 부상으로 유럽여행까지 하게 되었으니 가히 집안의 경사였다.
학교에서 유럽여행을 보내준다고 하자 동생가족이 함께 영국을 가자는 제안을 해서 그러기로 하였다. 연로한 어머니만 한국에 남겨 놓는 게 마음 아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유럽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실행해 옮기기로 했다.
처음 가 본 영국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언제나 흐린 날이 많다던 영국의 날씨는 여행 내내 우리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느낄 수 있는 맑은 날이었다. 그래서 잠깐 잠깐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비까지도 상큼하게 느껴졌으리라.
여행 1일차: 박물관의 나라. 영국.

영국에서의 여행 첫날 일정은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이었다. 공룡이 엄마보다 좋다는 7살 조카 녀석이 제일가고 싶었던 곳으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뼈대로만 구성된 26m의 거대한 공룡 디플로도쿠스 (Diplodocus)의 위용(威容)앞에 내가 더 긴장이 되었다.
생명관과 지구관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로봇공학을 적용해 공룡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공룡관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런던을 온전히 구경하려면 며칠이면 될까?

1주일 일정이 너무 짧은 것 같아 머리띠 질끈 묶고 바쁘게 움직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 기관차를 비롯하여 영국 과학의 발달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으로 향했다.
혼자만의 여행이라면 물 좋은 곳에서 눈을 호사시켜보겠지만 사랑하는 조카들과 동생내외 앞에서 나도 엄마가 되어 조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여행에 만족해야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은 내내 기분 좋은 콧노래가 절로 흐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