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 상담 Story
- #39.멈춰 서는 용기, 마음챙김
“가끔은 내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삶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아요.”
한 학생이 상담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다. 그 말은 많은 성인학습자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말인 것 같다. 직장에서는 업무에, 집에서는 가족에게, 저녁이나 주말에는 강의 듣기와 과제까지 이어지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삶이다.
내 몸은 분명 여기 있는데, 마음은 늘 과거 혹은 미래를 떠도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 혹은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라는 생각들 속에서 정작 지금 내 앞에 놓인 순간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밥을 먹으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강의를 재생해 놓은 채 머릿속은 내일 할 일로 가득 차 있으며, 잠자리에 누워서는 오늘 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늘 ‘해야 할 일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어느 순간 문득 공허함이 밀려온다. 바쁘게 살았지만 ‘오늘을 제대로 살았다’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바로 그 순간,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작은 의자를 건네준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한 번만 서 보세요”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마음챙김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숨을 멈추거나 생각을 지워야 하는 것도, 고요한 산속에 들어가야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몸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일 뿐이다. “아, 숨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구나. 지금 나는 화가 났구나. 마음이 서운하구나.” 이렇게 판단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태도, 그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렇게 단순한 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은 어느 순간 내 안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고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내가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마음챙김을 배우고 나서 한 학생은 이런 경험을 들려주었다.
“항상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다는 기분이 너무 괴로웠거든요. 그런데 숨을 천천히 쉬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다 보니 깨달았어요. 나는 늦은 게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마음챙김은 시간을 더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
아침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순간,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향, 주변 사람이 건네는 엉뚱한 질문, 온라인 강의실을 열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들이마신 깊은 숨.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마음챙김은 그 장면들을 삶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물론 마음챙김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챙김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 문제를 바라보는 당신의 자세는 바꿀 수 있어요.”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잠깐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지금 숨 쉬고 있는 나, 잘 버티고 있어. 괜찮아.”
이 짧은 문장이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어준다.
밤이 되어 하루가 끝나갈 때,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살지 못했더라도 이렇게 자신을 다독여도 좋다.
“오늘도 끝까지 살아낸 나, 수고했어. 부족해도 괜찮아.”
마음챙김은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보는 연습에 가깝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어른으로, 부모로, 직장인으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여전히 자주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지는 존재다. 그래서 마음챙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삶이 빠르게 흘러갈수록 더 필요한 것은 속도를 높이는 능력이 아니라,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라는 사실을 마음챙김은 조용히 알려준다.
삶은 다음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숨을 한 번 쉬며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그 자리에서, 우리의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