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학과 권호근 교수의
- 부동산이슈읽어주는남자
- #10. 행동경제학과 부동산투자

전통적인 경제학은 ‘완전한 정보’와 ‘가격의 신축성’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정은 현실과 괴리되는 점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완전한 정보’의 가정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 전통 경제학 이론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완전한 정보’의 가정은 사람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할 경우, 과거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상황도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오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경우, 1년 후 이 주식의 가격을 알고 매입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이 태동했다. 행동경제학은 ‘완전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경제인’이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를 가정하고, 사람은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행동경제학은 20세기에 경제학의 변방 취급을 받았으나,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카네만(Kahneman, D.)의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21세기에 들어 재조명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필자의 견해로 19세기 베블렌(Veblen, T.)이 『유한계급론』에서 언급한 ‘베블렌 효과’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인다. ‘베블렌 효과’란 ‘수요의 법칙’의 예외로, 어떤 재화의 경우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며, 이는 상류층의 과시성 소비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의류나 지갑 등 명품에 대한 과도한 소비 욕구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케인즈(Keynes, J. M.)는 ‘불완전한 정보’와 ‘가격의 경직성’을 전제하면서 실업은 일반적인 현상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거시경제학을 창시했다. 투자이론이 ‘미시경제학’이 아니라 ‘거시경제학’에서 다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란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미래의 수익을 획득할 목적으로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권호근, 『부동산투자론 개정판』, 형설출판사, 2023, p.21.

상기 정의에서 ‘완전한 정보’를 가정하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미시경제학’에서는 투자이론이 설 자리가 없다. 거시경제학의 투자이론 중 고전학파의 이론으로 ‘현재가치법’이 있다. 이는 투자에 수반되는 비용과 수익을 비교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비용은 현재 시점에서 발생하지만 수익은 미래에 발생하므로, 미래 수익을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원한 후 순수익이 0보다 크면 투자하고 그렇지 않으면 투자를 기각한다.
여기서 문제는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투자자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비현실적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투자란 부동산을 대상으로 장래의 수익을 획득하기 위하여 현재의 대가를 희생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상게서, p.68.
여기에도 장래 수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문제된다. 우리는 미래에 발생할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전제에서 행동경제학 이론을 부동산투자에 적용하면 투자자가 범하는 여러 오류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준거점 효과(anchoring effect)와 손실회피(loss aversion)이다.
어떤 투자자가 아파트를 5억 원에 구매했다고 가정하자. 구매 시점이 좋지 않아 가격이 4억 5천만 원으로 하락했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시점에서 아파트를 매도하여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 구입가인 5억 원 이하로는 매도하기를 주저하며 손실 규모를 더욱 확대시킨다. 최초 구입가 5억 원이 심리적 준거점으로 작용하여 그 이하 가격으로 매도하기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도 최초 매입가격이 심리적 준거점으로 작용하여 이 가격 이하로 매도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을 흔히 볼 수 있다.
손실회피 성향은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도 나타난다. 상기 사례에서 아파트 가격이 6억 원으로 상승하여 이를 매도함으로써 1억 원의 투자수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후 가격이 더 상승하여 7억 원이 되더라도 투자자 본인에게 실제 손실은 없지만, 이를 손실처럼 인식하여 추가 매수를 단행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손실회피 성향은 가격 상승기에는 ‘상실한 수익’에 대한 회피 심리로 매수를 앞당기고, 가격 하락기에는 손실 실현을 회피하기 위해 매도를 지연시켜 손실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둘째, 과잉 자신감(overconfidence)의 오류를 들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지식이나 예측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고, 이 시기에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개인의 투자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시대적 환경에 따른 결과였다.
현재 6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는 자신의 젊은 시절 부동산 투자 성공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반드시 탁월한 투자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주식투자에서도 초심자가 우연히 상승장에 투자하여 큰 수익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잉 자신감’의 오류를 유발하여 향후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잉 자신감의 오류는 가격 상승기에는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와 추격 매수를 유발하고, 가격 하락기에는 전술적 대응을 지연시켜 손실을 더욱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셋째, 군집행동(herd behavior)의 오류이다. 이는 객관적 시장 분석보다 다수의 선택을 신뢰하거나 모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객관적 사실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거나, 언론 매체에 실리는 정보에 휩쓸려 투자 결정을 내리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작년 5월 대학 동창의 부친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증권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동창들에게 삼성전자 주가가 당시 5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 매수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급등하여 30만 원을 앞두고 있다.
물론 항상 부정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주변에서는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이 최고다’라는 말을 자주 했고, 이후에는 ‘서울에서도 강남 아파트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의견처럼 보이지만,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미래는 모두에게 불확실하다. 따라서 주변 의견에 흔들릴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객관적인 시장 상황을 분석하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보다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외에도 행동경제학이 알려주는 다양한 심리적 오류들이 존재하지만 지면 관계상 모두 다루기는 어렵다. 전통적 투자이론은 이론적 엄밀성은 확보하고 있으나 실제 투자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준다.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심리적 오류들을 이해하고 극복하여,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모두가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성공하고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