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8년 Spring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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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dies in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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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이후 WP로 표기)는 워터게이트(Water Gate) 스캔들을 세상에 알리고 그로 인해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던 걸출한 신문사다. 이 전통의 신문사가 수익악화로 운영이 힘들어지자 2013년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리 베조스(Jeffrey P. Bezos)가 인수를 결정했다. 광고시장을 장악한 뉴 미디어와 거대 IT 인터넷 기업이 광고수입을 뺏겨서 운영난에 봉착한 언론을 사들인 꼴이 된 것이다. 매입 1년 뒤 WP는 창업 이래 최초로 회사 슬로건(Slogun)을 공표했는데 “어둠은 민주주의를 소멸시킨다(Democracy dies in Darkness) -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가 바로 그것이다. 베조스 회장은 이 같은 슬로건을 내세우게 된 이유를 빛(Light)을 밝히는 신문사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언론의 기능은 감시와 견제일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신문을 외면하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면서 전통 언론들의 고유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광고와 인터넷 중개 수수료 수입으로 배를 불린 IT 공룡기업들의 자본주입으로 다시금 본연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아마존(Amazon.com)으로 거부가 된 지배주주가 과연 중립적이고 공정(公正)하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베조스 회장이 굳이 슬로건을 만든 이유 중에는 공정한 감시자로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30여 년 전 정치 공작에 연루된 대통령을 하야시킨 WP의 “공정의 전통(Heritage of Fairness)”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과 신뢰가 더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WP가 내세운 “어둠(Darkness)"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필자는 “공정한 룰(Rule)을 해치거나 법질서를 파괴하는 모든 종류의 음모와 위법적 행위 전체”를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그룹이 자신들이 독점한 권력을 밀실에서 행사하고 그로인해 평등한 자유와 권리가 제한받게 되는 상황이 바로 “어둠”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오면서 경험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겪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사회적 병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거에 공개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들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초를 겪고 불이익을 받았던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그러한 병폐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권력기관들의 음모와 조작, 재벌들의 뇌물과 독선, 지하 경제의 투기와 탈세 등은 그 반대편에 있는 평범한 시민들을 힘들고 좌절하게 만들고 이런 것들이 쌓여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어둠의 반대편에 베조스 회장이 지키고자 했던(정말로 지켜내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빛(Light)이 존재한다. “빛”이란 아마도 공개적이고 투명한 권력의 행사 또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의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 등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공개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위장한 소위 가짜 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공청회, 문항이 왜곡됐거나 대상이 잘못 선정된 여론 조사, 공개된 기사를 호도하는 인위적인 댓글 양산 등이 공정한 절차와 합의를 거친 것으로 위장한 가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의도된 바람몰이를 “조작(造作)”이라고 한다. 조작은 분명히 밀실에서 행해지는 독재적인 권력의 행사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어둠”일 것이다.

 지난 세월, 그리고 오늘날에도 인터넷 댓글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통신 속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면서 겪어야 하는 업보(業報)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은 페이스북이 홍역을 치루더니 이번에는 네이버가 난리다. 정보와 소통의 보고(寶庫)에서 조작의 유통을 방관한 오명을 쓰고 공격을 받고 있다. 억울한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못의 경중(輕重)을 떠나 뭔가 변화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1인당 댓글의 수를 줄인다거나 댓글 총량을 제한하는 조치 등은 가짜 빛의 유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시스템이 못 미더울 때는 개별적이라도 중심을 잡고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것만이 선진 국민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댓글에 현혹되거나 가짜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 주도적인 입장과 시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2016년 전 국민에게 300만원 기본 소득을 주겠다는 의제에 70% 반대표를 던진 스위스 국민들은 과연 가짜여론 몰이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댓글 생산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의 진짜 여론이 매번 형성될 수 있도록 의식 수준을 높이는 길만이 우리가 스스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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