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 상담 Story
- #32. I’m OK, You’re OK 인생 태도
에릭 번(Eric bern)에 의해 창안된 교류 분석 상담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4가지 중 한 가지 인생 태도를 갖고 살아간다고 한다. 인생 태도는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태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자타긍정(I’m OK, You’re OK), 자타부정(I’m not OK, You’re not OK), 자기긍정-타인부정(I’m OK, You’re not OK), 자기부정-타인긍정(I’m not OK, You’re OK)의 태도이다.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소중히 여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도 소중히 여긴다. 이러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태도인 자타긍정이다. 자기를 긍정하는 사람은 자기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따라서 타인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반면, 자기긍정-타인부정의 인생 태도를 가진 사람은 나만 잘 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성향이 강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할 때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무시하고 질책하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고치려고 한다. 나는 옳은 데 주변 사람들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 화 나는 일이 많고, 사람들과 갈등이 일어나기 쉬울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하기보다는 불신하거나 무시하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불신하거나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생 태도는 살아오면서 부모를 비롯한 타인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 혹은 중요한 타자로부터 받은 ‘세상은 위험하고,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와 같은 메시지를 내면화한 결과로 보여진다.
자기긍정-타인부정의 인생 태도와 반대로 자기부정-타인긍정의 인생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이나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고 타인에게 맞추려고 하고 타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별로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훌륭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다 보니 타인에게 동조하거나 순종하면서 인정받으려고 하고,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만 자기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위축되고, 우울과 불안이 높은 유형에 속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자기 탓을 하면서 자책하고, 자기를 비난하게 되면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경험하기 쉽다.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 상황을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니 자신이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종종 상담실을 찾곤 한다. 이들은 주요 타자에게 인정이나 사랑, 공감과 수용을 받지 못하고 처벌이나 학대, 비난에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자신을 학대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문제는 나의 잘못도 있지만 상대방의 잘못도 있고, 상황적인 요인도 있다. 자기부정-타인긍정의 태도를 보이는 내담자(client)에게 나는 종종 자신의 잘못을 아주 잘게 쪼개보라고 말한다. 나는 온통 문제투성이고, 내 삶은 실패했고, 전부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어렵다. ‘그 상황에서 ~~한 말을 한 것은 내 잘못이지.’와 같이 나의 행동의 구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록 한다. 그런 후에 상대방 요인과 상황 요인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나 믿음, 희망도 없고 타인에 대한 신뢰나 존중감도 없는 생활 자세인 자타부정은 나도 별로이고 타인도 별로여서 증오심과 불신에 가득 차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타부정의 인생 태도를 말하면서 20여 년 전에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만났던 17세 학교 밖 청소년이 떠오른다.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피워 경찰과 청소년상담자들이 긴급 출동했었다.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타살과 자살 생각으로 만취한 상태로 칼을 들고 시내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SOS를 요청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가출, 여러 명의 새엄마를 겪으면서 버려짐과 학대를 반복하면서 그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불안하고 두려운 어린 시절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자신의 삶이 아버지의 삶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꼈을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지... 지금은 성인이 되었을 그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 켠이 아린다.
자타부정의 태도를 지닌 사람은 타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지도 못한다. 게다가 타인의 욕구나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차리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자신이 버려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 압도되어 진짜 자신의 욕구나 감정, 타인의 욕구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좋은 상담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경험하고, 그 관계를 발판 삼아 세상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모두 귀하다. 누구나 다 약점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괜찮고, 너도 괜찮은 인생 태도를 갖고 살아가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