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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답지가 없는 커피의 맛
최근 핸드 드립을 취미 삼아 배우기 시작했다. 핸드 드립도 자격증 과정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2급 정도는 커피 문외한도 연습을 열심히 하면 딸 수 있다고 들어서 충동적으로 수업을 신청했다.
자격증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목표였던 나는, 핸드 드립 강사님이 시범을 통해 맛보여주는 ‘제대로 내린 커피’를 아는 것에 집중했다. 이런 커피를 맛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덕분에 핸드 드립 커피의 다양한 맛을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배우는 김에 요새는 카페를 찾을 때 핸드 드립 메뉴가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개중 맘에 드는 원두가 있으면 한 번 마셔보기도 하고,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마셔보면서 여러 가지 맛을 체험 중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원두를 취급하는 가게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방문한 카페도 그런 곳이었다.
내가 이곳에 방문하게 된 건 사실 다른 이유에서였다. 근처에 라떼로 유명한 커피 맛집이 있다기에 찾아왔는데, 세상에. 자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유명한 집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에 자리가 비길 호시탐탐 노리는 누군가의 눈빛을 계속 마주하면서 커피를 마시기엔 부담스러웠다. 동행했던 친구와 상의 끝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아무 곳으로나 들어가자며 발을 옮겼다. 그렇게 리오네 카페를 만났다.
동탄 센트럴파크 근처에 위치한 제헤즈 커피는 테이블이 서너 개 놓여 있는 작은 카페다. 원두를 한 달에 두 번씩 바꾼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보았다. 계산대 옆에 카페에서 취급 중인 원두를 시향할 수 있게 전시를 해두어서 원두의 향을 맡고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고르기 어렵다면 일반 커피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난 최근에 게이샤 원두에 관심이 생겨 ‘페루 엘 크루세 게이샤 내추럴 원두’로 선택했다, 게이샤 원두는 원래 파나마의 게이샤 원두가 제일 유명하지만 워낙 비싼터라 자주 볼 수 있는 원두는 아니다. 대신 다른 지역에서 길러낸 게이샤 품종은 핸드 드립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하나쯤은 볼 수 있다. 내가 고른 원두도 페루에서 난 게이샤 품종 원두라는 뜻이다. 그 뒤의 ‘내추럴’은 커피 가공법 중 하나인데, 커피 체리를 수확한 후 자연 건조한 것이다. 이 가공법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데 가장 자주 보이는 말은 ‘허니’, ‘워시드’, ‘내추럴’ 정도이다. 커피 애호가라면 가공법에 따른 선호도가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로 잘 아는 편은 아닌지라, 주로 나라와 품종만 확인하는 편이다.
이렇게 원두를 골라 주문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트레이에 커피가 세팅되어 나온다.
핸드 드립을 배운 후로 한 가지 마시는 방법에 변화가 생겼다면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요새는 아이스로 마셔도 충분히 맛을 즐길 수 있다지만 역시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향이나 풍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이 페루산 게이샤 원두는 카페에서 기재한 설명에 따르면 ‘자스민, 꽃향기, 베리류, 화이트와인, 클린’에 해당하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나 같은 일반인 애호가들은 ‘그런가?’하고 알쏭달쏭한 채로 마실 확률이 높다. 그래도 이 중 두어 개만 느껴져도 ‘그렇구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어디까지 참고용으로 확인해 둔다. 나는 이중에 ‘자스민, 꽃향기, 베리류’까지는 느낄 수 있었지만 끝내 와인의 풍미는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답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다양한 원두를 맛본다는 건 오히려 커피를 쉽게 이해할 방법이 되는 것 같다. 한두 개만 맛보았을 때는 오히려 편협하게 생각했었다. 이 맛이 왜 안 느껴질까? 나는 저가형 커피에 맞는 입맛인걸까? 하고 고민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커피를 계속 접하면 접할수록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고 섬세한 세계를 다 이해하는 날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나니 편해졌다.
제헤즈 커피처럼 원두를 자주 바꾸거나, 다양한 원두를 취급할 수 있는 가게가 근처에 있다면 커피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 번 방문해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원두를 마셔보자. 설명과 다른 맛이 느껴져도,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러면 또 다른 도전을 하면 되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커피는 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