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1월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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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국가의 품격 이경우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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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미남 배우 장동건씨가 주연한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한 기억이 있다. 고교 동창생들이 20여년 우정을 나누면서 나름 끼 부리며 멋스럽게 살지만 자신들의 일에 열심이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며 약한 사람을 돕는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 아! 초짜 중년의 멋진 모습은 좀 이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성숙하고 품격 있는 신사 소리를 듣자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우리 사회의 품격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국가의 격(格)”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궁금해 졌다.

 잘되는 식당에 가보면 종업원들에게서 필요한 예절과 절제된 교양을 느낄 수 있으며, 주방 식구들의 재료와 맛에 대한 열정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돈으로 치장한 인테리어 장식과 화려한 테이블 셋팅만으로는 몇 년을 버티지 못한다. 구성원의 소양(素養)과 질(質)에 따라 그 식당의 품격과 성공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의 격(格)도 유사하다고 보는데, 많은 얘기들과 근거들이 있겠지만 개인 소견을 나열해 보면 첫째, 국민들의 올바른 지식에 대한 열정 둘째, 희생과 배려의 사고(思考) 셋째, 공공질서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이 국가 품격의 유무를 말해주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좀 더 좁혀 보면, 국민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계층이 중산층이기에 아마도 이들 중산층의 소양과 인격이 “국가의 품격” 수준을 결정하는데 중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공자 말대로 “신하(국민)를 예로서 대하고 임금을 충정으로 섬긴다(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는 것만 가지고는 국격(國格)이 향상되기에 부족하다. 위정자를 비롯한 상위 몇 프로 국민들의 학식과 교양 그리고 경제력으로는 절대로 국격이 높아질 수 없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건전한 식견과 헌신 그리고 정의와 배려에 대한 열정이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자연스런 일부가 됐을 때 비로소 그 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국가 품격”을 논할 자격이 되며 그 “품격”의 수준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과연 국가가 중산층을 어떤 기준으로 분리하는지가 중요하다. 그 기준이 애당초 저급하다면 그 기준으로 산정된 중산층으로부터는 아예 처음부터 수준급 “품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Oxford)대학이 제시한 중산층의 범주는 첫째, 페어플레이(Fare Play) 하며 둘째,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가지며 셋째, 독선적인 행동은 하지 않으며 넷째,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게 대응하며 다섯째, 불의와 불평등 그리고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어떤가? 애석하게도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은 너무나 세속적이라 한마디로 기준 자체에 격조가 없다. 대출 없이 30평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2,000CC 이상의 차를 타며, 1억 원 이상의 예금 잔고가 있고, 1년에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하는 집단을 말한다. 영국의 중산층 기준과 비교하니 다소 허탈해 진다. 이런 기준으로 선발된 사람들 중에 과연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말하는 “신사”에 해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산만이 계층 구분의 기준이 되는 나라에서는 왠지 조용한 희생과 배려 그리고 겸양 속에 감춰진 자신감이 보이는 게 아니라 무슨 명품을 몇 개 샀으며, 어디 가서 뭘 먹었는지 자기 블로그에서 끊임없이 자랑해야 속이 풀리는 천박한 물질노예 군상만 떠오르는 것이 나만의 착각일까?

 유학 시절 유행했던 마돈나의 “Material Girl”이라는 노래가 있다. 물질 만능 세태를 풍자했던 노래인데, 30년이 지난 오늘 무겁게 머리를 스친다. 중산층 모두가 명품 백, 수입 자동차와 시계에 매달리면서 목에 핏줄 세워가며 내가 상위 몇 프로에 들어간다고 떠든들 과연 그것들을 만드는 유럽의 200년 된 명문 가문의 장인들은 한국 중산층의 격(格)이 그들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할까? 돈으로 치장된 저급한 자기 자랑이 마치 진품 품격인양 위장되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할 때 약자와 가난한 자는 시야에서 없어지고 단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거만하고 이기적인 물질 경쟁만 남을 것이다.

 깊은 맛을 자랑하는 식당의 품격이 돈으로 치장한 외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듯 우리나라 중산층의 품격도 몇 평 아파트에 살면서 어떤 차를 타는 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자신의 삶에서 내면적 가치가 물질보다 우위에 놓일 때 비로소 “격(格)”이란 단어를 인용할 수 있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중산층의 품격이 만들어 지게 되고 마침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 맞는 선진국 형 “국가의 품격”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들끼리 많지도 않은 물질을 갖고서 서로 자랑만 하다가 몰락하는 아시아 변방의 천박한 나라로 남을 지도 모른다. 이런 날이 오면 안 될 일이기에 감히 대한민국 중산층의 분발과 각성을 촉구함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논어 한 구절을 보태고 싶다.

 “의로움을 바탕으로 삼고, 예로서 그것을 실행하며, 겸손하게 그것을 드러내고, 믿음으로써 그것을 이룬다.(義以爲質 禮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보건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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