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7년 Summer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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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떠나는 각료들과 새로 임명된 공직자들에 대한 소식으로 언론과 방송이 분주하다. 이미 지난 정부 시절 특정 사건에 연루되어 곤혹스런 상황에 놓인 분들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임기 중 업적을 인정받아서 또 다른 직책이 예정된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분들도 있어 보인다. 특히 떠나는 고위직 인사들은 지난 임기 중의 업적들을 회고하면서 때로는 의기양양하게 자랑도 하고 간혹은 완수 못한 일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고 가는 공직자들 각자의 사정과 심정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그래서 그들의 각오와 회한(悔恨)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국력신장(國力伸張)을 목표로 하고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임기를 마쳤거나 임하겠다는 심정들이 표출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각오와 포부는 비리와 권력 남용에 연루된 공직자들의 소식이 들릴 때 마다 왠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물론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정의롭고 청렴하며 곧바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권한을 앞세워 사욕(私慾)을 챙기고 때로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이 최선의 목표인양 방만한 근무 자세를 보이는 소수의 공직자가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같은 사욕과 태만보다 몇 배 더 심각한 폐단은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악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과다한 통제를 남발하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직책을 민간위에 군림하는 데 동원하고 규제를 마치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공직자들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적폐(積弊)인 것이다. 이런 분들은 겉으로 들어난 형사적 비리는 없다손 치더라도 권한을 오용(誤用)함으로써 눈에 안 보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의 원인이 되기에 통상적인 뇌물 공무원에 비해 오히려 더 나쁜 암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공무(公務)를 내일보다 우선시하며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차단하고 국고를 아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최적의 효용성을 지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사명감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촉나라 제갈공명이 유비의 아들 유선이 태자일 때 일독(一讀)을 권했다는 ‘한비자(韓非子)’는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이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공직에 있는 사람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챙기고 추구하게 되는 게 인간의 속성인데, 강력한 군주와 감시 체계만이 이러한 사욕을 근절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시스템과 관리자의 통제만으로는 비리와 부패를 근본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 공직에 발을 들이겠다는 사람들은 사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에 비해 스스로 고도의 투명성과 사명감을 갖춰야 한다. ‘공(公)은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사(私)와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비자에는 나랏일 하는 사람이 사욕에 눈이 멀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한다. 공공을 뜻하는 영어단어 ’Public‘의 라틴어 어원인 ’Pubes‘ 역시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함‘을 뜻한다고 한다. 이처럼 공(公)은 자신의 이익을 넘어선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정치는 그렇다 치고 과연 공직에 입문하는 새내기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그들의 인성과 적성이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사명감으로 채워져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하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228,328명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46.5:1 이었고, 7급 시험은 48,761명이 지원하여 66.2:1의 경쟁률을 보였다. 매년 30만 명에 근접하는 20대 젊은 층이 공직의 길을 걷겠다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렇다면 중차대한 국가 일을 맡게 될 이들의 선발의 기준은 무엇인가? 9급의 경우 필수 과목은 국어, 영어, 한국사이며, 7급의 경우는 국어, 영어, 한국사, 헌법,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등이 시험 과목이다. 눈 씻고 그 어디를 들춰봐도 ‘공직자 윤리’나 ‘국가 사명감’을 깊이 고민하고 자신이 과연 공직이라는 봉사와 희생이 요구되는 직업에 걸 맞는 가치관을 가졌는지 돌아보게 하는 검증과정은 아예 없다. 객관식이나 단답형은 의미 없으며, 채점에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기에 비현실적이라고 반대한다면, 현실적 대안이 있다. 최종 선발 대상자들을 두 배 수로 추스른 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논술식 검증과 심도 있는 면접을 하면 될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그나마 한 번이라도 더 국민과 세금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본다.

 사립 대학교는 고유의 건학정신과 교육이념이 있지만, 그 구성원들은 학교의 특성을 떠나 누구나 똑같은 교육 공무원이다. 따라서 사립이든 공립이든 교직원들의 직업의식과 사명감은 일반 공직자와 비교했을 때 그 깊이와 강도에 있어서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신분상 교수의 권한을 이용하여 제자들을 이유 없이 규제하고 통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와 학과의 발전에는 관심 없고 개인의 이익과 명예만을 좆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뒤돌아 봐야 한다. 교원으로서 당연한 연구 활동, 강의 준비 및 학회 활동은 등한 시 하면서 권리와 사욕만 계산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각자의 일상에서 학과와 학생 그리고 학교와 관련된 일의 비중이 과연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선명하게 인쇄된 명함 속의 교수로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다. 나의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이 교수로서의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반추(反芻)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교 교원들이 그저 자신만의 공간 안에서의 교수가 아니기를 공직자의 사명감을 생각하면서 소망해 본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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