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연 Quarterly Webzine 2015년 Autumn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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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내게도 쉼이 필요해

 이번 겨울은 참 길었다. 입학처 직원이기 때문에 입시는 늘 하루하루를 옥죄지만 특히나 이번 겨울은 고되고 힘듦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느 해 보다도 여행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입시가 끝나갈 무렵 고생한 나를 위해 꿀휴가를 주기로 했다. 장소는 대학생 때부터 가보고 싶던 곳. 홍콩!

 “왜 홍콩이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솔직하게 확실한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일상을 접고 멀리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까운 나라 중에 꼭 가고 싶던 여행지를 되짚어보니 홍콩이 가장 순위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랄까. 홍콩은 먹거리, 관광, 쇼핑 등 어느 하나 여행의 요소에서 부족함 없는 도시이다.

 거기에 서점에만 가도 섹션하나를 꽉 채울 만큼 넘쳐나는 안내책자와 여행문 서적이 가득하고, 블로그만 봐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나 같은 여행초보에게는 이보다 좋은 자유여행지는 없을 것 같았다. 몇 년 전부터 ‘홍콩으로 여행을 갈거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결국 실천하게 된 것이다.

첫째날.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내 몫”

 새로운 여행지로 향한다는 마음에 전날 잠을 설치고 제대로 화장을 하지도 못한 채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집밖으로 나섰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올라타니 새벽부터 나를 포함해 여러 곳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여행정보가 담긴 책자를 읽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9시 55분 비행기를 탑승했다. 드디어 출발! 복잡하고 정신없는 회사생활에 찌든 내 자신에게 가끔 주는 이러한 쉼은 언제나 소중하다.

누구나 다 찍는 비행기 인증샷. 비행기 인증샷은 어디를 가던 똑같다.

 인천에서 홍콩까지의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정도. 긴 여행을 갈 때에도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이날은 새벽부터 분주했던 탓인지 끊임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한 2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무섭게 흔들리는 기체의 움직임에 눈을 떴다.

 이때부터 ‘이번 여행이 쉽지만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체가 무섭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혼란스러워 공황상태가 오기 시작했을 즈음, 뒷자리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이러다 죽겠다. 비행기에서 추락해서 죽으면 순식간이겠지’라고 낄낄대는데 어찌나 철이 없어보이던지... 생각해보니 진짜로 그럴 수 도 있겠다는 마음에 착륙할 때까지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다행이 지금 홍콩여행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나는 죽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함께 여행간 친구를 바라보며 한숨부터 쉬었다. 내가 봤던 여행 책자에서 홍콩은 ‘평균기온 18도에 겨울에도 대부분 화창한 날씨’라고 적혀있었는데, 내가 여행을 간 첫 날 홍콩은 50년만의 한파와 돌풍을 동반한 비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부푼 기대감과 가슴 벅찬 설렘으로 시작한 여행이 도착하자마자 걱정으로 돌변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내 몫이구나”

 왜 내가 여행을 할 때면 어디든 내내 비가 오는지, 정말이지 놀 팔자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우울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홍콩에서 이런 날씨에 언제 또 여행을 해보겠는가! 그래 난 특별한 여행객인거다. 힘들어도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로 다짐하고 첫째 날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첫째날 일정. 공항의 가장 근처에 있는 옹핑빌리지라는 곳에서 동양 최대의 청동좌불상인 빅붓다(실제로 크다)를 보고 숙소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홍콩 도착이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쯤 되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구름이 잔뜩 끼어 매우 어둑한 날씨였기 때문에 청동상을 제대로 볼 수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 옹핑빌리지 케이블카를 예약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이럴때만 쓸데없이 계획적인 내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우산 하나 집어 들고 빗소리에 맞추어 운치 있게 홍콩 시내를 누비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일. 모든 것을 운에 맡기기로 하고 옹핑빌리지로 향하는 2층 버스에 올라탔다.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2층 버스를 타고 옹핑빌리지 가는 길,
오후 2시 30분쯤 촬영한 사진인데 마치 새벽의 한적한 도로같다.

