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CU 칼럼
    사회복지학과 박미현 교수의
    마음으로 쓰는 강의 노트
    #9. 통합돌봄지원사업의 전국 시행, 돌봄정책의 새로운 전환점

     지난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고 통합돌봄지원사업이 전국적으로 본격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돌봄정책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돌봄은 의료, 요양, 복지서비스가 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여러 제도를 따로 찾아 신청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거나 가족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통합돌봄지원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줄이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연속적이고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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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돌봄의 핵심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가능한 한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독립적이고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장기요양, 장애인 지원, 주거, 복지서비스 등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어르신에게는 방문간호와 식사 지원, 주거개선, 이동지원, 가족상담이 동시에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실제로 필요한 지원을 적절한 시점에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사회복지학의 관점에서 볼 때 통합돌봄지원사업은 몇 가지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첫째, 돌봄의 공간을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둘째, 공급기관 중심이 아니라 이용자의 삶과 욕구를 기준으로 지원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셋째, 돌봄의 책임이 특정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고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결국 통합돌봄은 한 사람의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주거, 관계, 이동, 식사, 안전, 사회참여 등 생활 전체를 지원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적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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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통합돌봄은 지역사회의 역할을 새롭게 요구한다. 돌봄은 병원, 요양시설, 복지관, 행정기관 어느 한 곳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동네 의원, 보건소, 사회복지관, 재가서비스 기관, 주거지원 조직, 자원봉사자, 이웃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특히 돌봄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제도 사이의 빈틈에 놓이기 쉽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 공간을 넘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삶의 연속성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여러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의료·복지 인프라의 밀도와 질이 다르고, 방문형 서비스나 사례관리 인력, 민관협력 역량에도 차이가 있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 전문인력 양성, 기관 간 정보연계, 안정적인 재정 지원, 협업체계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름은 ‘통합’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다시 분절적으로 작동한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제도의 시행 자체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돌봄은 새로운 사업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 복지체계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돌봄을 비용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불필요한 입원과 시설 입소를 줄이고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합돌봄의 본질은 비용 절감보다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익숙한 동네에서 살고, 관계를 유지하며, 자기결정권을 존중받는 것은 인간다운 삶의 핵심 조건이다.
    돌봄정책은 누군가를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제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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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돌봄지원사업의 전국 시행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 가족에게만 돌봄의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공공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돌봄은 특별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언젠가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통합돌봄지원사업을 단순한 복지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서로의 삶을 어떻게 지탱할 것인가를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는 통합돌봄이 지역사회 안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미현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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