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pring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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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그쇼 그리고 견종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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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1회 ‘웨스트민스터 도그쇼‘에서 심사받고 있는 비글들

 도그쇼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국내에서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도그쇼는 심사를 거쳐 ‘견종 표준’에 부합하는 견종을 선정하여 보다 나은 번식을 통한 혈통 유지, 애견문화의 질적 향상, 애견 산업의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에 목적을 지닌 행사입니다. 매년 열리는 3대 도그쇼(FCI 월드 도그쇼, 영국 크러프츠 도그쇼, 미국 웨스트민스터 도그쇼)는 전 세계 65개국 이상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데요, 3대 도그쇼 중 영국의 크러프츠 도그쇼만 해도 매년 약 17만 명 이상이 관람하고 2만 9천여 마리의 견종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죠?

 * 크러프츠 도그쇼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1993년부터 2016년까지 후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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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그쇼의 유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성행해 온 투견 대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투견 브리더들은 개들이 어떤 체형을 지녀야 더 강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개들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체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육종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19세기에 이르러 훌륭한 신체 조건의 견종들이 대거 생겨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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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영국 귀족층과 중산층들은 개의 미적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지위와 품격을 과시할 수 있는 우아한 견종을 기르는 것이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되죠. 당시 크고 작은 애견 모임들의 명성과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어 1859년 세계 최초의 도그쇼가 개최됐고 훗날 이 도그쇼가 3대 도그쇼 중 하나인 ‘크러프츠 도그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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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설명드렸듯이, 도그쇼는 견을 심사하여 ‘견종 표준’에 가장 적합한 견종을 선정하는 쇼입니다. 그렇다면 ‘견종 표준’은 무엇일까요? ‘견종 표준‘이란 세계애견연맹(FCI)이 견종이 갖춰야 할 기질, 행동, 몸의 균형, 걸음걸이 등 내·외적으로 이상적인 견종의 모습을 정리한 표준을 의미합니다. “왜 인간 멋대로 견종의 우수 형질에 대한 기준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어 그것이 표준이라 일컫느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견종 표준’은 한 견종을 자연 상태에 두었을 때, 대를 거듭하며 자연스레 발현될 내·외적 형질들과 인위적으로 사육장에 가두어 길렀을 때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못한 형질들을 감안해 과학적인 분석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표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 봤자 인간을 통해 만들어진 기준들이니 인위적이고 한계가 많은 표준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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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도대체 FCI는 ‘견종 표준’을 왜 만들었을까요? 그 정답은 바로 견종의 도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이성의 매력에 이끌려 사랑에 빠집니다. 일반적으로 그 매력들이라 함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 일 것이지, 잔인함, 폭력성, 병약함은 아닐 겁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매력 없는 이성은 ‘배척’할 수 있고, 매력적인 이성을 ‘선택’하여 사랑할 수 있죠. 즉 좋은 유전자를 가진 짝을 ‘선택’하고 나쁜 유전자를 가진 짝을 ‘배척’하여 종의 발전에 스스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인종 표준을 만들어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인종들 간에 짝을 지어줄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인류의 울타리 속 동물인 개는 사람처럼 스스로 종의 발전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개들에게 올바른 짝을 지어주고 건강한 후대를 남겨 해당 종이 도태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게 ‘견종 표준’을 만들 낸 것이죠. 자 그럼, ‘견종 표준’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견종 표준을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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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굴이 평평하며 눈이 돌출되지 않은 것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시각에 의존도가 높은 시각 수렵견(Sighthound)입니다. 두상이 평평하지 않고 눈이 돌출되어 있다면 그만큼 시야각도가 좁아지겠죠.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평평한 두상과 납작한 눈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목표물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게 합니다.

2. 흉부가 큰 것

 흉부는 심폐기능과 관련이 깊습니다. 큰 흉부는 심장과 폐가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가 장시간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합니다.

3. 굴곡진 뒷다리 각도

 뒷다리가 굴곡 지지 않고 뻣뻣하게 서 있다면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보폭이 작아질 겁니다. 반면, 굴곡진 뒷다리는 넓은 보폭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동일 체력으로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합니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세 가지 ‘견종 표준’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봤는데요. 그저 외모에 관한 규정처럼 보이지만, 각 항목들은 개의 건강함, 강인함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즉, ‘견종 표준’에 가까운 개체일수록 생존에 유리하게끔 설계되어 있는 것이죠. 결국 세계애견연맹(FCI)의 ‘견종 표준’은 도그쇼의 심사 기준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견종의 혈통 유지, 종의 발전을 통해 개와 사람 간의 오랜 공생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목적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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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불독과 현대의 불독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견종 표준, 혈통과 순종을 중요시 여기는 도그쇼를 개의 우생학, 혼종견 탄압, 매우 비윤리적인 쇼라고 말하며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도 그럴 것이 도그쇼가 생긴 이래로 사람들은 견종이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신체조건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는데, 이는 브리더들이 이종교배, 동종교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종을 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견종들이 유전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죠. 불독의 경우 주름진 얼굴로 인해 피부, 호흡기 질환을 자주 앓으며 닥스훈트는 척추가 길어진 탓에 디스크로 고통받습니다.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은 평생 척수공동증에 시달립니다. 때문에 국제 도그쇼는 근친 교배로 탄생한 개의 출전을 금지하여 근친 교배 근절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도그쇼의 표준과 순종에 대한 집착은 요지부동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도그쇼에 출전한 견종들은 귀를 세우고 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받으며 행사장 내 수만 명의 사람들, 각종 음향장비로 인한 소음, 조명들로 인해 내내 겁에 질려 있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미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견(犬) 권을 위협하고 입상이 돈과 연결되는 도그쇼의 현실로 미루어 봤을 때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매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도그쇼, 과연 개를 위한 축제일까요 사람들을 위한 축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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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애견인 강희용
본인은 개 2마리,
여자친구는 4마리를 기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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