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 상담 Story
- #37.불안과 친해지기
불안(不安, anxiety)은 인간 누구나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막연하게 불편한 일이나 위험이 닥칠 것만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땀이 나는 등의 신체 증상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등의 행동 증상을 동반한다. 이러한 신체증상이나 행동 증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내가 불안하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불안이 높은 나는 지금도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대학입학 시험을 치르는 꿈을 꾼다.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할 때면 식은 땀이 나고 심장이 요동치던 때도 빈번했다. 불안은 불쾌하게 느껴지지만 도움이 되는 감정이다. 불안을 느끼면 긴장을 하고 준비를 하기 때문에 조심하게 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즉,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적응적인 반응인 것이다.
시험이 다가오거나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처럼 나의 현실에 불안을 느낄 만한 상황이 존재할 때 느끼는 불안을 정상적인 불안이라고 한다. 반면, 불안해 할만한 어떤 일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불안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불안해 한다면 이것은 비정상적(병적)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 어렵고 과도한 고통을 겪는 경우를 불안장애라고 한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분류체계인 DSM-5-TR에서는 불안장애의 하위 범주로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광장공포증,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을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지나친 걱정을 하는 범불안장애,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뱀, 쥐, 높은 곳, 물,주사 등)에 대한 현저한 공포와 불안을 나타내는 특정공포증, 대중교통이나 개방된 공간, 폐쇄된 공간 등의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나타내는 광장공포증,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여 회피하는 사회불안장애, 죽을 것 같은 강렬한 불안을 경험하는 공황장애, 애착대상과 분리되는 것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끼는 분리불안장애, 특정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이다. 불안장애에 포함되어 있지만 원인이나 양상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안에 대한 인간의 전형적인 반응은 회피(도망가기)이다.
상황이나 대상을 직면하기에는 공포나 두려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회피를 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회피를 하게 되면 공포나 불안은 더 커지기 마련이고 그 결과 더 적극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100%가 아니면 어떤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면 자신은 절대 대처하지 못할 것이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도 없다고 확신한다. 게다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한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상담했던 명문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 S는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마음에 드는 동아리가 있었지만 면접에서 불합격할까봐 두려워서 지원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전화를 걸지 못하고 항상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을 하곤 했다. 고등학교까지는 불안이 높아도 공부에만 집중하면 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대학생이 되고난 이후에는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더 불안이 증폭되었다.
실패할 것 같은 일에는 도전하지 않다보니 3학년이 된 시점에도 이렇다 할 스펙을 하나도 쌓지 못해 졸업 이후가 더 불안해졌다. S의 경우처럼 두려워하는 일을 피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성공경험이 줄어들고, 성공경험이 줄어들면 불안은 더 높아진다.
불안은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막을 수도 없는 감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불안감을 느낄 때 나의 신체를 편안하게 이완하고, 내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는 건지,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면 정말로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은지, 그동안 살아오면서 불안했지만 견디고 이겨냈던 경험은 없는지 등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두렵지만 시도해봄으로써 내가 두려워했던 것처럼 끔찍한 일은 아니고, 또 해내는 나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즘에도 나는 마음이 불안하면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기를 반복하면서 편도체를 안정화한다. 그리고 나서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무엇이 불안하니?’,‘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떨 것 같니?’,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못 견딜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스스로 답을 하다보면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은 저만치 사라지고 편안해진 나를 발견한다.
불안해 하는 나를 불안해하기 보다는 내 불안을 어루만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