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pring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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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힘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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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2019 )

  #사랑의 종착역은 결별일까, 결혼일까


 계절을 알리는 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벌을 맞이하고, 그 결실로 먹음직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만 없다 뿐 꽃은 꽃이지만, 사이사이 열매 없는 그 싱그럽던 꽃은 스산한 바람과 제 빛깔을 잃은 채 으스러져 버리고 만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과의 교집합이 점점 커져간다. 서로가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되고, 주변의 일상생활들이 겹쳐지게 된다. 각자의 손을 잡고, 그 교집합을 넓혀나가는 사이 각자 남겨두었던, 혹은 겹쳐지지 않는 여집합들은 어둠 속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것은 희미해 보일 수 있지만 교집합을 전부 뒤엎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찰리를 따라 삶의 터전이었던 LA를 떠나 온 무명배우 니콜. 자신의 집, 가족들, 학교, 직장을 떠나 올 만큼 찰리를 사랑했지만 LA의 두고 온 마음이 찰리와 합의되지 않았던 게 갈등을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사랑의 마지막 역일까. 사랑의 끝은 그냥 결별일까.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걸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희생하는 것이 사랑일까. 같은 공간에 함께 사는 것이 사랑일까. 교집합이 적어도 사랑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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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반쪽 혹은 나의 전부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알고 싶다. 그러다 이들은 익숙해진다.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재 무엇을 좋아하는지, 미래에 이런 계획이 있구나를 다 알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의 홀로 있는 여집합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희미해진 나의 여집합도 겹치진 않지만 대화해주고, 바라봐주길 바라지만 평소에 세심하고 섬세한 성격이 아닌 이상 그 부분을 터치하기란 여간 힘들다.

 흔히들 애인이나 배우자를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나의 반쪽 혹은 나의 전부라고 저장해둔다. ‘반쪽’이라는 단어도 100% 중에 딱 반인 50%를 말하는 것이라 나의 다른 반쪽이라는 의미의 단어일 것이다. 결국 네가 나고, 내가 너인 말인데 연애 초에는 가능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의 감각이 무뎌지면 교집합이 커지는 만큼 여집합도 동시에 커져감을 서로가 느껴야 한다. 여집합의 성장을 무시했다간 오해와 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알던 네가 아닐 수 있고, 변했다는 소리를 할 수 있으며, 교집합마저 전복될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라라랜드의 줄거리가 잠시 떠올랐다. 서로 꿈을 펼치고자 한 지역이 달랐고, 남자는 여자의 무대를 옮겨올 만한 경제력이 부족했다. 그들은 결별을 택했고 각자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사랑 대신 자신의 성공을 최종선택했다. 궁극적인 목표나 목적이 이 사람을 통한 나의 성공과 사랑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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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결혼이야기”의 두 남녀주인공은 ‘이 사람을 통한 성공과 사랑’을 동시에 꿈꾸며 만남을 시작했고, 사랑의 서약을 하며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혼이야기

 이 영화는 명백히 말하면, 이혼에 대한 이야기다. 이혼도 결혼이야기 중에 포함되긴 하지만 왜 감독이 제목을 자극적인 ‘이혼이야기’라고 명명하지 않고 ‘Marriage Story’라고 지었을까. 자칫 진부할 수 있다. 누구나 떠올릴 법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누구나 겪을 만한 소재와 전개이긴 했다. 더불어 미국에 이혼소송과정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으며, 이혼도 경제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결혼 내지 이혼에 대한 책임감이 큰 것이다. 그것을 감수할 만큼의 자격과 능력이 있느냐도 중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혼 절차는 원만히 해결할 수 없는가보다. 양육권을 둘러싼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으니 말이다. 배우자는 사랑하지 않지만 내 아이는 사랑한다. 가족의 가장 큰 비극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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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나열하는 것, 매우 쉬운 일이다. 그 장점 덕에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으며, 사랑했다.

 니콜의 장점은 성가신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고, 남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주며 모범시민이다. 까다로운 가족문제에도 정답을 알고, 이발도 해주고, 선물도 잘 고르고, 잘 놀아주는 엄마이다. 놀다가 마는 일이 없고 힘들다는 말도 안 한다. 경쟁심이 강하며, 춤도 잘 추고 엉뚱한 실험정신에 장단을 잘 맞춰준다.

