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가족상담학과장
- 김영미 교수 칼럼
- #5.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아동
1994년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주인공 검프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이다. 높은 완성도와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지금도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명화로 거론된다.
영화 Forrest Gump(1994) 포스터
경계선 지적 기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은 지능지수(IQ)가 70~84 사이로 지적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경계선에 해당하며, ‘더딘 아이’, ‘느린 학습자’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정규분포에서 경계선 지능은 전체 집단의 13.59%가 해당되는데, 이 수치를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에 적용해 본다면, 전체 초등학교 학생 2,603,929명(2023년 기준) 중 약 35만 명이 포함된다. 즉, 한 학급 당 최소 2~3명의 아동이 경계선 지적 기능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3배 이상, 지적장애인이 6배 이상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BIF 아동은 발달단계에 따라 주요한 특징들을 보인다. 영유아기에는 전반적인 발달(언어, 운동, 학습, 주의력, 사회성 등)이 느리며, 특히 언어발달의 지연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부분의 부모는 ‘조금 느린 아이’라고 생각하며 특별한 개입 없이 시간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경계선 지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많이 발견된다. 학령기 경계선 지능 아동이 미취학 시기 아동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낮은 학업성취와 또래관계 및 학교적응에서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기는 발달적으로 변화가 큰 시기이나 경계선 지능 청소년은 이러한 변화에 상당히 취약하며 학업 포기나 비행 행동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들은 성인기에 진입해서도 여전히 느린 학습과 의존적인 태도,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 적응의 어려움으로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
경계선 지능인 아동들이 자신의 연령대에서 요구되는 발달 수준에 미치지 못한 채 낮은 성취감과 반복된 실패 경험으로 인하여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 고립, 위축 등 정서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사회성 기술 부족과 상황인식 능력 부족으로 또래 관계에서 소외되고,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여 공격성 등의 문제행동이 나타나 학교적응이 어렵고, 다시 정서적 좌절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든 장애가 조기 진단과 개입이 중요하듯, 경계선 지적 기능 역시 이른 나이에 발견하여 개별적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경계선 지능이 가진 특수성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이들로 하여금 장애 아닌 장애를 겪게 만들고 있다. 다행히 2020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지자체별로 조례 제정과 정책개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을 일컫는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으며, 지원체계 역시 제각각이다. BIF에 대한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해 생애주기별 지원을 위한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지만 그마저도 변화가 더디다.
경계선 지능의 치료목표는 ‘완치’가 아닌 ‘자립’을 목표로 한다. 즉, 경계선 지능을 갖고도 스스로 살아가며 학교와 사회에서 건강하고 충분히 기능하는 개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릴 뿐, 강점을 발굴하고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다면 지능이 평균 범주까지 발달하는 경우도 많다. 지능지수는 타고나는 측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성장 중인 어린 시절의 뇌는 전문적인 훈련과 학습을 거듭한다면 충분히 더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치료 공백 상태에 놓인다면 지적장애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누적된다. 그만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할수록 자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대개 경계선 지능 아이는 또래보다 1~2년 정도 발달이 느리므로 부모가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 종합심리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일상에서 아이의 정서적 지원을 위하여 큰 목표 하나를 작은 목표 여러 개로 나누어서 달성하는 ‘성공 경험’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아이의 능력에 비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부담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이의 강점과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요청하고, 결과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부모의 정서적 지지만으로 경계선 지능 아동이 자립할 수는 없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 및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을 둔 ‘부모’에게는 자녀의 특성에 대한 이해,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지원서비스 정보, 양육 및 교육정보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양육과정에서의 정서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한 부모 자조모임, 상담 서비스 등이 요구된다.
‘교사’에게는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한 이해 및 생애주기별 특성, 주요 교과 지도방안,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한 지도방안, 전문가 및 전문기관과의 연계, 직업교육 방안 등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사회구성원’들은 경계선 지능에 대한 이해, 지원의 중요성, 의사소통 방법 등의 교육이 일상에서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하나의 범주로 들어올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자녀가 경계선에 있을수록 부모들이 교육지원과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자녀가 낙인되는 것을 우려해 제도 안으로 들어오길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계선 지능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이들에게 필요한 법과 제도, 진단 시스템, 교육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육과 복지서비스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