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교수기고
    이영주 특수상담치료학과 교수 칼럼
    감정인문학
    #08. 음식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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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 배달 서비스, 받아보셨어요? 음식점 배달 서비스가 아닙니다. 집에서 만든 도시락입니다. 물론 퀵 서비스가 있긴 하지요. 그러나 매일 정기적으로 각 가정에서 만든 도시락을 수거해 식사 시간에 맞추어 도시락 주인에게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도에는 특이하게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다바왈라'가 그것입니다.

     인도에 가정식 배달 서비스(다바왈라)가 정착된 배경에는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약 125년 전 인도 뭄바이에서는 빠른 속도로 상업이 발전하여서 회사와 직장인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인도의 교통은 매우 불편한데다 점심을 때울 만한 식당도 드물어서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편과 불만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한 은행원이 도시락을 하인에게 사무실로 가져오게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다바왈라의 시초!

     이것을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런치 박스>는 인도에서 배달된 도시락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배달 사고로 벌어진 삶의 특별한 향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못 배달된 도시락이 영화의 중요한 사건인데 이것에 대한 개연성이 충분히 있어 흥미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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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런치박스

     중년의 싱글 남자에게 배달된 도시락, 이 남자는 처음 도시락을 받자마자 정성 가득한 반찬을 보고 ‘잘못되었구나...’를 알아챘어요. 하지만 도시락 배달부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좋았거든요. 알찬 메뉴 구성과 깔끔한 손맛이 은퇴를 앞두고 건조하게 늙어가는 회계사인 이 남자에게 삶에 의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단지 도시락을 먹었을 뿐인데 삶이 달라집니다. 몇 해 전 아내가 죽고 혼자 사는 남자는 잘못 배달된 도시락으로 인해 행복감마저 느낍니다. 무미건조한 삶에 핀 무지개에 취해 남자는 용기를 내어 빈 도시락에 쪽지를 써 보냅니다.

     이제 도시락을 보낸 사람, 어느 부인에게 공이 넘어갔습니다. 여자의 남편은 참 무뚝뚝합니다. 아니 무관심합니다. 여자는 남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매일 다른 찬을 정성껏 요리합니다. 그런데 빈 그릇에 실려 온 쪽지 -맛있었다, 조금 짰다 등-에 마음이 설렙니다. 관심 어린 쪽지에 싹싹 비워진 도시락은 여자의 마음에도 무지개를 피웁니다. 여자의 부엌에도 콧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설마...했지만 차차 여자도 남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도시락 쪽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됩니다. 쪽지는 점점 서로의 일상, 인생으로까지 대화 주제가 넓어지고 서로에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만나고 싶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지죠. 이제 아슬아슬한 연애가 펼쳐집니다.

     음식은 연애사건에 있어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지만 실은 이 음식이 이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이자 몸짓입니다. 음식으로 인해 환해지고 음식으로 인해 행복해집니다. 그러니 이들 연애의 시작과 끝은 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식, 그래서 음식은 의미 있고 생명이 있는 인문학이 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도 너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인문의 꽃이 핍니다. 정신이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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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주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수상담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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