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4월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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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로널드 레이건(R. Reagan)이 미국 제 40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공화당원들은 환호했다. 당시 워싱톤 정가에서 벌어진 축하 파티에는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 Smith, 1723~1790)의 옆얼굴이 그려진 넥타이를 맨 공화당원들로 북적 거렸다. 바야흐로 미국 경제 경책의 기조가 정부의 역할을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중시하는 “방임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아담 스미스 이미지

아담 스미스(Adam Smith),1723.6.5 ~ 1790.7.17

 국부론(1776)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본래 모교인 글래스고 대학에서 논리학을 가르치던 도덕철학과 교수였다. 그가 유럽 각국의 산업현황을 돌아보고 나서 썼다는 이 책은 가히 국가경영 분야의 위대한 고전이자 자유방임주의 체제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역작 국부론을 단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썼다”고 했는데 아마도 경제학 역사상 가장 겸손한 언급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담 스미스가 주창한 핵심 개념의 하나는 사회 구성원인 개인이 각자의 목적과 임무에 입각하여 행하고 있는 경제적 행위가 결과적으로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개인적 경제행위와 사회적 번영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라는 것이다. 즉, 각 개인은 자기의 목적 이익에 따라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상상하지 못한 결과물인 사회전체의 이익에 공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글의 취지는 복잡한 경제이론이나 정책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 저변에 겉으로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위대한 일들을 묵묵히 해주고 있는 숨은 영웅들이 어쩌면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하나의 객체로서의 시민이 자기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 채 자신의 경제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헌신을 한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고찰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인용해 보았던 것이다. 작든 크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과시하지 않은 채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뒤에서 헌신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겸손한 영웅’들의 숨은 공로가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게 되어 결국 국가 이익과 발전을 견인하는 데 있어 커다란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국의 언론인 데이비드 즈와이그(David Zweig)는 자신의 저서 Invisibles(가려진 사람들)을 통해서 외부의 찬사나 보상에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단지 자신의 직업 영역에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함으로써 사회전반에 커다란 공헌을 하지만 과시적 자기 홍보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스스로는 깊은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자기 과시나 명성을 고집하지 않고 개인적인 만족과 행복한 삶을 누리는 조용한 영웅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지는 않지만 간혹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몇 가지를 나 자신의 관점과 연계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각1> 심장이나 뇌 또는 장기 이식 수술 등은 고도의 집중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힘든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고난도 수술로서 불치의 병을 치유한 성공 사례는 종종 뉴스를 타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생명을 구한 선행으로 칭송을 받아 마땅하기에 수술 과정이 언론에 소개되고 방송과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마취 담당 의사가 주목 받은 일을 본 적은 없다. 수술 과정에서 그들의 역할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 못지않다는 점은 수술실의 모든 스텝들이 인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생각2> 종편이 생기고 EBS의 교양 프로가 활성화 되면서 많은 스타급 강연자들이 종횡무진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의 명 강연은 많은 감동을 주지만, 그 가슴 벅찬 감동 뒤에는 주어진 주제에 맞춰 자신과 타인의 경험적 사례를 부각시키고 각종 통계나 보도 내용을 인용함은 물론 과거 역사적 사실까지를 첨부해서 내용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감동적인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불철주야 헌신한 스텝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방청객들은 공감의 눈물을 보이면서 뜨거운 박수로 답하고 강연자는 이들 환호를 뒤로하면서 퇴장하지만 과연 그 영광스런 장면이 ‘보이지 않는 손‘들의 가려진 자기 역할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3> 세계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빌딩 세우기에 혈안이다. 우리나라 잠실에도 123층 롯데 제2월드가 올라가고 있다. 지상 555m 크기의 엄청난 랜드마크 위상에 감탄하면서 사람들은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에게만 주목한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의 건물 설계는 뒤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일하고 있는 구조공학자와 그 팀원들이 밤낮없이 연구하고 고민한 무게와 균형에 대한 정확한 계산과 안전 지침 없이는 단 하나의 도면도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각4> 국민의 청음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믿는 방송이 있다. 바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오와 연결해서 들으면 정말 현장감 있는 생생한 음질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출연 가수들의 가창력도 대단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교한 음향기술의 역할이 컸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나하나의 살아있는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등장 악기별로 독립된 마이크가 설치되는데 많을 때는 50여개나 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 엄청난 감동의 음향작업을 진두지휘 하는 사람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출연 가수와 사회자만 부각될 뿐이다. 노래와 반주는 가수와 밴드의 역량이겠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를 최고의 수준으로 전달하겠다는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자기만족이 없었다면 우린 여전히 고만고만한 아날로그 수준의 방송을 듣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Invisibles(가려진 사람들)의 특징은 외적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 목적성(Autotelic)’을 보인다. 조직 구성원 중에 이러한 인물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과장된 자기 자랑이 없으며 비효율적인 경쟁과 포장이 사라지게 되면서 좀 더 내실 있고 기본이 탄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직과 사회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가려진 영웅들이 많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도우며 스스로 기쁨을 느끼고 비록 자신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기꺼이 굳은 일에 자원하는 성숙한 자유인들이 늘어나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균형 잡힌 선진 공동체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물어야 한다. “나도 어딘가에서 누구에게 드러나진 않지만 그들과 그 가족들이 속한 이 사회의 건전한 이익과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는 있는 것일까?”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보건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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