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방네 카페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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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방네 카페나들이
- #2. 오렌지처럼 톡톡 튀는 커피의 맛
따뜻한 주말, 행궁동은 차와 사람으로 북적인다. 맛집 웨이팅을 기다리거나, 수원천 산책로를 걷거나, 용연에 피크닉을 즐기러 돗자리를 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봄의 생생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 무리에 휩쓸리다보면 어느샌가 혼이 쏙 빠져나가고 만다.
보통 이쯤 되면 카페를 찾는다. 앉아서 시원한 커피를 마실 만한 곳이 없나, 주변에 둘러보면 여기저기 다 카페다. 아무데나 들어가는 것도 잠깐 휴식을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만약, 좀 더 특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매향정보고등학교 앞쪽의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리시브 커피’가 조용한 골목에서 커피를 찾아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곳을 발견하게 된 건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행궁동에 자주 오다보니 카페마다 겹치는 시그니처 커피 스타일에 질려 있었다. 두껍게 크림이 올라간 라떼는 달고 맛있긴 하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원두 괜찮은 집, 커피 맛있는 집을 검색하다가 필터 커피가 유명한 카페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필터 커피를 마셔본 게 꽤 오래 전이었다.
‘리시브 커피’는 골목에 스며든 듯 튀지 않은 듯하면서도, 통유리창을 들여다보면 꽤 개성적인 색채를 담고 있다. 오렌지 빛깔이 가득 담긴 안쪽을 이곳저곳 살펴보면 오렌지 캔들이나 오렌지 색깔의 주전자 따위를 발견할 수 있다.
커피 맛을 느껴보려면 따뜻한 커피가 제일 좋긴 하지만, 그 날 낮은 유난히 더웠어서 나는 아이스 필터 커피를 골랐다. 그러면 세 가지 원두 중에서 한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내가 선택한 건 ‘에콰도르 라 파파야 티피카 오크 배럴’이라는 무척 긴 이름을 가진 원두였다.
원두 이름은 길지만 하나하나 찾아보면 크게 복잡할 건 없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 원두는 에콰도르의 라 파파야라는 농장에서 생산한 티피카라는 품종이고, 그 커피콩을 오크 통에 담아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가공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즉, 농장 이름+품종+가공 방법을 한 줄에 담았다는 거다.
이 원두 밑에 적힌 ‘샴페인, 만다린, 카카오’는 이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적어둔 것인데, 대충 예상 가능하듯이 산미가 있는 커피였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산미가 많은 쪽보다 적은 쪽을 선호하긴 하지만, 마시기 불편할 정도의 산미가 아니어서 괜찮았다.
테이스팅 노트와 관련해서 느낀 또다른 점은, 테이스팅 노트에 적힌 맛의 의미를 찾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 커피를 친구와 내가 한 모금씩 마시고 테이스팅 노트에 적힌 맛이 느껴지는지 연구를 해봤는데 그 결과가 꽤 재밌었다. 내 입맛에는 ‘샴페인, 만다린, 카카오’중에서 만다린의 비중이 가장 크고 끝맛에 카카오가 느껴졌으며 샴페인 풍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만다린과 샴페인의 풍미는 느꼈지만 카카오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테이스팅 노트는 나름대로 어떤 근거가 있어서 쓰인 거겠지만, 역시 ‘먹어봐야 안다’는 생각이 한층 더 강해졌다.
커피 외에도 디저트 또한 꽤나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개중 유명한 건 파이 종류인 듯했다. 막상 우리 취향에는 파이가 영 끌리지 않아 피스타치오 딸기 슈를 주문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크림에 피스타치오 맛이 확실한 게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비우고 나오니 뜨거웠던 햇볕도 슬슬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바깥에 서서 카페 전경을 찍고 있는데 카페의 메인 컬러인 오렌지와 커피에서 느낀 만다린의 이미지가 겹쳐져 보였다. 요새는 ‘힙하다’는 말이 ‘특별하다’는 말을 대체하곤 하지만, 단순히 그 단어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맞는 말이긴 하지만). ‘평범함 속에서 톡 튀어나온 개성으로 지겨움을 씻어내는 곳’ 정도로 길게 풀어보는 건 어떨까. ‘에콰도르 라 파파야 티피카 오크 배럴’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