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ummer 제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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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배신, 여자의 변심

 환갑 이후의 이혼률이 젊은 세대들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식들 혼사를 마무리하자마자 혼인 관계를 정리하려는 여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내용이다. 오랜 기간 살면서 나름대로 희노애락이 있었을 텐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부의 연을 끊으려 하는 것을 보면서 오죽했으면 저럴까는 생각도 든다. 과연 무엇이 아내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일까? 아마도 남편의 독단, 술버릇, 억압과 무시 그리고 경제적 무능력 등이 오랜 기간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자의 배신과 실망에서 시작된 여자의 변심은 부부의 연을 끊기도 하지만 때로는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최근 사드 여파와 징용 배상 문제로 중국과 일본의 행패가 말이 아니다. 자국 내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옥죄더니 수시로 우리 영공 식별구역을 군용기가 보란 듯이 휘젓고 다니고 수출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 등으로 치졸하고 악랄하게 한국을 유린(蹂躪)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역사학의 문외한이지만 혹시 우리 고대사(古代史)에서 남자의 배신여자의 변심이 오늘날 동북아시아의 지형, 힘의 편중 현상을 갈라놓은 원인이 됐던 것은 아닌지 답답한 마음에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주몽은 본래 부여국(夫餘國) 사람으로 지혜와 무술에 능했다. 성인이 되면서 주변 왕자들의 시기와 견제를 받게 되고 급기야 생명의 위험까지 느끼게 되자 어머니 ‘유화’는 임신한 며느리와 모국(母國) 부여마저 등지는 ‘유화의 변심’을 강행한다. 그녀의 변심은 마침내 주몽과 함께 졸본으로 이주함으로써 훗날 고구려 탄생의 주역을 길러내는 초석이 된다. 우리가 배운 역사에 따르면, 졸본에 정착한 주몽은 두 아들(비류와 온조)을 둔 과부 소서노와 재혼한다. 그러나 훗날 부러진 검을 징표로 품고 자신을 찾아온 ‘유리’를 만나고는 아내 소서노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그를 정식 아들로 받아들이게 된다.

 소서노는 남편 주몽의 배신과 훗날 이복 형제간 갈등을 예견하면서 홀연히 두 아들을 데리고 한반도 남쪽으로 이주하는 ‘소서노의 변심’을 단행한다. 이 변심이 계기가 되어 아들 “온조”가 훗날 백제를 건국하게 된다. 한강 유역을 차지한 백제는 이후 비옥한 자신의 영토를 탐내는 고구려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삼국 시대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이후 반도 남쪽의 두 나라 백제와 신라는 후미에서 북방의 흉노족과 끊임없이 영토 전쟁을 하며 대륙 진출을 노리던 고구려의 발목을 잡게 되는데 당시 고구려로서는 국력이 분산되고 전력을 상실하는 악순환을 겪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북방 개척의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닐까? 만약 주몽이 소서노가 변심하지 않도록 잘 타협해서 본처 자식인 유리에게 만주 지역 통치권을 주고 온조와 비류는 반도의 남쪽을 관할하게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고구려는 시작부터 한반도와 만주 일대를 자신의 영토로 하는 동북아의 무시할 수 없는 대국으로서 기반을 확보하고 소모적인 반도 내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모든 역량을 몽골 지역 영토 확장 전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결과 고구려는 반도를 뛰어넘어 이후 당이나 원나라와도 대등하게 교류하고 마침내 만주와 중국의 동북지역까지를 영토로 하는 아시아의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는 소설(小說) 같은 생각을 해 본다. 유화의 변심이 있었기에 고구려가 탄생할 수 있었지만, 소서노의 변심으로 인해 우리 고대 조상은 더 넓은 북방 영토를 확보할 기회와 적어도 영토 면에서는 주변국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나라에 살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는 역사 문외한(門外漢) 입장에서의 아쉬움과 답답한 마음이 생기는 시기다.

 경제적으로 부강해진 중국의 굴기()는 과거 그들 조상에게 조공과 영토 양보를 담보로 이룬 후기 신라와 그 이후 고려와 조선을 상대하듯 대한민국을 하대(下待)한다. 그런 대한민국을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미국 대통령에게 떠벌리는 그들 지도자에게 우린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옆에서 우리와 중국과의 갈등을 즐기고 있던 일본은 속내를 숨기고 있다가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와 수출우대 국가에서 제외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보란 듯이 뒤통수를 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소국(小國)이기에 겪는 서러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더욱 분발해서 주변국이 더 이상 업신여기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생기면서 한편으로는 그 옛날 주몽과 그 아내 소서노가 불화하지 않고 고구려가 반도 전체를 통치하고 만주와 동북 지역 전체를 아우르며 대국의 면면을 보여줬다면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주변국과 어떤 위상에서 교류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을 준비할 거라는 뉴스를 들으며 국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작지만 강한 국가로서 주변국 누구도 함부로 무시 못 하는 국가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한층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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