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맞이하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悅乎)아.

 모두 잘 알고 있는 이 글귀는 공자가 만년에 그의 심경을 말한 것이라고 한다. 벌써 2500년 전에 남긴 공자의 말씀이 지금도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이 글이 배움을 말할 때 항상 학습(學習)과 연관되어 쓰이며 그 어떤 단어로도 이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자가 말한 이 글귀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뜻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자대로 해석하면 이 글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을 놓치게 된다. 이 글은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 깊이를 새겨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 “이미 배웠던 글을 때때로 복습한다면 얼마나 기쁘겠느냐?” (이가원 역)
  • “배워 때에 맞춰 실천하여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김창엽 역)
  • “이미 배우고 또 그것을 계속 익힌다면 배운 것이 익숙해져서 마음 가운데 희열을 느끼게 된다.” (朱子 역)

 같은 문장을 세 가지로 해석한 위의 글들은 언뜻 보면 비슷한 내용이지만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단어의 의미가 해석의 방식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게 읽히고 있다. 이처럼 공자의 말은 읽는 사람에 따라 평범하면서도 해석의 깊이가 다르고, 막연한 것 같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간결한 표현이지만 음미하면 그 말 속에 진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후한 헌제(獻帝)때 동우(董遇)가 讀書百遍意自通(독서백편의자통 : 같은 책을 백번 되풀이하여 읽으면 저절로 뜻을 알게 됨)이라고 말한 것은 이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공자가 말한 배움의 대상은 학예(學藝)를 두고 한 말이다. 그 당시에 학(學)은 육예(六藝)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말하며, 그 내용은 예용(禮容), 음악, 궁술, 기마술(말수레), 서예, 수학을 말한다. 이 당시의 배움(學)은 단순히 암기만 하면 되는 기억을 뜻하지 않는다. 배움을 익히기 위한 글자인 습(習)은 하얀 어린 새가 날개짓(羽) 하는 글자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단하게 반복해서 연습하는 모양이 문자 속에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익힘이란 눈과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활용하여 몸에 배도록 반복하여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즉, 배움과 익힘은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온몸을 활용하여 고루 습득하게 실천하는 일임을 공자는 학(學)과 습(習)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자는 때에 맞춰 배우고 익혀서 깨달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는 학습하는 보람은 아는 데 있으며, 앎은 마음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학습은 무엇을 하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깨달아 아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글이 아닌 학문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을 통해 기쁨을 누리고 앎의 실천을 실현하기 위해 인재들이 모이는 장소가 오늘날의 대학인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교육의 과정을 새롭게 제시한 심리학자 브루너(J.S. Bruner)는 학습이 즐거움(pleasure)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는 벌써 2500년 전에 공자가 이미 설파한 말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그칠 줄 모르는 지적인 호기심이 인간의 문명을 이루어 놓았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새로운 것을 깨달아 안 이들의 즐거운 실천이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때 학문은 방편이나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세상에 대응해야 할 우리 대학인이 앞으로 학문하는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를 공자의 말을 인용해 풀어보았다. 배움의 노정(路程)은 쉬운 길이 아니다. 이 고단한 길을 가고자 선택한 대학인은 학습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앎의 희열과 기쁨을 느끼고, 이를 살아가는 동안 실천하면서 인류의 번영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대학인이 된 목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한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대학인으로서 앎의 희열을 놓지 말고 쉼 없이 자신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국제사이버대학교 부총장
홍 승 정
Copyright ©2014 BY GUKJE CYBER UNIVERSIT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