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가족마당
    우리네 식탁,
    식문화 역사 탐방
    #6. 우리네 식탁의 명품조연, 두부이야기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연배우들의 연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작은 주연배우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는 법. 주연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 요소 중에 하나 바로 조연이다. 명폼조연들의 혼신의 연기는 작품에 깊이를 더함은 물론, 최근에는 명품조연들의 활약에 작품의 다른 이슈보다도 더욱 주목받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만약 우리네 밥상에서 이러한 명품조연의 역할을 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주요 음식의 맛을 더하고 때로는 다른 음식보다 더욱 주목받는 식재료가 있다면 필자는 바로 ‘두부’를 명품조연으로 뽑고 싶다.

     우리네 밥상에서 콩은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된다. 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간장과 함께 졸여 밥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된장으로 만들어 국이나 각종 곁들임에도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가 바로 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도 두부는 각종 국이나 탕, 찌개 요리에 자주 들어가 식감과 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구이류 요리에 같이 곁들여 먹기도 하며, 부침이나 조림 등 양념장과 함께 당당히 요리의 주연이 되어 우리의 입 속에서 고소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두부는 언제 어떠한 경로로 우리네 밥상에 오르기 시작했던 것일까?

    이미지


     두부가 탄생한 계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학설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전한(漢)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연단술을 익히던 도중에 우연히 탄생되었다는 설이다. 이 내용은 설화로도 존재하는데, 유안은 도가(道家)에 심취한 도인(道人)으로 오랫동안의 수행 끝에 지쳐있었는데 산을 오르다 8명의 신선을 만나게 되고 이들에게 불노장생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두부를 먹으라 하고 콩을 갈아서 두유를 만들고 응고시켜 두부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문헌에서 단 한 번도 두부가 언급된 적이 없었으므로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

     본격적으로 두부가 문헌에서 언급되는 것은 북송 시대로, 두부가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는 서술이 비로소 등장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두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0세기쯤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대대로 유목 민족과의 교류를 통해 양고기의 안정적인 유입이 있었지만, 북송대에 들어 관계 악화로 인해 양고기 유입이 줄면서 고기 수급이 줄었기에 대체재로 두부를 만들게 됐다는 추측이 존재한다.

      유안 발명설 외에는 유난히 콩 음식을 즐겨 먹는 중국 북부 지역에서 두유를 끓이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중국 북부설, 몽골 유목민이 치즈를 만드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처음 만들었다는 몽골설, 불교와 함께 인도에서 들어왔다는 인도 유입설 등이 있으나 정확하게 정설화된 것은 없기에 학계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에서 두부를 식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부터였는지 현재까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문헌적 근거 부족으로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아 외형적으로 두부의 실재를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 음식류의 수를 비롯하여 그 구성으로 보아 늦어도 삼국시대 말기에는 중국의 두부가 식용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두부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말 혹은 통일신라시대 초기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한국 문헌 가운데 두부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말기 성리학자인 이색이 지은 《목은집(牧隱集)》으로, 목은집에 실린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시(詩)에서 "나물 죽도 오래 먹으니 맛이 없는데,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어 늙은 몸이 양생하기 더없이 좋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고려말의 문신 권근도 자신의 저서 《양촌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누렇게 익은 콩이 눈같이 하얀 물을 뿜어 펄펄 끓는 가마솥 불을 정성들여 거둔다. 기름에 번지르르한 동이 뚜껑을 열고, 옥같이 자른 것이 밥상에 가득 쌓인다."라고 묘사했다.

      조선시대에는 두부 제조법이 더욱 발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세종 10년(1428)과 세종 16년(1434) 기사에서 두부와 관련된 일화들이 나온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사신을 따라간 요리사가 조선식 두부를 만들어 선덕제에게 올리자, 선덕제가 그것을 맛보고 크게 감탄하여 사신에게 벼슬을 내렸다는 내용과, 두부를 만드는 기술자들의 실력에 대해 논하며 더욱 잘 만드는 기술자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밖에도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에 지원군으로 파견된 명나라 사람들에게 두부가 입맛에 맞아 명군을 위한 식단에 두부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두부는 매우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어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선군들의 식단이 부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이미지

    [조선왕조실록]

