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pring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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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맞이하며

 조선 말기인 1881년 일본의 한반도 침탈 음모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도력과 군 통솔력을 상실한 고종은 일본에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을 파견한다. 4개월간 일본 탐방을 마치고 귀국한 시찰단에게 고종이 묻는다.

 1) 일본은 정말로 강한 나라인가? 2) 만약 그렇다면 일본에 본받을 것이 무엇인가?

 시찰단 대부분은 <메이지 유신>을 겪은 일본이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근대화를 앞당기고 그 결과 엄청난 발전을 이룬 현장을 목격했다. 하지만 귀국을 앞둔 시찰단은 개방을 통한 과학과 신문물의 영접이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과 그것을 받쳐 주는 유교적 가치관이 무너질까 두려워 진실을 외면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결국, 팩트를 외면한 채 거짓 보고(報告)를 하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궁중(宮中)의 핵심 권력은 일본의 현실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스스로 경계를 풀면서 무장해제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1905년, 조선은 치욕의 <을사늑약>을 거치면서 나라를 잃었다.

 1997년 IMF 시절과 2008년 금융 위기 때를 기억해 보자. 수많은 기업과 은행들 모두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岐路)에 있었다. 누구는 당당하게 위기를 헤쳐 나왔지만, 일부는 위기 극복에 실패하여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고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들 생존에 실패하고 조기 몰락한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가짜 현실”을 만들어 자신들의 “진짜 현실”을 숨기고 왜곡하기를 반복하면서 이를 근거로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대출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부실 채권(債權)은 감추고 거짓으로 우량 자산(資産)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재무 내용을 좋게 만드는 소위 분식회계(粉飾會計)를 통해 실제 기록한 손실(부실)의 민낯을 가린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가짜실적”이 진짜로 둔갑한 것인데, 부실을 숨기는 관행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서 구성원들조차도 어느 날부터는 스스로가 가짜를 진짜로 믿고 당연시하며 전혀 죄의식 없이 민낯 숨기기를 자행했다는 사실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참된 진실이 가려지면 몰락하게 된다. 자신의 민낯이 어떤지 투명하고 정확히 인지하고 공개되어야 그에 맞는 해결책과 전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말 일본의 참된 현실이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일부 이기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되었기에 나라가 망했으며, 경영부실을 숨기고 가짜 회계자료를 내세운 자기 최면에 걸린 현실 부정 주의자들에 의해 분식 기업들이 퇴출당했듯이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무관심, 게으름과 위선, 그리고 무임승차라는 민낯(진짜 현실)을 숨기고 근거 없는 주장과 피해망상과 같은 가짜 현실을 진실인 양 포장한 채 스스로 자기 최면에 사로잡힌 사람을 보면 몰락의 그림자가 낀 것 같아서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국가든 회사든 건강한 조직, 발전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의 업무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 타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발적 자기 성찰을 한다는 뜻이다. 본교의 상황에 대비해 보자 1) 나의 업적과 실적은 동료들의 평균치에 근접하고 있는가? 2) 내가 가르치고 지도하는 학생들은 학업에 만족하고 지식 습득의 기쁨을 느끼고 있는가? 3) 나의 존재는 동료들과 소속 조직에 양(+)의 효과를 주는가 아니면 음(-)의 부담을 주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가짜 현실로 치장하지 않고 민낯 그 자체인 진짜 현실을 가지고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직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번 기고문을 통해서 나를 비롯한 우리 교원과 직원들에게 위 질문들에 대한 끊임없는 되묻기와 답변을 반복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자기 합리화가 습관처럼 굳어진 사람은 스스로 자기 최면에 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본인을 되돌아보거나 스스로 자신의 과거 업적을 평가하는 데 있어도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 자신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숨기고 남의 탓과 환경 탓 등 핑곗거리를 찾는데 몰입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이렇게 생산한 가짜 팩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동정심에 호소하고 동료애를 구걸한다. 갈등과 분란을 강 건너 불 보듯 팔짱 끼고 즐기고 심지어 조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마치 해결사 인양 상담역을 자처하고 가짜 팩트에 동조하고 덩달아 공감하며 가짜 약자의 리더가된 듯 행동한다. 이런 행태들은 논리도 근거도 없으며, 감동은 커녕 공감도 없을뿐더러 조직을 좀먹고 곪아 터지게 한다. 부실을 감추고 가짜 회계자료로 분식(扮飾)하여 남의 환심을 사다가 결국 다 같이 몰락한 부실기업의 사례와 뭐가 다른가?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은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 상황, 가짜 현실을 진실인 양 굳게 믿고 전혀 죄의식도 못 느끼는 인격 장애 상태를 말한다. 자신이 만든 자신만의 거짓 세계에서 진실을 외면한 채로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서 거짓 삶을 사는 사람이 우리의 동료이거나 동네 주민이거나 동호회 회원이라면 어떨지 생각해 보자. 진실은 묻히고 거짓이 횡행(橫行)하고 이에 편승한 가짜 선인(善人)이 등장할 것이다. IMF 시절 외환 대출과 운용의 주체였던 외국은행의 책임자였던 필자는 진실을 숨긴 채 가짜 자료로 연명하던 기업과 은행들이 결국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 결과 나라 전체를 부도 상태로 몰고 갔던 현장을 한복판에서 체험했다.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그 기억을 되돌리며 반문해 본다. 답은 분명하다. 필자가 본교의 운영 책임자로 있는 한 가짜 팩트가 진짜로 위장되어 동정받거나 더 나아가 진짜 팩트를 무효화 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직(職)을 걸고 막겠다는 다짐과 결심을 한다. 가짜 팩트로 정의(正義)를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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