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가족마당
    [동문기고]
    상담심리학과 김태희 학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상처나 아픔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평화로운 풍경이 좋으면서도 나를 뺀 나머지의 평화 같아서 가끔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일으키는 잡음으로 평화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 나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 포장하고, 누군가 나의 상처와 아픔을 눈치챌까 봐 전전긍긍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어린 시절 친한 친구에게 부모님의 재혼 사실을 이야기했었는데 그 친구의 부모님께서 “쟤랑은 적당히 어울리는 게 좋겠어. 친구는 가려 사귀어야 해.” 라고 말씀하신 것을 전해 듣고는, 나의 진심을 말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 성인이 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도 나는 그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여나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가 ‘나’와 ‘나의 아이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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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칠 수 있는 나만의 ‘대나무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랬었다. 무엇을 말해도 메아리쳐서 그 안에서 맴돌 뿐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런 ‘대나무 숲’ 말이다. 이곳은 손에 닿지 않는 무지개 너머의 세상같이 늘 갈증으로 남아있었는데 최근 대나무 숲을 찾은 것도 같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학과 모임에서 만나는 학우님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각자의 삶을 나눈다. 불편함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고, 그 사람의 삶으로 온전히 이해받고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 역시 상담심리학과에서 진행한 심리극 집단에서 주인공으로 참여를 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를 공유함과 동시에 나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기회를 가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일들을 개방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선입견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안전함을 확인받는 것 같았다. 마치 아이가 세상에 나아갈 때 안전한지 엄마를 통해 확인받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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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여름방학에는 학과에서 진행한 [비구조화 집단상담 - T그룹]에 참여하게 되었다. 집단상담 과목을 공부하며 참여자로서, 진행자로서, 관찰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 너무 궁금하였는데 드디어 참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과연 나는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집단상담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경험하게 하였다. 내가 평화롭게 바라봤던 풍경 속 사람들도 가까이에서 보면 크기는 다르지만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 아픔을 딛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들에 공감하다보니 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고,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형체만 다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짧게 경험해 본 개인상담에서 나는, 나의 생각과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어려웠다. 오히려 상담자의 언어와 비언어적인 것에서 나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느라 불안함이 크고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도망치듯 개인상담을 중단했다. 반면 이번에 경험한 집단상담에서는 집단원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해주는 모습에서 안심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나 역시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피드백을 들으며 나의 상황이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일 수 있구나. 예전에는 어느 하나의 피드백을 정답으로 생각하여 그것에 맞추려 노력하였다면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나서는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문제 안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너무 힘들고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 생각에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쉽지만, 문제 밖으로 나와 객관적으로 보면 그 상황이 실은 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상담프로그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견고하게 나를 방어했던 (심리적) 방공호에 균열을 준 큰 울림이었다.

 ‘매 순간 깨어 있되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스스로에게 내 준 숙제이다.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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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태희 학우
상담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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