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9년 spring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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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배신, 여자의 변심

 눈은 마음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고 전달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 재미있는 기준 하나가 대학 전공의 인기도 변화 추이를 보는 것이다. 서두(序頭)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학 전공 선호도에 대한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8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말 그대로 초기 단계의 걸음마 수준이었다. 이동 전화는 아예 상상 속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무거운 타자기를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필자에게 대학 전산실에서 처음 대면한 개인용 컴퓨터(PC)는 두려운(?) 충격이었는데, 그 기능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리포트나 이력서를 타자로 치던 시절이었으니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를 이용하여 만든 문서를 저장하고 다시 꺼내서 수정하고 필요할 때 내 맘대로 인쇄까지 할 수 있는 PC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로인해 먼지 쌓인 타자기는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프로그램 개발자(Program Engineer)라는 전공과 직업이 다소 생소했지만,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상경계 졸업생들은 세계를 누비며 수출 전선에서 외화벌이의 선봉장이 될 수 있는 종합상사, 무역회사 또는 은행 등을 선호했으며, 중동의 오일달러가 유발한 건설 붐으로 인해 건설회사에도 많이들 입사했다. 공대 학생들의 선호 직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밑그림이 됐던 섬유, 건설, 석유 화학, 조선 등 주로 굴뚝이 동반되는 장치산업 쪽으로 몰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직장 선호도에 부응하듯 대학에서도 경영, 무역 그리고 외국어 관련 학과들이 인기를 끌었으며, 이공계 쪽은 기계, 화학, 섬유, 조선 관련 학과들이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소위 상사맨들이 세계를 누비며 주문을 받아 오면 질 높은 근로자들이 밤새 공장을 돌려서 수출했으며, 이때 벌어들인 외화로 도로, 철도 및 항만이 건설되고 조선소, 자동차 공장과 석유화학 단지가 구축되었다.

 오늘날 우리 대학들이 제공하고 있는 전공들은 어떤가? 쇠락하거나 소멸한 전공은 무엇이고 새롭게 부상한 전공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초기 확장 단계에서 굴뚝 산업은 쇠락하고 위축되었으며 그 빈자리를 공장 자동화, 자율 주행, 에너지 고효율화, 스마트 정보화, 게임과 드론, 친환경 생산, 과학 영농 등 신산업이 차지하게 되었다. 자동화, 정보화를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제어와 계측이나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문가가 우대 받는 세상이 왔으며,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과 관리 및 보급을 위한 전문가, 가상현실과 자율 주행을 위한 통신, 카메라 성능과 모듈 개발자는 졸업하기도 전에 말 그대로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세상이 왔다. 스마트 폰을 매개로 소통, 정보 검색 및 학습 등을 가능케 하는 첨단 기술에 관련된 기술과 전공들은 불과 10여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학문이다. 환경 오염을 줄이는 기술, 재생 에너지 생산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소재와 물질의 합성과 생산을 위한 전문가들도 미래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란 빛은 그 반대편에 어두운 그늘도 만들었다. 자동번역기의 등장은 더는 외국어 능력자를 우대하지 않는 시절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불과 몇 년 후에는 이어폰처럼 귀에 꽂아 쓰는 번역기가 상대방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서 자국어로 들려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실용 외국어 학과나 통역 전문가 과정들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장과 세무 신고를 배우는 세무회계 학과들도 인공지능(AI)이 회계 계산과 장부 정리를 대신할지 모를 가까운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표준화 및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까다로웠던 무역 관련 업무를 비교적 용이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는데, 허망한 것은 이러한 기술의 확장이 한때 인기 있던 무역학과가 대학에서 소멸하는데 일조(一助)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실용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정학과나 외교학과, 증가하는 여성의 사회활동 추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정학과, 빅 데이터나 AI가 대신할 통계학과 등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선호하는 전공이 아닌 것 같다.

 우리 대학들은 4차 산업 혁명의 신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배출을 위해 어떠한 전공들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생산 자동화 전문가, 환경보존 체제 구축을 위한 설계자 등이 절대 필요할 것이며, 반도체 설계 전문가, 가상공간 소통을 위한 시스템 개발과 운영 전문가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로운 직업군에 맞는 적합한 인재 양성을 위한 전공 개발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산업을 주도하는 전문가는 특정 분야의 한 가지 전문 지식만으로는 경제 주체 간의 복잡한 연결, 인간과 사물 간의 연결,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 등을 이해하고 조정,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학의 고민이 있다. 미래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의 리더는 이종(異種)의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기계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물론 기계를 매개체로 해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아는 복합형 인재만이 신산업과 신사회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기에 융, 복합 전공이나 자유 전공 또는 교차 수강과 복수 전공 등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권장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대학 졸업 조건으로 2개 이상의 전공 이수를 의무화하는 혁신적 교육과정 개편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경우
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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