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사가 전 세계의 IT관련 커뮤니티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본부를 6조 5천억원에 완전 인수했다는 기사도 아니었고, EU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빅데이터 수집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는 기사도 아니었습니다.

1월 17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기사. 중요 개발자의 이탈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날 it분야 기사 중 가장 주목받은 기사는 바로 ‘비트코인 개발을 주도해온 익명의 최정상 개발자가 비트코인과 결별을 선언했다’라는 보도기사였습니다. 곧바로 이 보도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으며, 당일 비트코인의 통화가치가 10% 이상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모니터를 보고 계신 여러분의 모습이 대충 상상이 갑니다.

‘(몹시 정색한 표정으로)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의 무슨 코인이 개발자가 있는데, 그 개발자가 회사를 나가서 통화가치가 하락을 하고 뭐가 어쨌다고?’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비트코인인데, 전 세계 여론은 왜 이렇게 진지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 걸까요?
이번 회에서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화폐이며, 동시에 앞으로 20년 내에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무형의 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필명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어떠한 프로그래머 단체가 제작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고 실체가 드러난 것도 없으니 비트코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존재가 희미하니 사기꾼들이 아닌가 생각도 드시겠지만, 처음에 시작은 사기였을망정 지금은 당당히 통화가치로 인정받는 무형의 화폐를 개발한 사람(들)입니다.]

비트코인은 쉽게 말해 발행주체가 없는 돈이며, 보이지 않는 가상화폐를 의미합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실제 돈처럼 활용하는 카드사들의 포인트, 네이버와 다음같은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쉬, 예전 싸이월드의 도토리처럼 실제로 형체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화폐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의 돈이지요.
싸이월드의 [도토리], 네이버의 [네이버캐쉬] 같은 경우는 그 커뮤니티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온라인 뿐 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화폐로 인정받아 비트코인을 통해 물건에 대한 값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폐가치를 인정받는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곳. 즉 발행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처럼 공식적인 루트로 돈을 발행하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인터넷상에서 노동의 대가를 치루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수학문제들을 풀어낸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이 비트코인 개발자가 보증하고 개인이 생성한 전용 가상계좌로 입금되는 형식입니다. 개인이 곧 발행처가 되는 것이지요.

단 이 문제들이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 PC로는 4년 이상 풀어야 간신히 1비트코인(약 50만원가량)을 얻을 수 있으며 고가의 슈퍼컴퓨터 장비로도 1년 이하로는 풀 수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결론입니다. 그리고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금액도 개발자가 정해놨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100만 비트코인(원화가치로 약 10조)입니다.
이렇게 구하기도 힘들고, 형체도 없고 심지어 통용되는 금액의 제한까지 있는 비트코인인데 미국, 독일, 영국 등 굴지의 선진국들이 왜 이 가상화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공식적으로 법에 허용되는 유가증권으로 인정하게 된 것일까요?

비트코인을 형상화 한 이미지
그 이유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무형의 화폐라는 특성에서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국가들은 각자의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화(₩),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화(¥)등 너무나도 많고 다양하죠.
그리고 그 화폐단위마다 통화가치가 서로 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1월 20일 기준 미국 1달러당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1200원정도이고, 또 100엔당 원화의 가치는 1050원이라는 매우 복잡한 화폐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변동되죠. 외국에 나가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그날의 원화가치가 얼마인가에 따라 내가 지불한 금액이 달라지게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됩니다. 점차 무선네트워크 시장이 발전하게 되면, 누구나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계좌에 보유한 화폐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은 원화도, 달러도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 화폐가치로 쓰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각 국가의 화폐가치의 등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동의 자산으로서 말이죠.
또 한 가지로는 금액의 제한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투자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독일 등에서 법적으로 통용화폐로 인정되었고, 거래하는 은행도 필요 없고 쌓아둘 공간도 필요 없고, 거기에 세금규제도 없으며 거래수수료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현금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탈세문제 때문에 중국의 경우 2013년부터 비트코인을 위안으로 거래하는 것을 당국이 금지하기도 했죠. 덕분에 1비트코인 당 무려 1000달러에 육박하던 비트코인의 화폐가치는 450달러까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에서 규제를 한다면 기축통화로서의 가치 또한 폭락하기 때문이지요.

2013년 후반기부터 비트코인은 이미 금의 단위 당 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매장량이 한정되어있다는 것은, 계속적인 수요가 발생한다면 그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와 같이 매장량은 한정되어있는데 수요가 계속적으로 증가한다면 당연히 1비트코인 당 가치는 상승하게 되어있고, 장기투자 목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아직도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이러한 투자가치를 인정하고 지난해 5,000만 달러(한화 600억)를 비트코인에 투자했습니다. 또한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델 컴퓨터그룹, 엑스피디아, 위키피디아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는 등 사용처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에 설치 된 비트코인 ATM, 현재는 일반 기기에 비트코인 거래기능을 탑재한 ATM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출처 : bithub.co.kr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갤럭시아컴즈가 ATM을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ATM기기를 도입했고, 현재는 전국의 7000여대의 ATM기기에서 비트코인 입출금 거래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미 강남 등지의 호텔이나 여행관련 매장에서는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니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인터넷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트코인으로 상거래를 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다소 젊은 나이인 제게도 비트코인의 발전은 격세지감(隔世之感) 입니다.
손에 쥘 수도 없고 어떻게 만들어진지도 모르는 온라인 화폐로 전 세계 어디서 무엇이든지 구매할 수 있는 날이 곧 올수도 있다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