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 Autumn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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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박미현 교수의 마음으로 쓰는 강의 노트 1. 마중물(priming water)이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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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의 대한민국 입국은 꾸준한 증가세로, 2015년 12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수는 2만 8천명을 넘어섰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는 최근에 그들이 활약하는 TV프로그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V채널을 돌리다 북한이탈주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게 되고,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좀 더 알고자 하는 마음에 이 프로그램들을 즐겨 시청하는 편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 대학에서 많은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이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일상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적고 취업이 용이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 우리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는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으며 누적 졸업생도 상당수에 이른다.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일에 매진하는 시간도 빠듯한 그들에게 대학 입학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껏 만나본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겠다는 신념이 누구보다 강하다. 이러한 신념이 바탕이 되어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대학공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일과 학습의 병행이 가능한 사이버교육은 그들에게 매우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교육방법이 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대학교육을 위한 비용이 지원되고, 우리 대학에서도 새터민들을 위한 장학제도가 마련되어있어 학비에 대한 부담 없이 대학교육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막상 대학공부를 시작하고도 완전히 다른 체제하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기에, 그들에게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같은 한글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 북한에서는 잘 쓰지 않는 영어식 외래어, 영어, 한자어, 그리고 처음 접하는 컴퓨터 활용의 미숙, 생활문화의 차이로 인한 남북한 간 용어의 차이가 그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이들은 노동현장에서 밤늦게까지,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 학습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특강, 개강 및 종강모임 등 학과 행사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들에 대해서는 지도하는 교수로서 일반 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개별적인 학습지도와 상담, 진로지도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고, 직접 찾아가 만나서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그것이 때론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많이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도가 힘든 만큼 교수로서의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학생들도 바로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다.

 처음 새내기로 입학했을 시절엔 컴퓨터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고 했던 이들이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졸업하고, 지금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시설운영자로, 공무원으로 당당하게 일하고 있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박사까지도 취득하여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로 다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끼게 되고, 감사하기만 하다. “교수님,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또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저야말로 가르치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게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배우는 것에 대해 엄청난 열정을 보인다는 점이다. 대부분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많이 힘들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공부에 열심을 다한다.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하고, 대한민국에 정착하게 된 이들에게는 한결같이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 라는 강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다. 그렇기에 배움에 있어서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일 수 있으리라.

 또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같은 처지의 동료 북한이탈주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에 입학하도록 권면하고, 이들을 이끌어 주기 위해 멘토로 활동하기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배움을 통해 변화 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바쁜 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후배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모습이 때론 지도교수인 본인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들 중에는 통일이 되면 북한 동포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통일된 한반도에서의 복지실현을 위해 사회복지사로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에는 그다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통일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고,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지길 더욱 소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를 보며 요즘은 ‘열정’이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이 학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소 능력은 부족할 수 있어도 열정만큼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과 무한한 잠재력을 보면서 낯선 땅에서의 고된 생활 속에서도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

마중물 사진

 우리네 어릴 적엔 흔했지만, 요즘은 한적한 시골마을에나 가야 있을법한 수동식 펌프에서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한가득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꿈을 향한 첫 걸음으로 우리 대학에 입학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학공부를 잘 마치고 유능한 사회복지 전문가로서의 꿈을 실현하여 노력으로 결실 맺은 잠재력이 콸콸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내 스스로가 희망과 사랑의 ‘마중물’이 되어 더욱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오늘도 마음을 다져본다.

 지금도 꿈을 향해 땀 흘리며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며 인생의 여정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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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현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現 국제사이버대학교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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