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가족마당
16. 기술력을 통한 진보냐, 보완을 통한 완성이냐
[삼성 갤럭시 폴드]와 [엘지 V50]

 2019년 2월, 전 세계 모든 IT 기업의 시선이 국내기업에 집중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제품, 삼성의 차세대 폴더형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언팩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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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폴드는 기존의 스마트폰이 가진 화면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접히는 디스플레이 ‘폴더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그래서 펼치면 화면이 두배크기가 되죠. 예전에도 웹진에서 한번 언급했듯, 삼성이 자랑하는 기술력인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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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급력은 대단했습니다. 이미 화웨이에서 먼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발표했지만, 안으로 접히는 액정과 밖으로 접히는 액정은 1세대 정도는 진보된 기술력의 차이라는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고, 삼성의 기술력과 완성도를 극찬하는 글이 전 세계적으로 넘쳐났습니다. 갤럭시 폴드는 외부 액정이 1개 더 있어서 폰을 펼치지 않고도 충분히 스마트폰 활용이 가능합니다. 닫으면 일반 스마트폰, 펼치면 새로운 액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6인치 태블릿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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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폴딩(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형태의 화웨이 메이트X(좌)와
인폴딩(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형태의 갤럭시 폴드(우)

 가격대가 2,000달러가 넘어가다보니 출시 직후의 스마트폰을 구매할 충성고객층은 얼마 없겠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냈듯이, 갤럭시 폴드는 스마트폰의 세대를 넘는 진화를 이루어냈다는 평이 대다수였죠.

 하지만 빠르게 양산화를 한 이유에서였을까요. 심각한 설계 문제가 it리뷰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 폴드를 실제로 테스트하는 리뷰어들이 사용해보니, 폴드가 접히는 부분의 액정에 주름이 생긴다는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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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된 갤럭시 폴드(좌)와 메이트 프로X(우)의 액정 주름. 심각하긴 하네요.

 이미 화웨이 제품이 출시될 때 주름 이슈가 등장했었고, 갤럭시 폴드 역시 이 기술력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품의 품질이슈가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출시연기가 확정되었고 5월 현재까지도 출시미정 상태입니다. 사전예약자들은 2달 넘게 제품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죠.

 삼성은 모바일분야에서는 지금도 최고의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우리가 삼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재가 모여있는 곳인데 그들이 불가능하면 아직 시기상조인 기술로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국내기업이 있습니다. 엘지전자의 차세대 플래그십 V50이 유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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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폰이 갤럭시 폴드 발표 1주일 뒤에 엘지의 차세대 플래그십으로 등장했습니다...

 여담을 하자면,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 탄생 이후 누가 기술을 선도하느냐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여 패배하는 자와 승리하는 자가 뚜렷이 나타나는 ‘복싱 링’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태된 기술이 마케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막대한 투자비용을 통해 확보된 기술력을 가진 거대기업이 승리하는 경우가 9할이 넘죠.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엘지는 막대한 투자비용도 지불 할 수 있는 거대기업입니다. 그런데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한정으로 기술의 선도 부분에서 늘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엘지 모바일은 기술력을 통한 진보보다는 기존 기술의 보완을 통해 멀티스크린을 구현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것도 여담인데 ZTE가 한번 시도했다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망한 폴더형 듀얼스크린을 왜인지 모르겠는데 너무나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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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50 이전에 AXON이 있었다. 그리고 망했다.

 그리고 그게 갤럭시 폴드 발표 직후였다는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기술의 선도가 곧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모바일 시장에서, V50은 구형 기술로 신형 기술의 흉내를 내려 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심지어 듀얼스크린은 액세서리 개념으로 몇십만원을 지불해야 구매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술력도, 편의성도, 아무런 혁신도 이루어내지 못한 이 차세대 스마트폰을 차세대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제가 여러 it 매체들을 돌아다녀 봤는데 하나같이 유저들의 댓글은 엘지전자에 대한 조롱뿐 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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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모바일에서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출처 : Blind

 심지어 업체 소속을 인증하면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남길 수 있는 blind라는 앱에서는 자사의 플래그십 모바일 폰이 이렇게 출시되어 조롱당하는 것에 대해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전사업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르고 있는 엘지전자가 유독 모바일에서만 이런 결과를 거두는 것이 사실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거의 1주일가량 쉬지 않고 네티즌들의 조롱을 한몸에 받던 LG전자는 여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출시가 인하, 기존에 따로 구매해야 했던 듀얼 디스플레이 케이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뒤늦게 열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구지 듀얼디스플레이 킷을 끼워서 두껍고 무거워진 폰을 쓸 이유도 없고, 게임에 관련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데 과연 레이싱게임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거기에 듀얼 디스플레이를 지원해 줄 게임 개발업체가 앞으로 얼마나 될지도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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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갤럭시 폴드와 함께 v50의 출시연기를 IT분야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5G기술이 탑재된 세계 최초의 휴대폰이라는 발표도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5G칩의 품질 구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여론이죠. 결국 5월 10일에 출시를 확정지었지만, V50은 기존에 자신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혁신에 관련된 부분을 아무것도 어필하지 못하고 못하고 갤럭시 S10 5G보다도 늦게 출시, 이도 저도 아닌 스마트폰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 3D TV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기술력의 척도로 등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3D를 구현하는 안경을 끼고 입체감있는 화면을 보는 것이었죠. 최초의 3D 영화였던 아바타의 열풍이 불자 서로들 자신들의 기술력이 더 앞서있다며 3D TV를 판매대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019년 현재에는 어떤가요? 3D TV라는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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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구현되는게 잠깐은 신기하긴 했지만 구토증세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죠.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 사라져버린 기술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폴드 기술은 앞서 말한 3D기술 보다는 훨씬 롱런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패드와 스마트폰을 하나의 기기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생산비용이 저렴해진다면 공산품으로 넘어가 반지, 시계, 책, 일상에서 사용되는 컵이나 그릇 등의 인쇄 부분에도 다양하게 휘고 말려서 부착되어 구현할 수 있죠.

 먼 미래 이야기 같으시겠지만 제가 어릴 때 TV나 영화를 고화질로 볼 수 있는 휴대폰이 나올까? 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가 불과 20년 전입니다. 지금은 휴대폰이 TV보다 더 고해상도죠.

 OLED는 TV로 나오기엔 아직 수명, 소자 문제 등 갈 길이 먼 기술이라는 교수님의 강의를 14년 전에 들었었습니다. 지금은 70인치가 넘는 OLED TV가 구현되었죠. 21세기의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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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화백이 그린 1965년에 바라본 서기 2000년대의 생활 달나라 여행 빼고는
구현되지 않은 것이 없네요. 당시의 사람들에겐 꿈 같은 이야기였겠죠?

 그리고 그렇게 발전하는 모든 기술에는 개발과도기가 있습니다. 이 기술이 보편화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마 2~3세대쯤 되면 언제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냐는 듯, 모두가 폴드형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날이 올지도 모르죠.

 일단은 미완의 기술이나 어필하지 못한 제품을 욕하기보다는,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 중인 개발자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들이 매년 이렇게나 발전할 수 있는 건 전면에 등장하는 화려한 경영인들이 아닌, 끊임없이 연구하고 구현하는 실무자들의 노력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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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재욱
아마추어 IT리뷰어로
10년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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