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prologue.
얼마 전 모 포탈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App의 활용도 설문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1위와 2위는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예상하신대로 1위는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의 메신져 앱이 차지했고, 2위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가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3위였죠. 저는 오픈마켓 앱이 아닐까 했는데 제 예상을 깨고 3위에 랭크된 것은 다름아닌 스마트폰에서 음식 주문을 대행해주는 속칭 ‘배달앱’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게 된 ‘배달’ 어플리케이션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은 위에 나와 있는 3가지입니다. 배달 3대장이라고도 불리우는 위 업체들은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달 전문 어플리케이션이 있기 전에도 배달음식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생산되어왔습니다. 예를 들면 위에 보이시는 배달책자나, 중국집의 메뉴를 한눈에 보고 전화를 유도하는 이쑤시개(더 오래 전을 떠올리자면 성냥) 등이 있었죠.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드문 배달전문점들의 특성 상, 이러한 홍보수단이야말로 유일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 된 배달 어플이 등장하게 됩니다. 현재도 건실한 업계 3위 업체 ‘배달통’입니다.
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시작점. 2010년.

배달통을 만든 스토니키즈 김상훈대표
배달통을 만든 김상훈 대표는 게임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2008년 스토니키즈라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벤처CEO였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자취를 하면서 점차 쌓이게 된 종이전단지를 보고, 당시 빠른 속도로 보급이 되고 있던 스마트폰에 전단지들을 넣으면 업주들과 소비자 모두 간편하고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게 됩니다. 그렇게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배달앱인 ‘배달통’이 탄생하게 됩니다.

배달통은 당시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되자마자 8시간 만에 다운로드 횟수 2위를 기록하며 국내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됩니다. 지금처럼 모바일이 대중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지역별로 매장의 전화번호와 프렌차이즈들의 메뉴 정보를 직원 2명과 함께 수작업 한 결과 마련된 10만 건의 데이터베이스는 당시 매우 파격적인 정보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결국 회사 서버가 견디지 못하고 다운, 1주일 뒤에나 복구가 가능했고, 12시간 만에 앱스토어 통합 1위를 차지하는 위엄을 달성하게 됩니다. 또한 선구자이다 보니 그동안 없던 플랫폼의 정착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배달음식점들이 자발적으로 앱에 등록하도록 홍보에도 힘을 썼습니다. 그들과 광고 수익을 같이 나누는 모델을 제시해 서로 win-win하는 수단임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죠. 현재 수많은 프랜차이즈, 개인 식당이 배달앱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토대에는 배달통의 이런 선구자격 노력이 있었습니다.

배달통의 구성. 절대적으로 배달을 목적으로 한 기본 기능에 충실한다.
2010년 당시 배달통은 2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거추장스러웠던 배달 전단지의 온라인화. 둘째,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배달음식 리뷰. 현재에도 이 두 가지 틀이 배달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을 감안하면, 정확한 전략과 니즈를 가지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음을 알 수 있죠.

배달통을 인수하고 요기요를 국내 서비스한 세계 최대 배달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배달통은 독자적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애플리케이션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를 남기고 2015년도 동종 업체인 요기요를 만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시는데, 옥션과 지마켓이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듯, 현재 요기요와 배달통 또한 같은 지붕아래 운영되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제 거대 배달앱 중 토종 기업은 배달의민족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배달통이 고군분투하고 있던 2010년, 배달통에 이어 6개월 뒤 후발주자로 등장한 기업이 있었으니, 현재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계 1위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누적 다운로드 수 1200만(2015년 통계)에 월 방문자 200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달서비스업체입니다. 특히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광고시장계에서도 큰 손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죠.

배달의민족의 아버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도 앞서 말했던 스토니키즈 김상훈 대표처럼 디자이너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김봉진 대표는 사업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단순히 배달 전단지를 어플리케이션에서 ‘예쁘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목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영역 확장은 거대 공룡 포털사이트들이 비슷한 것을 출시하면 바로 망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으려고 했죠. 하지만 2010년 6월. 배달의 민족은 앱스토어 출시 이틀만에 1위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배달통의 선전으로 우후죽순 비슷한 목적과 모양을 가진 앱들이 출시되고 있었는데,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를 둔 배달의민족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끊임없는 업무제휴로 유저들에게 할인을 제공한다.
김봉진 대표는 당시 1위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비즈니스모델로 승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포탈검색을 하던 중 팬션 등에서 포탈을 통해 전화예약을 하면 할인을 해준다는 글귀를 보게 됩니다. 배달의민족은 지금은 흔한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서비스인 앱을 통해 주문을 하게 되면 포인트, 즉시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업계 최초로 추진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략은 곧 적중하여 전국 수많은 배달음식점들이 이러한 주문전화가 많은 것을 인지, 연락을 해오면서 사업이 확장되게 됩니다.
이후 아직 시장의 파이가 작은 것을 고려해, 굴지의 국내업계 1위로서의 행보를 위한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배달의 민족을 설명할 때 ‘거대마케팅’ 전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배달통이 안정적이고 고차원의 서비스 개발로 제휴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배달의민족은 마케팅에 올인해서 유명세를 타고, 그 유명세로 제휴사들을 확보하는 전혀 다른 사업방식을 적용하게 되죠.

당시엔 스마트폰의 일개 애플리케이션을 TV광고에까지 등장시키는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김봉진대표는 TV광고는 물론이고 버스, 쉘터, 지하철,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광고영역에서 배달의민족에 대한 마케팅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당시 라이징스타로 급부상중이었던 배우 류승룡을 등장시켜 마치 국내 굴지의 메이저 기업인 듯 한 이미지를 심게 됩니다. 첫 투자자의 모든 투자금을 마케팅비로 사용했고, ‘마케팅에 2등은 없다’ 라는 모토를 가지고 실제 지금도 연 매출 중 상당수를 마케팅비용에 쏟아 부을 만큼 마케팅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이후 배달의 민족의 실적. 현재는 2,3위의 배가 넘을 정도의 시장규모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공격적인 투자를 한지 5년. 마침내 스마트폰은 몰라도 배달의민족과 류승룡은 안다는 사람들이 생겨 날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배달의민족은 하나의 거대한 기업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이렇게 업계 1위를 6년째 수성하고 있습니다.

2014년 조선일보에 실린 배달앱들의 수수료 횡포에 대한 기사 이미지,
현재는 3사 모두 수수료 0%가 되었지만 당시엔 큰 화두였다.
배달앱은 2016년 현재의 우리의 윤택한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수수료의 과도한 책정, 그로 인한 음식의 질 저하 현상들이 매년 매스컴에서 화두에 오르기도 하죠.
다음 시간에는 배달앱 기업들의 수수료 정책에 따른 사회적 문제 현상과 요기요와 배달통을 인수한 외국기업 딜리버리히어로, 뒤늦게 배달업계에 뛰어들어 치킨게임을 자행한 이베이코리아의 옥션과 지마켓, 연간 250억원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최대규모의 투자사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에 570억을 투자받은 배달의 민족의 미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