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pring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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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스트? 슬로우? 인생이 속도가 아니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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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음식을 하나의 문화재라고 도 한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그들 요리 재료의 신선함, 다양함, 자연적 풍미, 예술적 감각의 요리법, 창의적인 레시피와 조리법, 다양하고 맛있는 소스, 격조 있는 테이블 세팅 등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과정과 절차가 잘 조화되어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품위 있는 음식 문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형태의 식당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 비스트로, 브라세리, 카페, 오베르쥐, 산드위츠리 등등이 그것이다. 프랑스 음식이야 예술적이기로 정평이 나 있고 그 격조 높음으로 인해 세계인의 부러움과 질투 어린 비아냥도 함께 받고 있지만 카페 문화는 참으로 정감 넘친다. 카페를 창업하려면 프랑스 국적을 소지해야만 한다고 하니 그들이 자랑하는 카페 문화는 프랑스만의 고유한 매력이 넘친다. 카페의 인테리어가 엄청난 것도 아니다. 카페에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비좁아도, 한여름에 에어컨이 없어 더워도, 프랑스 사람들은 카페를 찾아 느긋하게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레스토랑이나 비스트로, 카페의 웨이터는 그야말로 전문 웨이터들이다. 나이 지긋한 웨이터가 단골손님의 취향과 기분을 알아서 안내하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며 단골들은 웨이터들에게 친밀하되 예의 있게 대한다. 산드위츠리는 프랑스의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에 가장 많이 찾는다. 바게트 안에 채소와 치즈, 햄, 계란 등을 넣는데 프랑스에선 햄버거가 잘 안되는 이유가 바게트가 너무 맛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서 깊다는 카페 골목에도, 비싼 쇼핑거리에도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짱짱하게 영업 중이다. Rick Fantasia가 쓴 논문에 따르면 맥도날드가 파리에 처음 등장한 때가 1972년이라 한다. 맥도날드의 파리 등장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진다. 자부심 넘치는 프랑스 음식에 패스트푸드라는 똑같이 제조되어 빨리 먹는 그런 경박한 음식점 등장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부침을 겪긴 했지만 젊은 세대가 프랑스 음식에 돈을 쓸 만큼 여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산업구조상 빨리 먹고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기성세대의 우려와는 반대로 젊은 세대의 패스트푸드 이용은 날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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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도 빨리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있다. 비에느와즈리(Viennoiseries) :[크로아상처럼 여러겹의 결을 가지는 바삭한 빵을 통칭하여 비에느와즈리(Viennoiseries)라 함. 원래는 비엔나식 페이스트리이다.] 는 프랑스인들이 가벼운 식사로 먹기를 좋아한다. 빵이 맛나기로 소문난 프랑스는 비에느와즈리 상점이 곳곳에 있어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의 한 끼를 책임진다. 파리 거지들도 비에느와즈리 앞에 자리를 깐다. 운 좋으면 행인에게 바게트나 크로와상 하나를 적선 받지 않을까 해서다. 그렇지만 프랑스 청소년들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선호한다. 물론 파리의 맥도널드, 스타벅스도 파리의 카페 풍으로 테라스를 꾸미고 파리식 에스프레소와 크로아상 샌드위치나 바게트 샌드위치 등 프랑스식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페스트푸드라도 고유의 음식을 지키려는 일종의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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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음식문화는 단지 식당이나 음식 메뉴로만 가늠되지 않는다. 음식 뒤의 과정에서도 격조가 있다. 파리 시내 땅값 비싼 곳에 주방용품 및 조리 기구를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이 있는데 아주 성업 중이다. 보기만 해도 튼튼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표시를 팍팍 내주는 수제 칼, 갖은 주물 냄비, 조리 도구 등이 잔뜩 쌓여 있는데 물건을 주문하려면, 점원에게 내가 어디에 무엇을 쓸 것인지를 설명한 다음 그것에 맞는 도구를 안내받아 보여 달라고 해야 갖다 준다. 패스트푸드의 조리 기구는 기계화되고 규격화되어 있으나 슬로우 푸드의 조리 기구는 대체로 수제다. 슬로우 푸드 음식들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요리사의 아이디어와 솜씨에 따라 조리 기구도 필요한 크기와 재질,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요리사들은 이 수제 주방용품점에 와서 자신이 필요한(음식의 맛과 멋을 살리는데 필요한) 조리 기구를 산다. 요리사들의 요리는 음식의 맛과 만드는 과정, 음식 매너와 철학, 음식의 결과(건강)까지 전 과정을 담은 것이고 이것이 그 나라의 ‘음식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프랑스의 음식은 슬로우 푸드다. 맥도날드류의 음식과 프랑스 음식은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르다는 것이 꼭 단점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바쁜 현대인에게 패스트푸드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이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규격화된 맛으로 어디를 가든 실패할 확률은 극히 적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왜 현대인은 바쁜가? 바쁘게 일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산업 구조라면 패스트푸드가 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패스트푸드 문화여서 우리가 규격화된 미각을 장착하게 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재촉하며 속도전을 벌여야만 하는 산업구조에 의해서 우리의 미각을 자연도태 시킨 젓이다. 내가 이 세상을 사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의해 내가 사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slow’란 말 속에는 ‘sustainable(지속가능한)’, ‘ecological(생태적)’, 그리고 ‘aesthetic(심미적)’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시간에 떠밀려 자신의 존재 의미를 망각하면 이 세계에서 나를 지속시킬 힘이 없어진다. 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나는 자주 라면을 먹더라도 때론 멋진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다. 오늘날 시간을 저당 잡힌 사람처럼 살지 않으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 사회구조가 패스트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느리게 살겠다는 결심은 게을러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성찰을 하겠다는 의지이다. 느리게 살기 위해 시간을 내어서라도 슬로우 푸드를 먹고 산책하며 지인과 오랜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는 일련의 느리지만 깊은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깊고 느린 활동은 내가 어딘가에 처박아 놓았던 나의 창조성 즉 상상력을 꺼내주어 내 삶을 지속시킬 수가 있다. 생각해보라. 상상력이 사라진 삶은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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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수상담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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