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6년 Summer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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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망각 vs 미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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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거창한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하지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모두 자신의 보잘 것 없고 힘들었던 과거 형편을 망각하고 현재의 여유와 안위에 자만하고 겸손하지 않으며 교만한 사람을 비난하고 경고하는 문구다.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이셨던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자신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 할 수 없다'고 설파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필자는 신채호 선생의 저서 내용을 검증하거나 그 문장의 전후문맥상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누가 언제 어느 장소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등의 사실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언급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면 그 자체로서 가치 있고 소중한 유물이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그는 나라 뺏긴 과거사(원인)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식민지 백성으로 안주한다면 독립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와 유사한 언급은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도 했는데, 그는 1965년 영국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과거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역사'‘과거(Past)’의 의미를 풀어보면 어떤 뜻이며 그것들의 개념과 교훈은 개인의 입장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두 사람이 언급한 ‘역사’와 ‘과거’는 모두 '지나간 특정 시점에 대한 자기 인식'이자 '나는 어떤 상황 이었는가'에 대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사(史)에서나 개인사(史)에서 모두 동일하게 ‘역사’와 ‘과거’는 현재를 가능케 한 부인할 수 없는 실체이기에 현재의 상황이 좋던지 나쁘던지 간에 항상 우리 곁에 '과거 사실'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더구나 그 ‘역사와 과거’는 다른 모습으로 또 다시 반복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속에 대입(代入)해 본다면 비교적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더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逆)으로 과거를 망각한 사람은 현실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는 연결된 사고 능력을 상실한 사람으로서 반성과 원인 규명은 뒤로한 채 현재의 상황과 타협하고 변명만을 일삼는 황당한 자기 논리에 빠져서 근거 없는 결심과 행동을 하게 되는바, 그런 사람(국민)에게는 미래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개인 일상으로 돌아와 보자. 돌 판에 새겨서라도 꼭 기억하면서 갚아야 할 은혜는 쉽게 잊어버리고, 반면에 모래에 새길 정도로 빨리 지우고 잊어야 할 미움과 서운함은 가슴 깊숙이 남겨두고는 평생을 잊지 않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개인에 있어 ‘과거’란 ‘현재의 모습’을 가능케 한 토대로서 개인의 노력에 주변의 도움과 배려가 합쳐진 복합체라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지원과 배려 없이 현재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 모두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개인의 능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누군가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음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신채호 선생의 ‘치욕의 과거’와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보은의 과거’는 얼핏 서로 달라 보이지만 망각해서는 안 될 지나간 사실이라는 점과 가슴에 새겨 항상 거울에 비추듯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인 것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루었다고 치부하고는 과거 주변의 도움을 망각하게 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역사의 연속성’으로 인해 과거와 미래는 현재를 통해 연결되기에 결국 이런 종류의 사람(국가)들에겐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향후 과거와 유사한 힘든 상황이 도래했을 때 모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자도 과거 인연에 대한 자세와 인간됨에 대해 언급하면서 닮아서는 안 될 인간의 유형을 네 가지로 말한 바 있다. 첫 번째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며, 두 번째는 앞에서는 달콤한 말로 상대를 칭찬하면서도 뒤에서는 상대방을 험담하는 사람, 세 번째는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 마지막으로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란 은혜를 배신하는 행동이며 남에게 받은 은덕을 저버리고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즉, 공자는 은혜를 잊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난다고 가르친 것이다.

 유사한 교훈을 주는 중국 명나라 문인 능몽초(凌夢初)의 소설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고일척 마고일장(道高一尺 魔高一丈)인데 직역하면 '도(道)의 정도가 일척이면 마(魔)의 정도는 일장이다'는 뜻이다. 의역을 하면 '선비의 수양(직책)이 일척 높아지면 그에 따른 마(유혹)는 한 길(장)이나 더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직책(職責)이 높아지면 유혹과 교만도 같이 높아지니 늘 겸손하고 경계하라는 뜻이 된다. 우리 모두가 과거 나의 형편을 잊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의 나를 가능케 한 주변의 도움을 가슴에 새기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에 있어서 더 많은 우군(友軍)이 내 주변에, 내 손 닿는 곳에서 나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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