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8년 Winter 제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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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성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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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캐나다 출신 록 가수 엘튼 존이 대만 공연을 위해 입국한다. 그 장면을 취재하러 몰려든 대만 기자들이 서로 밀치고 엉키는 바람에 고함소리가 난무하고 심지어 넘어져서 혼란(Chaos: 뉴스에서의 표현)이 계속되었다. 엘튼 존이 기자들과 보안요원들에게 적절한 예우와 취재 에티켓을 지키지 못했다며 화를 내며 소리친다. “무례한 더러운 돼지들(rude vile pigs)"이라고. 이에 기자들은 물론 대만 국민들이 자신들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난하며 반발했다. 이후 엘튼 존은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지만 돌이켜 보면 대만 국민을 깔보게 만든 원인은 과연 누가 제공했을까?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 선수들과 예술단이 온다고 한다. 며칠 전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사전 점검단이 우리나라에 왔다. 서울역 입구, 강릉의 체육관과 아트홀, 그리고 열차 승차장까지 구름처럼 몰린 취재진이 한마디라도 듣겠다고 서로들 밀치고 엉키면서 주변의 보안요원들과 거의 싸우듯이 몸싸움하는 장면이 몇 번씩 뉴스에 나온다. 결사항전(?) 하듯 1박 2일을 달라붙어서 애썼으나 북한 점검단 일행에게 단 한마디 의미 있는 답변을 듣고 특종 보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하다. 대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왜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말 의미 있는 대답이 나올 것으로 믿는 것일까? 혹시 무슨 말이든 한다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게 될 테고 그걸 공유해서 기사화하면 간단할 일을 왜 저토록 몸싸움까지 하면서 근접하려는 것일까? 이 장면들은 핵 위협으로 유명해진 북한 탓에 해외 주요 뉴스에 등장했을 것이다. 특이하고 괴팍한 성격의 엘튼 존이 봤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TV 뉴스 시간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사기관에 소환당하는 유명 인사들을 보게 된다. 불법 행위로 검찰에 불려나온 재벌 총수들, 뇌물 사건으로 소환당한 전 현직 정치인들, 취업 청탁에 연루된 공직자들, 오염된 수액으로 신생아들을 사망케 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들이다. 팩트(Fact)는 화면에 등장하는 그 사람들이 분명 실정법을 위반하여 앞으로 기소당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출두 장면을 볼 때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무리 파렴치한 범법행위를 했을지라도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조사받으러 온 그 순간의 그들은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자유인으로서 인정받고 대우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벌써 취재진이 죄인 취급을 한다. 밀치고 닦달하고 질문도 대놓고 인격모욕이다. 긴장한 얼굴에 기자들의 마이크와 카메라가 돌진한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도 그저 죗값의 일부라고 여기고 미안해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만 되어도 멸시받고 업신 받아도 당연하다는 사회 인식이 통념화되어 우리 자식 대까지 이어진다면 결코 선진국형 성숙한 국민의식의 전통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종류의 냉혹함이 드러나는 사례도 있다. 씨랜드 화재, 세월 호 침몰과 제천의 사우나 화재의 희생자 가족들 그리고 성폭행 후 희생된 어린 딸의 부모나 가습기 희생 아동 부모들의 슬픔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울다 목이 메어 말은커녕 온전한 정신도 아닐 텐데 방송은 인터뷰를 시도한다. 집으로 찾아가서 혹은 사고 현장에서 혼절하기 직전의 부모에게 기자가 묻는다. “지금 심정이 어떠신지요?”라고 말이다. 정말 궁금하다. 그 상황에서 정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그 기자에게 되묻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기꺼이 알 권리를 포기하고 싶다. 슬픔에 빠진 가족들이 마냥 슬퍼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성숙한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 그저 멀리서 찍힌 흐느끼는 사진 한 장이면 희생자 가족들의 심정을 전하기에 충분한데 말이다.

 언론과 방송은 정치, 경제 분야에서 사회, 문화 영역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정화 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불법을 고발하고 선행을 널리 알리는 순기능 역할을 하는 국가 구성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만큼 중요하면서 전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기관이기에 성숙한 사회와 선진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기대치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최종 보도되는 결과물의 질과 양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기사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조차 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며 모범적이기를 기대한다. 언론이나 방송이 경쟁사보다 먼저 취재원을 접촉하고 팩트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 할지라도 세련되고 합리적이며 배려하는 접근 방법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은 알고자 하는 욕구 못지않게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성숙한 취재 과정을 기대한다. 특종은 결코 포토라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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