      조선의 연간 풍습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10월 대목에서는 연포탕(軟泡湯)이라고 하여 두부를 가늘게 썰어 꼬챙이로 꿴 후 기름으로 지지다가 닭고기로 우려낸 육수에 넣어 끓이는 전골 비슷한 요리를 먹는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두부를 만드는 일은 주로 인근 절에서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왜냐하면 고기를 먹지 않는 절에선 두부를 많이 만들어 먹기 때문. 쇄미록(?尾錄)이라는 문헌을 보면 포회에서 사용할 두부 만들기를 거절한 승려들을 관아로 고소하여 발바닥을 맞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숭유억불 국가 조선에서 감내해야 했던 승려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연포탕 같은 경우 육수를 내려면 닭을 잡아 고기를 삶아야 했으니 살생을 금하는 승려의 입장에선 그만큼 난감했던 일이 없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기록으로 보아 조선시대에서는 육류를 먹지 않는 승려들의 단백질 공급을 위해 두부를 제조한 것으로 보이며, 사찰이 두부 제조의 중심지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왕실에서 왕족들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두부를 만드는 조포사(造泡寺)라는 절이 별도로 존재했으며, 이 조포사는 양반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지녔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두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중요한 식재료로 쓰였으며, 한국, 중국, 일본의 두부 제조 방식과 완성된 두부의 맛, 모양, 질감은 서로 비슷하지만, 즐기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두부의 맛과 모양을 원형 그대로 유지해 주로 찌개에 넣거나 기름에 부쳐 먹는다. 반면 중국은 볶고, 찌고, 말리고, 발효시키는 등 다양한 조리 기술을 이용하며. 일본은 부드럽고 콩 맛이 진한 생식용 두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경우엔 두부 요리 레시피가 100종류나 될 정도로 다양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히야얏코’는 두부 위에 고명과 양념을 얹어 차게 먹는 일본 음식으로 냉두부라고도 부르며 여름에 주로 많이 먹는다. 반대로 추운 겨울에 많이 먹는 ‘유도후’는 두부를 다시마 등의 국물에 삶은 요리로 간장과 같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며, 일본 가정에서도 자주 먹고 유도후 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도 많이 볼 수 있다. ‘아게다시 도후’는 두부 튀김이라고도 불리며 두부에 간장맛 다시 국물을 끼얹어 뜨겁게 먹는 요리이다. ‘도후 덴가쿠’는 얇고 길게 잘라 꼬치구이로 만들어 달짝지근한 된장 소스를 얹은 요리이다. 흰 된장을 흰 깨와 함께 갈아 밑간을 한 다양한 재료와 함께 버무리는 ‘시라아에’도 있다. 최근에는 두부 자체를 맛보는 요리 외에 영양가가 높고 저칼로리인 두부를 고기 대신으로 사용해 두부 버거, 두부 그라탕, 두부 무스 등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추세다.

    이미지

    [일본 겨울 두부요리 ‘유도후’]

     중국은 두부 민족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두부를 먹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대부분은 두부를 매우 좋아한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단단한 질감을 지닌 북두부, 부드럽게 넘어가는 남두부, 두부를 눌러 먹는 두부건, 얼려 낸 동두부, 비지와 흡사한 두사 등 다양하다. 차갑게 먹는 두부 음식으로는 ‘소총반두부(샤오충빤또우푸)’가 있는데 네모난 생 순두부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파를 잘게 썰어서 얹은 요리로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마파두부(마풔또우푸)’는 따뜻하게 먹는 두부 요리의 대표로 간장, 두반장, 참기름, 마늘, 파, 생강 등을 기름에 볶다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가볍게 튀겨 낸 두부를 넣고 전분으로 농도를 조절한 요리다. ‘팔진두부(빠쩐또우푸)’ 역시 마파두부와 마찬가지로 뜨겁게 먹는 두부요리로 질그릇에 새우, 해삼, 표고버섯, 마늘 등에 살짝 튀긴 두부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춰 끓인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간식거리로 즐기는 두부 요리도 있는데 바로 ‘초두부’이다. 두부를 발효시켜 기름에 튀겨낸 요리로 쾨쾨한 냄새를 내지만 세 번 먹으면 중독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초두부가 주는 맛의 여운은 길고 강렬하다.

    이미지

    [중국식 두부요리 ‘마파두부’]

     두부를 주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아시아 국가와 달리 미국인들은 주로 두부를 고기 대용으로 섭취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나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를 적게 먹고 싶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고기 요리에 고기 대신 두부를 넣거나 고기의 양은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두부로 채운다. 햄버거에 고기 대신 잘게 부순 두부, 양파, 계란 등을 넣어 조리 한 뒤 빵에 끼워 먹거나 단단한 두부를 잘라 꼬치에 각종 야채와 함께 꽂은 뒤 바비큐 소스를 발라 구워 먹기도 한다. 또 파스타 조리 시 고기 대신 부순 두부를 넣거나 샐러드 위에 기름에 살짝 지진 두부를 올려서 먹기도 한다. 연두부는 각종 소스의 재료로도 이용되는데 믹서에 간 두부와 치즈를 섞고 약간의 간을 한 뒤 샌드위치에 발라 먹거나 크래커 위에 올려 먹기도 한다. 이러한 두부 열풍 때문에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는 미국인이 늘고 있어 가정용 두부 기계와 두부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자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고소한 맛과 식감, 풍미로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두부는 오늘도 수많은 기술자들의 땀과 노력, 역사의 결실을 품고 우리네 식탁을 넘어 전세계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연재목록보기
    글, 사진 : 이형주 사원
    국제사이버대학교 기획지원팀
    Copyright ©2014 BY GUKJE CYBER UNIVERSIT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