 찰리의 장점은 굴하지 않는 성격이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뜻을 꺾지 않는다. 깔끔해서 정리정돈을 믿고 맡길 수 있고, 에너지 절약가다. 영화를 보며 잘 울고, 뭐든 혼자 잘하고 지는 일이 거의 없다. 아빠 노릇을 즐기고 경쟁심이 강하며, 자기세상에 잘 빠지고, 자수성가했다. 주변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데 뛰어나며, 소속감을 느끼고 해주고 모두를 존중한다. 조직적이고 철저하다는 확신이 있으며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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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상대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 사랑이 남았는지 보지만 그들에겐 사랑이 남아있는 듯 하나 식은 사랑이 다시 타오르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었다. 마음이 갈라졌고, 그들도 갈라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웬만한 국가는 일부일처제이다. 결혼식에서 초대한 모두 앞에서 마주 본 한 사람에게 헌신과 사랑을 다하며 살 것을 맹세한다. 그 맹세가 깨졌을 때, 그들은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그렇게 그 사람만을 사랑하겠노라고 했던 이 사람이, 이혼을 하고 또 다른 사람과 사랑을 맹세한다. 그렇게 봤을 때,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적응하고,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 이혼을 하지 않고서는 합법적으로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 이혼했을 땐 또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몇 십 년 동안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한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말이다. 백년해로하는 부부들은 정말 이 사람만을 사랑해서 함께 오래 사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 혹은 배우자에게 세뇌를 하는 것인가, 정으로 사는 것인가, 그냥 그러려니 사는 것인가, 참고 사는 것인가, 어떻게 한 사람과 오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효리 씨가 라디오스타라는 예능에 나와서 한 얘기가 있다. “그동안 2년마다 남자친구가 바뀌었는데, 결혼하면 그러지 못하고,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하면서 “그러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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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는 같은 극단에 있는 배우와 바람을 피우게 되고, 니콜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은 내게 더 위안이 되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인데, 찰리에게 그 순간에 필요했던 사람은 아내 니콜이 아닌 직장동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혼제도 안에서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니콜이 원했던 남편의 모습은 니콜의 세계를 인정해주고, 꼭 안아주며 당신만의 세계도 누리면 좋겠다고 응원해주는 것이었다.

  #부부의 세계


 양육권을 놓고 처음에는 평화로운 합의를 예상했으나, 감정선을 건드는 치열한 전쟁이 되어버렸다. 그 전쟁 속에서도 그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살았는지 보여준다. 변호사와 같이 논의하다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고르는데, 연극에선 말도 많고 모든 걸 지휘했던 찰리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난독증을 보인다. 니콜은 익숙한지 ‘그리스 샐러드에 레몬이랑 올리브오일과 소스를 뺀 메뉴’를 골라준다. 덥수룩해진 찰리의 머리카락도 오랜만에 니콜이 잘라준다. 늘 있는 일이었던, 평범한 일상 중 하나가 더 이상 일상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 부부에게 조금은 저릿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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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 있는 니콜 친정집 벽에는 더 이상 찰리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지 않다. 각자 들어갈 방문이 있지만, 찰리가 들어갈 문도 없다. 니콜 마음 속에 더 이상 찰리가 누릴 만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 씁쓸하지만 현실이 되었다. 그들의 연결고리는 아들뿐이다. 아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굳이 LA에서 만날 이유가 없다.

 결혼의 목적을 자녀 출산으로 보는 ‘한국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갖지 않으려면 결혼을 왜 하냐’, ‘애 때문에 산다’, ‘애를 낳아야 결혼이 유지된다’ 라는 말은 지겹게도 들어왔다. 아이가 있어서 이혼을 참는 부부도 있다. 아이가 있어도 이혼을 하는 부부도 있다. 그 비율이 전자가 높다 해도, 그 부부의 세계 안에서 그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 부부의 세계에 있어 그것이 행복이라면 그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찰리와 니콜은 각자의 성공을 위해, 각자의 행복을 위해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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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가 부른 노래가사가 맴돈다.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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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주희
이러닝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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