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7월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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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유감 - 청년실업 원인제공? 이경우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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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2일 치러진 소위 “삼성직무적성고사(SSAT)”에 전국적으로 10만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지원했으며 실제 응시장에 출석한 인원만도 9만 여명이 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현대 자동차에도 직원 채용을 위한 자체 “현대인적성검사(HMAT)”에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과거 서류 심사가 학벌과 스펙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사회 여론에 밀려 아예 학력과 인적사항 그리고 스펙을 없애고 적성검사 하나로 1차 선발 후 심층 면접으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결정을 반영한 것이다. 사회 심리학에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용어가 있다. 최근의 허니버터칩(Honey Butter Chip) 광풍이나 중국 주식시장의 투기 열풍 등을 설명할 때 인용하곤 하는데 작금(昨今)의 대기업에 집중된 취업 과열 현상도 또 하나의 좋은 예라고 본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에도 삼성이나 현대그룹이 인기 직장 중에 하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집중과 과열 현상은 경험하지도 들어 보지도 못했다. 솔직히 반도체와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에 전자회사는 주로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정도를 만드는 회사였으며, 현대그룹은 자동차보다는 건설과 종합상사 쪽이 더 유망해 보이던 시절이었다. 임직원 연봉도 증권회사를 대표로 하는 금융업계나 석유화학이나 철강업계가 오히려 더 많았다는 기억이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수많은 첨단 선도 기업을 배출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세계 1위 제품을 많이 보유한 명실상부한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특히 서두에서 언급한 두 그룹은 반도체와 모바일기기 부분과 자동차 철강 부분에서 세계 1위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업계의 트렌드와 혁신을 주도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 기업이 되었다. 2013년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3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서울시 예산이 25조원 정도이고 수원시, 성남시의 예산도 각각 2조를 조금 넘을 정도이니 삼성 전자의 한해 순이익이면 서울과 수원 그리고 성남시 전체를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로 대단한 실적이고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부의 집중이 사회적 부작용의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의 이익이 주주와 임직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은 경영학의 기본이요 자본주의의 바탕 정신임에는 틀림없다. 필자 본인도 ‘자유경쟁을 통한 무한이익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정신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보너스와 연봉 총액이 50억 원을 넘는 수준이라니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3배인 유럽과 미국의 임원 급여와 비교해 봐도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역 몇 년하고 은퇴한 전직 임원들이 하나같이 수백억대 자본가로 변신할 정도니 그런 기대감(어쩌면 환상?)이 청년층에 작용하여 불과 1,500명 신입 직원 채용에 9만여 명이 몰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년간 무직자 신세로 부모 눈치가 따가워도 일단 삼성고시나 현대고시에 패스하면 최고의 샐러리맨 신화를 완성할 수 있는 기회의 첫 발을 올려놓게 되니 다른 중소기업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고 매년 대기업 문만 두드리는 ‘취업낭인(就業浪人)’ 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들의 별칭은 다양하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삼포세대’ 와 ‘인문계 출신의 90%는 논다’는 의미의 ‘인구론’ 등인데 모두 암울한 청춘의 현재를 대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평균 7~8%대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말부터 10%대로 치솟았다. 아르바이트생 등 잠재적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11%도 넘는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곳저곳 시간제 일자리를 기웃거리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딱한 생각만 든다. 필자가 대학원을 졸업하던 80년대 후반기에는 5~6%대였던 것이 두 배로 뛴 것이다. 대기업의 돈 잔치는 삼포세대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건전한 동기 부여보다는 현실을 망각케 하고 '무한도전'이라는 허울 좋은 열정을 핑계로 환상을 따라가게 하는 부정의 효과가 크다. 청년 구직자뿐만이 아니다. 건전한 야심을 가진 중소기업이나 기술력 하나로 어렵게 창업의 꿈을 일궈 나가는 Start-up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허탈과 위화감을 안겨준다.

 기업의 존재 이유 중 첫 번째는 이윤추구이지만 사회적 책임도 그중 하나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린 이렇게 엄청 벌어서 그렇게 맘껏 쓰는 회사이니 능력되는 청년들이여 언제든 도전하라고만 해선 안 될 것이다. 그 테두리에 못 들어오는 청년들이 다른 테두리에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공헌하도록 도와야 한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스마트 폰이 세계 1등품이 되는 데는 국내 소비자들의 역할이 지대하다. 신상품만 나오면 경쟁적으로 구매해준 결과이며, 소득 대비 과한 통신비 출혈도 기꺼이 감수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자동차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아가는 과정에도 국내 도로사정과 주차시설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한 생산, 판매하여 그 결과 주차장 같은 주택가 골목길과 자동차가 우선이 되어버린 인도(人道), 그리고 짜증나는 교통 혼잡을 묵묵히 참아내고 있는 애국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출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지목이 되고 있는 국민은 외면한 채 수익 분배가 임직원을 위한 돈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중 일부라도 그 동안 해외보다는 비싼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구매해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성능은 월등하지만 값은 저렴한 단말기 보급을 위해 써야 할 것이며, 저소득층만이라도 통신료를 파격적으로 낮춰 주는데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더 많은 부분을 강제 적립하여 도로망 확충과 지역별 공동 자치 주차시설을 확보하는 예산으로 쓰여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확대함으로써 줄어드는 수익이 미래 투자를 위한 예산이나 R&D(연구 개발)을 위축 시켜서는 안 된다. 다만 경영층의 연봉과 보너스를 하향 현실화시키면 된다. 그래야만 극소수에 국한된 금전적 보상을 마치 열정을 가지고 노력만하면 누구나 쟁취할 수 있는 결과물인 양 착각하는 청년들을 일깨우게 되고, 일반 기업에서도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여 그 결과 보다 현실감 있는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건전한 젊은 층이 늘게 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기업의 이익이 창업주나 경영층에만 분배되어서는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확충을 위한 창업지원이나 기술 훈련 그리고 분사(Spin-off) 정책에 쓰인다면 더더욱 훌륭한 사회공헌이 될 것이다. 몇몇 대기업 최고 경영층의 상식을 뛰어넘는 연봉과 보너스는 하위직 조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훌륭한 롤 모델이 되어 추앙받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반 직장인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위축시켜서 자괴감에 빠지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취업 희망자들이 일반 기업을 등한시하고 오직 대기업 취업을 위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하는 원인중의 하나가 되고 결국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이루 다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여 결국 변방(邊方)의 젊은 소외자만 양산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기업만 쳐다보는 청년세대의 ‘구직편식(求職偏食)’ …… 그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하겠지만 오늘날 그 편식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부의 편중현상이 샐러리맨의 첫 직장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 경쟁’ 을 기본 철학으로 하는 ‘자본주의 정신’ 을 살리면서 ‘동반 성장’ 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묘수는 없을까? 세상 젊은이들을 향한 ‘나눔 경영’ 의 중요성이 이 더위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보건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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