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로 보는 인생 수업] 정주행하며 성장 중입니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 #2. 빠져나올 수 없는 선택, 그리고 반복 ? 높은 풀 숲에서
<높은 풀 속에서:In the Tall Grass>
이 영화는 미국의 유명 작가인 스티븐 킹과 그의 아들인 조 힐이 공동 집필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한편으로는 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지?”
이야기는 단순하다.
임신 6개월 차의 베키와 오빠 칼이, 풀 속에서 들려오는 한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선택 하나로, 모든 것이 틀어진다.
풀 속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고, 들어가는 건 쉽지만 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곳에 서 있고, 바로 옆에서 들리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다가 사라진다.
이 영화의 긴장감은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공포가 아니라, 여기서 못 나간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는 공포였다. 그래서 인물들이 흩어지는 순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불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이 모든 상황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풀 속, 교회,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돌.
이 요소들은 분명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반복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건 죽어도 끝이 아니라는 설정이다. 이 공간에서는 죽음은 탈출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반복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더 답답하고, 더 무서웠다.
이 영화에서 풀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결국 그들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풀 속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나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왜 임산부라는 설정인지, 왜 시공간이 뒤틀리는지, 돌의 의미는 무엇인지, 구원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채 끝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결국 따로 해석을 찾아보게 된다.
토빈의 아버지 캐릭터는 꽤 강렬했다. 마치 이 공간을 이해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동시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그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정말 단순한 광기인지, 아니면 이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더 불쾌하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결국 ‘높은 풀 속에서’는 완벽하게 이해되는 영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해하려고 할수록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는 끝까지 한 가지 감각을 남겼다.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느낌. 영화가 끝났는데도, 어딘가 계속 그 풀 속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
아마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그 지점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이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쯤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이 정말 스스로의 의지인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반복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선택들이 사실은 이미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