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폭염이 일상인 시절이 왔다. 올해는 기상이변이 이상하게 전 세계를 덮치면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 둑이 무너지고, 도로가 잠기고, 산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는 기후재난은 급작스럽게 오지 않았다. 이전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자연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었고 과학자와 기상학자들이 전 지구를 향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수없이 외쳤다. 그런데 정작 기상이변이 닥치자 많은 나라가 사전의 준비와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초대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자연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에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면서, 자연을 파괴한 결과가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깨닫게 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더운 여름날을 시원하게 할 사자성어를 하나 소개한다. ‘서리를 밟으면 곧 두터운 얼음이 언다(履霜堅氷至)’는 글이 있다(‘주역(周易)’ 곤괘(坤卦)·초육(初六)). 이 성어의 의미는 어떤 일의 징후가 보이면 머지않아 큰일이 일어날 것임을 뜻한다. 즉, 상황의 변화에 대한 예리한 판단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예측을 통해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글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서양에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1931년 미국의 한 여행 보험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7만 5,000건의 산업재해 원인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안한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대형사고 1건이 터지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300건의 잠재적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경미한 사고를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사전에 모든 사고에 대한 점검과 준비가 철저해야 함을 보여준다.

교육부는 올해 갑자기 「대학의 담대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를 하였다. 그 개정 입법의 주요 내용은 학과. 학부 위주 조직 규정과 교원 교수시간(주 9시간) 원칙을 폐지하여 대학의 학사 운영의 자율성과 학생의 전공 선택의 폭을 확대, 사회와 산업변화에 대해 주체들의 강점 분야를 연계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 간, 대학-산업체-연구기관 협력 기반 확대 및 학교 밖 수업 제도화, 대학의 온라인 학위과정 분야를 확대하고 사전 승인을 폐지하여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으로 그 내용이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자연 재난이 우리에게 들이닥친 것처럼, 그동안 대학 개혁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교육부의 대학 개혁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빗나가지 않게 교육부는 전광석화와 같이 입법예고를 단행하였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존폐를 결정할 중차대한 개혁안을 대학 사회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징조는 항상 있었다. 다만 대학이 이를 애써 외면하면서 대학의 생존에 유리한 방법만 교육부에 요구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교육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대학 개혁 방침을 통보하였고 그 정책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대학 사회의 혼란은 이제 시작되었다.

대학 개혁의 서리는 이미 왔고 이제 얼음이 얼 것에 대비하여 냉해를 받지 않을 준비가 필요할 때다. 그런데 이미 서리가 올 것을 예측한 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준비를 해 왔고, 그 선정 결과가 발표되어 LIFE2.0 대학에 50개 대학이 선정되어 510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고, 글로컬 대학 사업에도 15개 대학이 예비 선정되어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10개 대학이 선정될 예정이다. 즉 서리를 먼저 본 대학은 얼음이 얼기 전에 미리 준비하여 따뜻한 겨울을 보낼 채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예측은 했지만 준비하지 못한 대학은 그대로 차디찬 겨울을 보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겨울이 왔다고 그대로 얼어버리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추위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대학은 자체 본연의 모습을 성찰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대학이 현재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대학이 갖는 장, 단점은 무엇인지,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산은 어느 정도인지, 구성원의 위기대응에 대한 마음 상태는 어떠한지 등 대학의 본래 모습을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여 대학이 성장하기 위한 방향을 공고히 하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여 일치단결하여 헤쳐나가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의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분야에 열린 자세로 도전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즉각적으로 적응하여 대학의 모습을 지속하여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대학 조직을 강하게 하고 어떠한 난관도 이겨내는 마인드를 갖추도록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외부 변화가 닥칠 때 조직의 구성원이 허둥대지 않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과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상호 소통을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지원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구성원으로 부족한 인적자원은 외부 전문가를 통해 보완하고 언로를 다양화하여 의견을 모으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러한 대학 성장의 방안을 실현해 나가면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생존의 몸부림을 쳐야 한다.

조선시대 학자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1495~1554) 선생님의 글을 마음에 새기며 읽어 본다.

이상잠(履霜箴)
- 털끝만큼 벌어질 때 조심하지 않으면 천리만리 틀어지네.

두려워해야 할 것 조짐이고
막아야 할 것 미세한 것이네.
조짐을 살피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고
작을 때 막지 않으면
위험이 닥치니

일찍부터 미리 분변해야지
일찍이 분변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소용없네.

‘주역’에 가르침 있으니
서리 밟기에 비유했네.
서리를 밟으면 차갑지만
처음에야 무슨 해가 되겠는가?
하지만 계속해서 밟다 보면
굳은 얼음 얼게 되지.

조짐이 자라게 해서는 안 되니
자라나면 손쓰기 어렵네.
털끝만큼 벌어질 때 조심하지 않으면
천리만리 틀어지네.

그래서 하는 말
작은 데서 큰 것 도모하는 자는 흥하고
쉬울 때에 어려움을 생각지 않는 자는 망한다 하네.
경계하고, 경계하게.
이 장을 명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