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테인먼트학과 송시형 교수의
- 문화칼럼
- #7. ‘아시아의 대중문화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영상콘텐츠산업
대략 1950년대부터 대중문화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경쟁상대가 없다고 할 정도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대중문화산업에서 아직도 미국의 위상은 굳건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사건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의 대약진 현상이다. BTS의 글로벌 팬덤 현상과 같은 K-POP의 인기도 높은 편이지만, 특히 최근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상콘텐츠 분야에서의 한국 콘텐츠들의 성과들이다.
2019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과 200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한국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비평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었다. 이처럼 본격적인 관심이 고조된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2021년 9월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되었다.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전파되고 소비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은 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오늘날 대중문화 같은 분야는 많은 양의 자본이 투입되고 지속적인 성과들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 토대를 바탕으로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는 그간의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국이 대중문화산업에서 갖는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처럼 유통과 소비의 중심이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미국 중심의 유통과 소비가 더 강화되고 있다.
현재 IT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패턴이 세계화되면서 그 파급력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는 이 중심에 서 있으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 주는 기업이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미국의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영상콘텐츠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이 대 전환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기업이 만든 플랫폼을 통해서 한국의 영상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전에 평가절하되었던 한국 영상콘텐츠 제작 역량이 우수하다는 점과 한국의 소재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자본과 스텝들이 만들어 낸 영화 <미나리>와 <파친코> 라는 작품은 작품성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함께 한국의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내용으로 전 세계 많은 대중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 전의 한국적인 소재로 제작된 영상콘텐츠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라는 작품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끊임없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의 대중문화의 위상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며 유지되는 이유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중심으로 자본과 제작 인력 그리고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다른 나라의 뛰어난 감독과 배우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영상콘텐츠 제작에 기여하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 영국이 대중문화에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바로 비틀스의 등장과 그로 인한 영국 록 음악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이 한동안 대중음악 분야에서 맹위를 떨쳤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프랑스도 영화의 발상지라는 자부심과 함께 1960년대 소위 '누벨바그 시대'를 열면서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감독들을 중심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예술로 인정받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었던 시기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하위문화 부문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와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 시기가 있었고 현재도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남다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국, 프랑스, 일본 정도의 나라들이 미국을 제외한 대중문화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나라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중문화에서 전 세계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힘든 분야가 오늘날의 대중문화산업의 현주소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위 세 나라들하고도 다른 모습과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한국의 경우는 대중문화의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K-CULTURE’로 일컬어지는 대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일반대중들에게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나라는 아직 미국을 제외하고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일부 마니아층에서 소구되는 형태의 일시적인 인기나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 요 몇 년 동안 외국 언론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 같은 현상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이 드디어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보다 더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폭넓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중문화산업에서는 아시아 변방 국가가 아닌 앞으로는 전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아시아의 대중문화 허브이자 창작의 중심축’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대중문화산업에서 미국의 위상에 근접할 수 있을지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