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칼럼
    상담심리학과 김현미 교수의
    상담 Story
    #31. 대화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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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를 뜻하는 communication은 “나누어 가진다.”, “공유한다.” 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municare’에서 비롯된 말이다. 생각이나 감정 또는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도 있고 함께 나누거나 혹은 전달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대화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나 감정, 경험, 정보,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친밀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가(시간 또는 양)보다는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가(내용 또는 질)에 따라 관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좌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중요한 사건이 떠오른다. 이십대 후반, 직장에서 당연히 승진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보다 경력이 짧은 동료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인사위원회의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서 오랫동안 화가 나고 무기력했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할 정도로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직장과 병행하면서 그때의 힘듦을 견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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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아주 오래 전에 상담을 했던 부부와 모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5살 아이를 둔 부부가 나눈 대화의 한 대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남편 : (상담실에 올 때) 어떻게 왔어?
    아내 : 뭘 어떻게 와. 버스 타고 왔지.
    남편 : 어떻게 왔냐고 물어본 건데 왜 화를 내?
    아내 : 화 안 나게 생겼어? 그걸 왜 물어보는 건데...
    남편 : 물어도 못 보냐. 넌 말만 하며 성질을 부리더라

     상담자가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면 이 부부의 대화는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동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청소년 자녀와 엄마의 대화를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상담자 : 상담 신청서를 작성해주시겠어요?
    엄마 : (짜증난 목소리로) 네가 써.
    딸 : 왜 나보고 쓰래. 엄마가 써.
    엄마 : (언성을 높이며) 너 때문에 왔으니까 네가 써야지.
    딸 : (언성을 높이며) 엄마가 끌고 온 거잖아. 왜 내가 써.

     앞에 언급했던 부부와 마찬가지로 이 모녀의 실랑이도 상담자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대화를 보아도 우리는 이 부부의, 이 모녀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말로 주고 받는 대화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바라보는 표정, 말투, 한숨, 억양이나 고조, 제스처 등 비언어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 중 상담장면에서 상담자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대화법(의사소통 기술)이다. 의사소통의 차원을 연세대학교 연문희 교수는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1단계 대화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말을 주고 받는 것이라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잘 갔다 와, 날씨가 춥지요, 일찍 오셨네요.”와 같은 인사말이 해당된다. 다소 형식적이고 깊이가 없어 보이지만 1단계 대화는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해주고 다음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보나 사실을 공유하는 2단계 대화는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대화이다. “시험 범위가 어디까지였어? 양말 어딨어? 2시에 회의 시작합니다, 내일부터 3일간 출장 가”와 같은 대화이다. 피상적이고 사무적인 2단계의 대화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화는 자신을 별로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오랫동안 말을 주고 받더라도 서로에 대해 알기 어렵고 친밀해지기 어렵다. 3단계 대화는 솔직한 나의 생각이나 경험 등을 표현하는 대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대화이다. 예를 들면 “이 수업 너무 지루해. 시간 낭비인 것 같아”, “여보, 건강 생각해서 술 좀 줄여요.” 와 같이 자신의 견해나 판단 등이 드러난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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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건강 생각해서 술 좀 줄여요.” 와 같이 자신의 견해나 판단 등이 드러난 대화이다.
    3단계 대화는 신뢰하는 마음이 있는 친구나 부부, 동료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자기노출의 수단이다. 자기노출이 두려운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비난이나 평가를 받고 야단을 맞는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기노출을 두려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4단계 대화는 나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대화이다. “친구들이 따돌려서 속상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이 부러워.” “당신이 늦게 오면 사고가 난 건 아닌가 하과 걱정이 돼”와 같은 대화이다. 이와 같은 진실한 감정 표현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자주 일어나고, 진실한 감정을 용기있게 표현하면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5단계 대화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화로 서로 공감하는 주고받음이다. 가장 깊은 인간관계는 공감적 이해가 자주 일어나는 두 사람이다.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이 된 것처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과 심리적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공감하는 사람 앞에서 혼자가 아님을 경험하고 정서적인 어려움이 해소된다. 공감하는 대화는 매우 어렵다.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느낀다면 1단계의 대화부터 차츰차츰 늘려가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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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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