 옹핑빌리지는 홍콩에서 가장 큰 절인 포린사원이 있는 불교 테마파크로, 부처의 생애를 보여주는 ‘부처와의 산책’, ‘원숭이 설화 극장’, 높이 20m 무게 200t 규모의 동양최대의 옥외 ‘청동불상 빅붓다’가 있어 관광객과 참배 수도승, 신자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여행책자에는 ‘주변이 한적하고 넓은 자연풍경이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라고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여행 첫날 찍은 옹핑빌리지 입구

 내가 도착한 곳은 귀신이나 나올 법한 으스스한 장소였다. 대체 어디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니, 오히려 즐거워야 할 여행의 시작이 어떻게 이렇게 슬플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의 심란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실 어디까지나 내가 운이 없었던 것이다. 전 세계 다양한 여행책자에 꼭 가봐야 할 여행장소로 소개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광경이 불상에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다고도 표현되는 이곳.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옹핑빌리지를 가고자 한다면 한국에서부터 꼭!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예약하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옹핑빌리지 케이블카 사진. 블로그 발췌

 옹핑빌리지는 산 중턱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5.7km 길이의 사방이 유리로 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탑승시간은 25분. 그동안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란타우 섬의 멋진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이 케이블카를 타는 다른 목적이기도 하다.

 비바람만 몰아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른 의미로 25분간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오르던 케이블카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궂은 날씨에 파노라마는 커녕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광경. 그리고 심지어 바람이 너무 불어 케이블카가 10분 동안 멈추는 사태도 벌어지니 내가 여기에 관광을 온 건지 황천길 투어를 온 건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거기에 따뜻하다고 했던 홍콩의 날씨는 왜 그리 추운지. 알 수 없는 중국어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마치 ‘조심해 죽을 수도 있어’ 라고 경고하는 듯 했다. 지연까지 총 35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나마 여행에 대한 기대로 부여잡았던 모든 멘탈이 케이블카의 흔들림과 함께 일시에 붕괴되고 말았다. 그저 두 손 모아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기도만 했다.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다시 써야겠다.)

바닥까지 뚫려있는 케이블카 구조.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바람과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섭지 않았다,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더욱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제대로 된(내가 상상했던) 옹핑빌리지 케이블카의 전경, 블로그 발췌.

 위 그림과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산 정상에 세계 최대의 청동좌불상인 빅붓다가 위치해있다. 날이 좋으면 마카오에서도 저 불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홍콩이 자랑하는 전경이라는데 홍콩 50년만의 한파와 함께 도착한 탓에, 내심 못 본 것이 지금껏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자세히 보면 사진 하나하나에 혼이 빠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이 사진을 한국에 있는 팀 동료들한테 보내자 경주에 갔는데 거짓말하는 것 같다며 믿어주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서 빌리지 정상에 올라서니 세계 최대의 불상이 나를 반겼다. 하지만 끝내 얼굴은 허락하시지 않았다. 짙은 안개에 가장 앞으로 가도 큰 불상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나마 남긴 저 얼굴 없는 불상이 인생은 이렇게 어렵게 오르고 올라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는 것 같아 내심 숙연해진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도저히 관광을 지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꼭대기에 위치해 안개 속에 가려져 아무런 풍경도 심지어 1M 앞도 보이지 않던 상황. 결국 우린 제대로 관광지를 둘러보지도 못한 채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하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5분 동안 또 그 지옥 같은 황천길투어를 경험했다.)

‘언젠가 또 이곳으로 여행을 오게 되는 날이 오면,
지금의 이 추억은 그 날의 기쁨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해 줄 거야’

 라고 내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참 쓰디쓴 추억이다. 예전 다른 여행지를 갔을 때에도 이틀 동안 비가 오는 차에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치 머피의 법칙이 내가 여행만 떠나면 내 주변을 맴 도는 것 같은 부정적인 기분이 숙소에 도착할때까지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첫날 겪은 이 눅눅하고 어두웠던 경험이, 다음날부터 이어진 여행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인지는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2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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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현
입학홍보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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